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그 분의 첫인상은 단아한 조선의 여인상이었다.

파마 기운이 없는 생머리를 묶거나 늘어뜨리고 항상 치마를 입은 모습에

목소리도 조용조용하고 조신하고 은은했다.


항상 생글생글 웃는 모습에 열심히 노력한 서울말투엔 어쩔수 없는 경상도 억양이

은근히 배어나왔다.


그랬다. 천상 여인이었다.

은은하고, 조용했으며 드세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았다.

몸짓도 크게 하지 않았고 우아하고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그 분과의 식사 자리는 항상 미스테리했다.

나는 고기를 굽느라, 또 한 사람은 술을 마시고 연신 이야기를 하느라 별로 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분을 의심하기도 애매하다.

그 여인네의 행동은 바쁘지 않았고, 부산하지도 않았다. 있는 듯 없는 듯 했으며,

간혹 우리의 화제에 끼어들기도 했을뿐 그 분의 젓가락질이 부진런했다는 느낌은 없다.


난 맹세코 많이 먹지 않았다. 원래 술을 마시면 음식을 잘 안 먹는다.

그리고 또 한명의 여인네 그 분도 음식을 많이 드시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 분을 의심하기엔 이르다.

그 분은 너무 조용했고, 얌전했으며, 은은했고, 느릿느릿했다.





그런데, 도대체 삼겹살 5인분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 닉네임을 밝히지 않았으니, 그 분이 누구인지 절대 짐작할수도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