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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전 국회의원의 글입니다. 오세훈 치졸하고 더럽네요.

http://blog.ohmynews.com/cjc4u/293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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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돌로뮤씨 ‘한옥지키기 소송’과 오세훈 시장의 이중플레이

시사 큐비즘 2009/08/14 08:00 최재천

바돌로뮤 피터씨의 ‘한옥지키기 소송’이 있었다.
2009년 6월 4일 바돌로뮤 피터씨 외 19명이 승소했다. 서울특별시장이 패소했다.
6월 25일 서울특별시는 “동선3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의 지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승소 확률이 낮다고 판단해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한겨레신문 6월 26일자 12면)

그래서 이 재판은 항소하지 않아 다 끝난 줄 알았다. 이제 아무런 문제없이 바돌로뮤 피터씨는 한옥에서 행복하게 잘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 전통 한옥생활 체험관 (출처 : 오마이뉴스)

원래 이 소송의 원고는 ‘바돌로뮤 피터 외 19명’이고 피고는 ‘서울특별시장’이었다. 그런데 피고 쪽 보조참가인으로 ‘동선제3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편의상 재개발조합측이라고 칭한다)’가 붙었다. 소송에서 보조참가란 다른 사람들끼리 소송이 계속되고 있을 때 그 승패에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한쪽의 승리를 돕기 위해 그 소송에 끼어드는 것을 말한다. 재개발조합측은 서울특별시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기 때문에 서울특별시장이 재판에 이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조참가했던 것이다.

복잡하지만 소송법에 대한 간단한 기초정리가 필요하다.
보조참가인(재개발조합측)은 한편 독립성을 갖고, 한편 종속성을 갖는다. 소송당사자는 아니지만 서울특별시장의 소송행위에 어긋나지 않는 한 모든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당연히 항소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특별시장이 항소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어려운 개념이지만, 단순히 항소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항소를 포기한 경우가 있다. 법은 둘을 구분한다. 단순히 항소를 하지 않는 것은 소극적으로 항소기간을 도과시키는 것이다. 항소를 포기한 경우는 적극적으로 나는 항소하지 않겠다고 항소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소송행위다. (둘 사이에 법적으로는 실제적인 차이들이 있다.)

서울특별시장이 단순히 항소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재개발조합측은 항소해도 된다. 이에 반해 서울특별시장이 항소를 포기한 경우에는 재개발조합측은 항소할 수 없다. 민사소송법 제76조 제2항이 보조참가인인 재개발조합측은 피참가인인 서울특별시장의 소송행위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대단히 중요한 법률적 차이이다. 이 규정을 해석하여 우리 대법원은 피참가인(서울특별시장)이 항소 포기한 뒤에는 참가인은 항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대법 2000. 1. 18. 99다47365).

그런데 지금 이 소송은 항소심에서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재개발조합측의 항소는 합법적이고 그 합법적 항소에 따라 보조참가인의 자격으로 여전히 소송은 진행 중인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서울특별시장이 항소를 포기했다고 했다. 어디서 문제가 생겨난 걸까.

서울특별시장이 항소를 하지 않았을뿐 항소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소극적으로 항소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적극적으로 항소를 포기한 적은 없다. 그래서 재개발조합측의 항소가 살아남게 됐다. 서울특별시장이 항소를 포기했다면 재개발조합측의 항소도 당연히 효력이 상실된다. 서울특별시장의 의사에 반하는 재개발조합측의 항소는 법적으로 무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특별시장은 이 문제를 구렁이 담 넘듯 슬그머니 넘어갔다.

물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언론보도가 틀렸을 가능성이다. 둘째는 서울특별시의 보도자료가 처음부터 틀렸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왜곡했을 가능성이다. 셋째는 아예 이 모든 것을 알고도 철저히 이중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이다. 서울특별시장이 항소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소송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했으면서도 마치 이 소송이 끝난 것처럼 의도적으로 홍보했을 가능성이다. 재개발조합측의 권리는 결코 건드리지 않으면서 한편으론 홍보효과는 얻어내고 소송은 계속될 수 있고, 만에 하나 재개발조합측이 잘 싸워서 이겨주면 그 이득은 서울특별시장이 얻어낼 수 있고,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오해하거나 믿고 싶지는 않다. 법률가인 오세훈 시장이 설마 이 정도까지 이중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믿고 싶고, 그렇게 확신하려 한다.

그런데 참고할만한 사례 하나가 있다. 오세훈 시장이 불필요한 오해를 벗어던질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도 법률적으로 확실한 기회가 있다. 마산시에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건설회사(원고)가 마산시장(피고)을 상대로 2006년 10월 행정소송을 걸었다. 소송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마산시 쪽으로 보조참가를 했다. 1심에서 원고가 승소했다.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마산시장은 항소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산시장 쪽 보조참가인들은 판결에 불복해 마산시장과는 달리 2007. 2. 23. 항소를 했다. 항소심이 계속됐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7. 4. 6. 피고였던 마산시장이 항소권포기서를 항소심법원인 부산고등법원에 제출했다. 그 날로 항소는 취하되고 판결은 확정됐다. 모든 재판은 이로서 끝이 났다. 완전히 끝이 났다.

오세훈 시장은 법률가 출신이다. 이 소송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 소송의 법적 의미는 물론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항소를 하지 않는 것과 항소를 포기하는 것의 의미를 충분히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항소를 포기할 수 있고, 그 방식은 항소권포기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하면 된다는 사실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진짜 소송을 끝낼 의향이 있다면, 진심으로 항소를 포기할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한옥지키기 소송은 서울고등법원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중플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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