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을까.
- 작성일
- 10-01-31 07:55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703774
워싱턴에서 아이티로 '출장 총 맞은' 한 선배의 글입니다.
읽어보시면, 왜 기사가 대사관에 까칠하게 나왔는지, 약간의 단초가 있네요.
원래 기사쓴 m 기자가 좀 까칠한 편이기는 한데, 그 기사는 좀 그렇더군요.
추측이지만 동종업계에서 밥벌어 먹고 사는 입장에서 보면,
이번 기사는,
본인의 취재+출장의 장기화에 따른 짜증+데스크(서울)의 뽐뿌가 만든
합작품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예전에 이란 '밤' 시 지진때도 그랬고,
2008년인가요, 쓰촨성 지진도 마찬가지였고...
멀리는 뭐 2003년의 대구 지하철 참사때도 그랬고...
아무튼, 그런 참사현장에 급하게 뛰어간 초기에는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이고, 누구를 만나도 '얘기'가 됩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고, 정보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도 너무나 벅차서, 오히려 '뭘 할까'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무조건 찍고, 무조건 쓰고...사고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해도 그게 한 사흘 갑니다.
그런데 이게 며칠 지나면 관심도 시들해지고,
매일 비슷한 내용의 보도들이 반복되면서
사람들도 '그거 말고 또 뭐 없어?'하는 패턴이 시작됩니다.
보통 사람들이 그런데, 이른바 '데스크'는 오죽할까요.
현장의 후배 기자에게 이것저것을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통화는 대개 '힘들지? 고생이 많다..불편한 건 없고?' 로 시작되지만,
조금 얘기를 나누다보면...
'야, 그거 말고...좀 화끈한 거 없냐?'
'그건 다른데서 어제 하더라. 며칠 지났으니 얘기 좀 되는 걸로 써봐...'
이런 식이죠. (데스크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만...)
m 기자는 서울에서부터 구조대와 동행했으니
구조대 쪽에 심정적으로 가까웠을 겁니다.
거기에 위에 링크한 취재기처럼 (사람 낯설어 하는) 대사관 직원이 사무실 안에만 있고,
취재에도 잘 응하지 않으면 짜증이 났을 수도 있죠.
거기에 서울에서는 자꾸 뭐 하라고 하죠,
출장기간이 길어지면서 본인도 속은 부글부글 끓죠...
그러다보면 무리하는 기사가 전파를 타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든, 데스크든, 누구든 중간에
'나도 몰라 ㅅㅂ...' 자포자기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판단을 잘 했어야 하는 아쉬움은 엄존합니다.
내가 쓰려는 이 기사가 과연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내용인지,
내 판단과 선입견으로 지나치게 가공된 것은 아닌지...
쓰다보면 마음이 요동칠 때도, 한 쪽으로 자꾸 쏠릴 때도 있습니다.
중심을 잘 잡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기사를 쓰다 보면 내 판단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죠.
데스크는 언제나 자꾸 '얘기 되는' 쪽으로 기사를 몰아가려 합니다.
현장에서 '기사가 그렇게 흘러가면 그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딴지를 걸어줘야 하는데, 현장 기자가 지쳐있으면 그게 잘 안됩니다.
차라리 이런 생각을 하죠.
'아..진짜, 그렇게 말도 안되는 거 쓰라고 시키려면 자기가 직접 하든가...'
'됐으니까(내용이야 어떻든) 빨리빨리 기사 교정 좀 해 주지..(방송) 시간도 얼마 안 남았네.'
뭐, 그러다보니 좀 많이 무리한 기사가 나온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파장이 이렇게 커졌네요. (사실 며칠 지나면 또 쑤욱 들어갑니다만..)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기사 그 자체보다는
기사를 낸 언론사의 '아우라'로 인해
이런저런 오해와 의심이 난무하는 건 참 아쉽습니다.
조금 극단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기사를 기사로 보지 않고
'선동의 격문'이나, '저질 삐라'로만 보려 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예전같으면 어떤 집단 내에서 극단적인 의견들이 제기돼도
'야, 그건 좀 너무 나간 듯...'하면서 여과과정을 거칠텐데, 인터넷 시대는 그게 쉽지 않죠.
또 그런 의견일수록 흡입력이 강하고, 빨리 퍼지죠. 많이 퍼갑니다...
아래 나이스투님 글처럼,
방송사가 한 두개도 아니고,
한 방송사 안에도 뉴스 만드는 기자들과,
시사다큐 만드는 피디들이 다르죠.
살펴야 할 대상이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 있는 마당에,
'지지'와 '호감'은 누구에게나 자유겠습니다만,
그게 처음부터 끝까지 '색안경'이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내 정치적 신념과 양심에서 좋은 기사, 좋은 다큐를 판단하면 그뿐.
이 기사는 좀 맘에 안 들지만 이 회사니까 모른체 하고,
저 기사는 썩 괜찮지만 저 회사니까 그냥 까고...
그러다보면 그깟 언론사 호오보다 훨씬 중요한,
'나의 기준'이 위험해 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원래 이 시간이면 소파에서 좀 자야 하는데...
야근 끝나가는 마당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 잠시 썼습니다.
워싱턴에서 아이티로 '출장 총 맞은' 한 선배의 글입니다.
읽어보시면, 왜 기사가 대사관에 까칠하게 나왔는지, 약간의 단초가 있네요.
원래 기사쓴 m 기자가 좀 까칠한 편이기는 한데, 그 기사는 좀 그렇더군요.
추측이지만 동종업계에서 밥벌어 먹고 사는 입장에서 보면,
이번 기사는,
본인의 취재+출장의 장기화에 따른 짜증+데스크(서울)의 뽐뿌가 만든
합작품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예전에 이란 '밤' 시 지진때도 그랬고,
2008년인가요, 쓰촨성 지진도 마찬가지였고...
멀리는 뭐 2003년의 대구 지하철 참사때도 그랬고...
아무튼, 그런 참사현장에 급하게 뛰어간 초기에는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이고, 누구를 만나도 '얘기'가 됩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고, 정보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도 너무나 벅차서, 오히려 '뭘 할까'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무조건 찍고, 무조건 쓰고...사고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해도 그게 한 사흘 갑니다.
그런데 이게 며칠 지나면 관심도 시들해지고,
매일 비슷한 내용의 보도들이 반복되면서
사람들도 '그거 말고 또 뭐 없어?'하는 패턴이 시작됩니다.
보통 사람들이 그런데, 이른바 '데스크'는 오죽할까요.
현장의 후배 기자에게 이것저것을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통화는 대개 '힘들지? 고생이 많다..불편한 건 없고?' 로 시작되지만,
조금 얘기를 나누다보면...
'야, 그거 말고...좀 화끈한 거 없냐?'
'그건 다른데서 어제 하더라. 며칠 지났으니 얘기 좀 되는 걸로 써봐...'
이런 식이죠. (데스크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만...)
m 기자는 서울에서부터 구조대와 동행했으니
구조대 쪽에 심정적으로 가까웠을 겁니다.
거기에 위에 링크한 취재기처럼 (사람 낯설어 하는) 대사관 직원이 사무실 안에만 있고,
취재에도 잘 응하지 않으면 짜증이 났을 수도 있죠.
거기에 서울에서는 자꾸 뭐 하라고 하죠,
출장기간이 길어지면서 본인도 속은 부글부글 끓죠...
그러다보면 무리하는 기사가 전파를 타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든, 데스크든, 누구든 중간에
'나도 몰라 ㅅㅂ...' 자포자기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판단을 잘 했어야 하는 아쉬움은 엄존합니다.
내가 쓰려는 이 기사가 과연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내용인지,
내 판단과 선입견으로 지나치게 가공된 것은 아닌지...
쓰다보면 마음이 요동칠 때도, 한 쪽으로 자꾸 쏠릴 때도 있습니다.
중심을 잘 잡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기사를 쓰다 보면 내 판단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죠.
데스크는 언제나 자꾸 '얘기 되는' 쪽으로 기사를 몰아가려 합니다.
현장에서 '기사가 그렇게 흘러가면 그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딴지를 걸어줘야 하는데, 현장 기자가 지쳐있으면 그게 잘 안됩니다.
차라리 이런 생각을 하죠.
'아..진짜, 그렇게 말도 안되는 거 쓰라고 시키려면 자기가 직접 하든가...'
'됐으니까(내용이야 어떻든) 빨리빨리 기사 교정 좀 해 주지..(방송) 시간도 얼마 안 남았네.'
뭐, 그러다보니 좀 많이 무리한 기사가 나온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파장이 이렇게 커졌네요. (사실 며칠 지나면 또 쑤욱 들어갑니다만..)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기사 그 자체보다는
기사를 낸 언론사의 '아우라'로 인해
이런저런 오해와 의심이 난무하는 건 참 아쉽습니다.
조금 극단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기사를 기사로 보지 않고
'선동의 격문'이나, '저질 삐라'로만 보려 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예전같으면 어떤 집단 내에서 극단적인 의견들이 제기돼도
'야, 그건 좀 너무 나간 듯...'하면서 여과과정을 거칠텐데, 인터넷 시대는 그게 쉽지 않죠.
또 그런 의견일수록 흡입력이 강하고, 빨리 퍼지죠. 많이 퍼갑니다...
아래 나이스투님 글처럼,
방송사가 한 두개도 아니고,
한 방송사 안에도 뉴스 만드는 기자들과,
시사다큐 만드는 피디들이 다르죠.
살펴야 할 대상이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 있는 마당에,
'지지'와 '호감'은 누구에게나 자유겠습니다만,
그게 처음부터 끝까지 '색안경'이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내 정치적 신념과 양심에서 좋은 기사, 좋은 다큐를 판단하면 그뿐.
이 기사는 좀 맘에 안 들지만 이 회사니까 모른체 하고,
저 기사는 썩 괜찮지만 저 회사니까 그냥 까고...
그러다보면 그깟 언론사 호오보다 훨씬 중요한,
'나의 기준'이 위험해 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원래 이 시간이면 소파에서 좀 자야 하는데...
야근 끝나가는 마당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 잠시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