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드라마가 리메이크된다네요.
- 작성일
- 09-12-0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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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윤의 연예계 엎어컷] 반공드라마 ‘전우’ 부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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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PD연합회 주최로 지난 2007년 8월 '한국방송의 르네상스는 있는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 ||
2000년대를 들어서면서 TV드라마는 장르와 제작형태에서 다양한 분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류 붐을 일으켰던 <대장금>처럼 작품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사로잡은 드라마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균열된 세계와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다루는 드라마에 대한 끌림이 더 컸다. 문학의 큰 울림이 영상으로 전해진 KBS <TV문학관>, 소소한 즐거움을 줬던 일요 아침드라마 MBC <단팥빵>, 미니시리즈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SBS <연애시대> 등이 그런 드라마였다.
올해 유행한 드라마를 보자. 드라마의 서사는 ‘막장’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독하고, 전개과정을 지나치게 생략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평을 들을 만큼, 평가가 박해졌다. 하지만 광고 판매만큼은 높았다. 블록 버스트 제작규모를 자랑하는 드라마가 돼야 30~40%대 시청률 달성이 가능해졌다. TV는 대중의 욕망이 가장 적확하게 투영되는 매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일단 수익부터 챙기자는 현 제작추세는 당연한 현실의 반영인지도 모르겠다.
내년에는 이런 블록버스터에 전쟁이야기가 가미된다. 특히 2010년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방송사에서 잇따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내년 6월에 방송하는 MBC 16부작 <로드 넘버원>은 거칠게 자란 하사관(소지섭)과 반듯한 성품의 육군 사관 생도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로드 넘버원>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과 평양을 잇는 대표적 통로인 1번 국도를 의미한다. 총 120억 원의 제작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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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드라마 <전우> ⓒKBS | ||
전쟁 드라마가 국방부의 협조를 얻을 수밖에 없는 구조상 ‘관제 드라마’라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두환 정권 시절, KBS는 관제 드라마의 홍수였다. 1985년 집권 민정당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자, KBS는 야당에 압승을 안겨준 2·12 총선을 앞두고 <연속입체기획-여우의 이간질>(1985년 1월 29일 방송), <연속입체기획-잠깐만 생각해봐요>(1985년 2월 29일 방송) 등 실로 기상천외한 총선 홍보용 드라마를 제작했다. 기자시절, 전두환 정권에 대해 찬양에 가까운 기사를 쏟아냈던 김인규 현 KBS 사장이 있는 KBS라면 이런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 KBS는 그런 사장을 반대하지도 않은 조직이다.
<전우>는 SBS가 100억 원의 제작비를 들고, 3년 동안 준비를 하다 포기한 작품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영섭 SBS 드라마국 CP는 “너무 소모적이라 포기했다”면서 “투자한 만큼 성과가 과연 나올까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도가 매우 높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KBS가 제작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어떤 확신에서일까.
어쩌면 우리가 TV에서 마주하게 될 세계는, 지난 60년간 한국사회 모순덩어리가 단단하게 다져진 실체. 그것을 TV로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복고나 리메이크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정권의 홍보수단으로서의 방송은 이제 ‘장악’ 됐다는 표현이
점점 맞아 들어가고 있는 요즘, 예술과 대중성 사이의 접점을 고민하던 TV드라마는 이제 ‘관제’라는 선택의 기로에까지 놓이게
됐다. 한국방송의 르네상스는 언제쯤 올까.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