BASEBALLPARK

그날, 나와 동료들은
날카롭게 꽂히는 비 속에
딱 6주 만큼의 애증이 얽힌 조교들과
어색한 작별을 하고 열차에 올랐다.

고함치던 조교들 몇몇의 눈가에
어울리지 않는 눈물이 비친 것을
우리는 분명히 목격했다.

언제 저 얼굴들을 다시 추억할 날이 있을까.

열차는 늦은 밤을 뚫고 달렸고,
우리는 차렷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며
서로의 무릎에 무릎을 기대고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풋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떠 보니 서울이었다.

창 밖으로 올림픽 성화대같은
건물 옥상의 헬리포트가 보였고,
그 아래에는 '현대해상'이라는 네온사인이
살짝 지운 듯 뿌옇게 빛났다.

적십자 자원봉사단이라는 조끼를 입은
초로의 아주머니가 빵과 우유를 건넸을 때
잠깐 어머니를 생각했다.

숫자를 알 수 없는 몇몇이 기차를 내리고,
앉은 자리에 그대로 남은 우리는 말이 없었다.

이대로 기차가 조용히 멈추고
가만히 나를 내려준다면,
나는 지난 6주의 소란스러운 기억쯤은 조용히 잊고
집으로 들어가 두꺼운 오리털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며 한나절쯤 깊이 잠들리라.

새벽 네 시,
기차는 다시 출발했고,
나는 기차에 탄 뒤 처음으로
창가에 앉은 것을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