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

각자 컴플렉스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으며, 그 컴플렉스가 한두개겠냐만은,

나의 가장 심각한 컴플렉스는 내 뒷통수이다.


지금은 아이들을 움푹 파진 베개에 눕히기도 하고, 엎어서 키우기도 하여 동글동글한

뒷통수를 가진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예전엔 그러지 않았다.


짱구머리를 놀리기도 하고, 넙대대한 얼굴이 인기였나보다. 적어도 우리 엄니 말씀으론 그렇다.

내가 다른 아이들처럼 뒤척이지도 않고 누이면 누인대로 그냥 잘도 자고 노니까, 그냥 노상 눕혀놨나보다.


그래서 내 머리는 절벽처럼 납작하고 판판하다.

우리 형들은 어려서 내 뒷통수를 탁탁 때리며 '떡판'이라고 놀려대기도 했고, 납작한 뒷통수는

언제나 나의 감추고 싶은 비밀이었고, 남들이 내 뒷통수를 만지는게 가장 싫었다.


하아, 트렌드에 둔감한 우리 엄니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니 울 엄니의 교묘한 계산이 숨어 있는것 같다.


뒷통수가 납작하다보니 머리를 깍으면 폼이 안난다. 특히나 빡빡머리는 감히 시도할 생각도

못하겠다.

불교에 귀의하여 고승대덕이 되고 싶더라도 뒷통수가 폼이 안 나서 못해먹을 짓이다.



그래, 막내 아들놈이 나중에 커서 머리 깎고 중이 된다고 할까봐 일부러 뒷통수를 납작하게 하신 것이야!!



하아, 뻘글이다.





2.

아파트 통장님하가 무슨 서명인가를 받으러 왔다.

읽어보니, 우리 아파트 옆을 관통하는 경의선 열차의 소음이 극심하니 조치를 취해달라고

철도청에 탄원서를 넣는 것이랜다.


글을 읽어보니 무시무시하다. 탄원을 안 받아주면 점거농성을 할 것이라는 둥.....


일단, 서명을 하긴 했는데......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온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난 그냥 자동차 소리보다는 기차소리가 정겹기도 해서 별 신경을 안 쓰고 사는데, 동에 따라서는

소음이 심하기도 하겠다.




근데......



신촌역에서 출발하여 백마를 거쳐 문산을 거쳐 결국 종착역이 신의주인 경의선 열차는 거의 100년전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철로이다.


백년전부터 이 자리에 있던 철로옆에 아파트를 지어놓고 이제와서 다수의 힘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철로가 있다는걸 모르고 시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철로가 있다는걸 모르고 여기 와서 산것도

아니다.


소음공해 대책을 세워달라고 하지만.....글쎄다 그냥 노천에 노출된것도 아니고 이제 복개까지하여

지하로 달리는 철로의 소음을 더 이상 어찌하는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생활이 불편하니 관계당국에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은 당연한 권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100년전부터 여기에 존재하던 철로......그보다 한참후인 10여년전에 들어와서 시끄러우니 어떻게 해달라는 사람들.....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내 머릿속에는 순서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