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되면?
- 작성일
- 09-12-06 00:42
진보정당이 당선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가장 먼저 정책이 다르니 정책이 달라지겠지요. 과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진되었던
통일정책과 과거사 문제 등의 정책이 이전 정부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던 것 처럼, 진보정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이 된다면 수많은 정책의
내용들이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닙니다. 진보정당이 들어선 이후 울산 북구의 사례를 보면 정책 추진 뿐만 아니라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이 달리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은 단지 정책이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정책의 추진 방식이 비합리적이고, 초법적이며, 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정책 추진방식이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용산 참사의 예를 봅시다.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 경찰은 원래 거주자의 이익과, 개발업자의 이익 중 개발업자의 이익이 우선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것만으로 용산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용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입주자를 용역을 동원하여 철거하는 것에는 눈감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야할 책임이 있는 개발업자의 책임은 묻지 않고, 입주자를 사지로 몰았습니다. 사지에 몰린 입주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무리한 진압 끝에 소중한 생명 6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런 강압적인 사업과 정책의 추진 방식이 유일한 것이었을까요? 이 방식 만이 이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까요? 이익을 추구하기위해 무엇이든지 하는 것이 인간이고, 인간은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토론도, 타협도 없이 행동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첨예한 이익 앞에서 타협과 토론을 통해 해결한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방식은 해답이 아닙니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해당사자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해결한 사례가 울산 북구에 있었습니다.
1998년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울산북구청장이 되었고, 이어 2002년 민주노동당 이상범 전 북구청장이 울산 북구청장에 당선되었습니다. 2001년 8월 울산 북구청은 음식물 자원화 시설 건립계획을 수립하고 2001년 11월 중산동 일대에 부지를 두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결정은 전형적으로 하향식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인근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있음에도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지요.
부지가 결정된 이후 착착 시설 건립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조직적인 반대 활동을 시작되었습니다.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인 울산 북구청은 부지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였으나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한편 공사 재개를 시도하였습니다. 동시에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였습니다.
주민대표와 구청간 대화를 1차 시도하였고, 이후 TV 대담 방송을 마련하여 구청장과 주민 비상대책위 대표가 같이 출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TV 대담을 통해 구청과 비상대책위는 "시민배심원제"를 수용하기로 윈칙적으로 동의하였습니다.
대화가 시도되는 와중에도 갈등은 계속되었습니다. 시공업체는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소송을 하였고, 소송결과에 따라 이를 고시하였습니다. 그러자 주민들은 구청 항의방문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연행되었습니다. 이에 항의하여 주민들은 자녀들을 등교거부하기 까지 하였습니다.
사태가 여기까지에 이르자 울산 북구청은 비상대책위를 대신해 새로 구성된 주민대표회의와 공사 중지를 조건으로 협상을 시작하였습니다. 북구청은 시공업체에 공사 중지를 통보하였고, 양측은 사건 해결을 위해 "시민배심원제"를 적용하기 합의하였습니다.
울산 북구청의 시민배심원제는 미국 재판에서의 "배심원제"에서 힌트를 얻어 민주노동당에서 검토하던 것이었습니다. 시민배심제의 과정은 크게 세 단계 - 시민배심원제의 조직, 숙의 실행, 배심과정 이후 단계로 나뉩니다. 여기서 시민배심제가 성공하려면 공정성과 유능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배심원의 구성이 공정해야 하며, 숙의 실행과 배심 과정, 그리고 그 이후가 능률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해당사자들과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모두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울산 북구의 시민배심원제에서 배심원을 구성하기 위해 29개의 시민단체가 배심원 후보로 올랐고, 이 중 주민과 구청이 기피하지 않은 13개 시민단체가 선정되었습니다. 각 단체에서 3명씩 추천되었으며, 천주교와 기독교가 각 3명식 추천하였습니다. 배심원단과 더불어 숙의 결과에 대한 양측에 수용토록하는 중재단도 함께 꾸려졌습니다.
여기서 미국 재판과 같이 바로 배심이 있는 상태에서 재판을 한 것이 아니라 울산 배심원제에서는 "숙의 단계"를 거쳤습니다. 배심원들은 모두 다섯 차례의 전체 회합을 가졌습니다. 1차회합에서는 의사결정과정절차를 결정하였고, 2차 회합에서는 이해당사자의 증언 청취, 이들과 배심원간의 질의 응답, 그리고 배심원 토의가 있었습니다. 3차회합에서는 사실 관계 조사를 위해 배심원단이 직접 부지현장답사와 인근 지역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 세곳에 대한 견학과 탐방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4번째에는 배심원단 주관으로 공청회가 개최되었고, 일반 주민들의 참석 하에 구청과 주민 측에서 의견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 공청회 후에 배심원단 회합이 따로 개최되어 토의가 이루어졌으며, 증언과 증인들과 배심원들 사이 질의 응답도 이루어졌습니다. 마지막 회합에서는 배심원단 토의가 장장 6시간에 걸쳐 있었고, 양쪽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합의각서를 만들기 위해 상당히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합의각서가 만들어진 후 구청과 주민대리인의 최후 진술이 짧게 있었고 이후 실질적인 토론이 있은 후 최종 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판결은 건립 찬성으로 나왔고, 이해당사자 양측은 합의각서의 성실한 이행, 구청이 약속해 왔던 주민 지원 사업의 이행, 시설 공사과정과 시설 운영을 감독하는 주민 참여 제도의 도입 등을 권장하는 내용의 배심원단 결정문을 작성 발표하였습니다.
물론 시민배심원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시민 여론에 밀려 승복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위 용산 참사 사례에서 보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갈등 해결 방식을 통해 울산 북구청은 정책을 집행하였습니다. 울산 북구청은 정책을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숙의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배심원제"를 도입하였고, 공정성과 유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들을 세심히 마련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극단적 대립 없이 혐오시설을 시민들의 이해 속에서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범 구청장이 이후 보인 행보에 실망을 느끼신 분들도 많겠지만, 그것과 별도로 이상범 전 울산 북구청장과 북구청장의 "시민배심원제"는 진보정당의 크나큰 성과임이 틀림없습니다. 진보정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이 되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다 좁혀 얘기하자면, 진보정당이 정치권력을 잡았을 때 어떻게 갈등을 해결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진보정당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갈등 해소 방법"을 실천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조현석, '숙의적 시민참여 모델 연구 - 울산이 북구 음식물 자원화시설 건립 사례', "과학기술학연구" 8권 1호(2006). 을 요약 인용하여 쓴 글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은 단지 정책이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정책의 추진 방식이 비합리적이고, 초법적이며, 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정책 추진방식이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용산 참사의 예를 봅시다.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 경찰은 원래 거주자의 이익과, 개발업자의 이익 중 개발업자의 이익이 우선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것만으로 용산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용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입주자를 용역을 동원하여 철거하는 것에는 눈감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야할 책임이 있는 개발업자의 책임은 묻지 않고, 입주자를 사지로 몰았습니다. 사지에 몰린 입주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무리한 진압 끝에 소중한 생명 6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런 강압적인 사업과 정책의 추진 방식이 유일한 것이었을까요? 이 방식 만이 이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까요? 이익을 추구하기위해 무엇이든지 하는 것이 인간이고, 인간은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토론도, 타협도 없이 행동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첨예한 이익 앞에서 타협과 토론을 통해 해결한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방식은 해답이 아닙니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해당사자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해결한 사례가 울산 북구에 있었습니다.
1998년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울산북구청장이 되었고, 이어 2002년 민주노동당 이상범 전 북구청장이 울산 북구청장에 당선되었습니다. 2001년 8월 울산 북구청은 음식물 자원화 시설 건립계획을 수립하고 2001년 11월 중산동 일대에 부지를 두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결정은 전형적으로 하향식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인근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있음에도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지요.
부지가 결정된 이후 착착 시설 건립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조직적인 반대 활동을 시작되었습니다.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인 울산 북구청은 부지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였으나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한편 공사 재개를 시도하였습니다. 동시에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였습니다.
주민대표와 구청간 대화를 1차 시도하였고, 이후 TV 대담 방송을 마련하여 구청장과 주민 비상대책위 대표가 같이 출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TV 대담을 통해 구청과 비상대책위는 "시민배심원제"를 수용하기로 윈칙적으로 동의하였습니다.
대화가 시도되는 와중에도 갈등은 계속되었습니다. 시공업체는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소송을 하였고, 소송결과에 따라 이를 고시하였습니다. 그러자 주민들은 구청 항의방문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연행되었습니다. 이에 항의하여 주민들은 자녀들을 등교거부하기 까지 하였습니다.
사태가 여기까지에 이르자 울산 북구청은 비상대책위를 대신해 새로 구성된 주민대표회의와 공사 중지를 조건으로 협상을 시작하였습니다. 북구청은 시공업체에 공사 중지를 통보하였고, 양측은 사건 해결을 위해 "시민배심원제"를 적용하기 합의하였습니다.
울산 북구청의 시민배심원제는 미국 재판에서의 "배심원제"에서 힌트를 얻어 민주노동당에서 검토하던 것이었습니다. 시민배심제의 과정은 크게 세 단계 - 시민배심원제의 조직, 숙의 실행, 배심과정 이후 단계로 나뉩니다. 여기서 시민배심제가 성공하려면 공정성과 유능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배심원의 구성이 공정해야 하며, 숙의 실행과 배심 과정, 그리고 그 이후가 능률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해당사자들과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모두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울산 북구의 시민배심원제에서 배심원을 구성하기 위해 29개의 시민단체가 배심원 후보로 올랐고, 이 중 주민과 구청이 기피하지 않은 13개 시민단체가 선정되었습니다. 각 단체에서 3명씩 추천되었으며, 천주교와 기독교가 각 3명식 추천하였습니다. 배심원단과 더불어 숙의 결과에 대한 양측에 수용토록하는 중재단도 함께 꾸려졌습니다.
여기서 미국 재판과 같이 바로 배심이 있는 상태에서 재판을 한 것이 아니라 울산 배심원제에서는 "숙의 단계"를 거쳤습니다. 배심원들은 모두 다섯 차례의 전체 회합을 가졌습니다. 1차회합에서는 의사결정과정절차를 결정하였고, 2차 회합에서는 이해당사자의 증언 청취, 이들과 배심원간의 질의 응답, 그리고 배심원 토의가 있었습니다. 3차회합에서는 사실 관계 조사를 위해 배심원단이 직접 부지현장답사와 인근 지역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 세곳에 대한 견학과 탐방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4번째에는 배심원단 주관으로 공청회가 개최되었고, 일반 주민들의 참석 하에 구청과 주민 측에서 의견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 공청회 후에 배심원단 회합이 따로 개최되어 토의가 이루어졌으며, 증언과 증인들과 배심원들 사이 질의 응답도 이루어졌습니다. 마지막 회합에서는 배심원단 토의가 장장 6시간에 걸쳐 있었고, 양쪽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합의각서를 만들기 위해 상당히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합의각서가 만들어진 후 구청과 주민대리인의 최후 진술이 짧게 있었고 이후 실질적인 토론이 있은 후 최종 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판결은 건립 찬성으로 나왔고, 이해당사자 양측은 합의각서의 성실한 이행, 구청이 약속해 왔던 주민 지원 사업의 이행, 시설 공사과정과 시설 운영을 감독하는 주민 참여 제도의 도입 등을 권장하는 내용의 배심원단 결정문을 작성 발표하였습니다.
물론 시민배심원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시민 여론에 밀려 승복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위 용산 참사 사례에서 보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갈등 해결 방식을 통해 울산 북구청은 정책을 집행하였습니다. 울산 북구청은 정책을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숙의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배심원제"를 도입하였고, 공정성과 유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들을 세심히 마련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극단적 대립 없이 혐오시설을 시민들의 이해 속에서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범 구청장이 이후 보인 행보에 실망을 느끼신 분들도 많겠지만, 그것과 별도로 이상범 전 울산 북구청장과 북구청장의 "시민배심원제"는 진보정당의 크나큰 성과임이 틀림없습니다. 진보정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이 되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다 좁혀 얘기하자면, 진보정당이 정치권력을 잡았을 때 어떻게 갈등을 해결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진보정당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갈등 해소 방법"을 실천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조현석, '숙의적 시민참여 모델 연구 - 울산이 북구 음식물 자원화시설 건립 사례', "과학기술학연구" 8권 1호(2006). 을 요약 인용하여 쓴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