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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스테이플러를 보도록 하자. 일단 가장 먼저 눈의 망각에 맺히고 몇 가지 단계를 거친후, 그 다음에 시신경이 스테이플러를 인지할 것이다. 하지만 시신경이 인식한 이것 사실 스테이플러의 실재모습이라고는 하기 힘들다. 빛이 스테이플러에 반사된 일부의 빛만이 눈에 전달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고 있는 스테이플러의 모습은 처음 마주친 그 순간부터 오해에서 시작된다. 시신경을 타고 들어온 스테이플로는 뇌까지 가는 신경세포들에 의해 전달되어 뇌 어딘가에 전달된다. 이제부터 신비로운 인간의 뇌가 활동하기 시작한다.

스테이플러가 스테이플러라는 인지하기 위해서는 과거 스테이플러를 보았거나, 스테이플러에 관해 들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인간의 뇌는 넓디 넓은 뇌라는 도서관에서 스테이플러에 관한 몇몇가지 판단기준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지금 시신경을 통해 들어온  스테이플러가 가진 구조, 기능등이 머리속에 있는 기준과 일치하는지를 찾아낸 후 스테이플러가 스테이플러인지를 판단한다.

뇌의 기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스테이플러가 자신에게 주었던 수많은 기억들을 불러일으키고 또 그 기억들에 맞게끔 그 물체를 인식한다. 그저 보기만해도 가슴떨리는 사람이 주었던 스테이플러와 눈에 보이는대로 집어던지던 사람이 던진 스테이플러는 우리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동일하게 특별한 기억이 없는 한 스테이플러는 그냥 스테이플러일 수도 있다. 두장, 혹은 여러장의 종이와 기타 여러 얇은 물건들을 한데 이어주는 그런 물건. 내가 필요할때 들어 종이들을 무심히 연결하고 나서 다시 책상 서랍 속 어딘가에 깊숙히 넣어둔후, 그의 존재를 잊었다 다시 필요하면 꺼내어 쓰는 그런 물건일 수도 있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의 환경적, 신체적, 감정적 요인들이 개입시켜 하나의 물건을 본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오해를 한다. 지나치게 어두운 곳에서 스테이플러를 보았을 수도 있다. 또는 우리의 눈과 시신경, 그리고 뇌가 오작동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손때 묻은 스테이플러의 색깔은 누군가에게는 지저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오랜 손때가 그가 이루어낸 오랜 경험과 성과를 말해주는 상징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각자의 경험에 따라 우리는 서로 다르게 스테이플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스테이플러를 두고 서로 다르게 보고 말하는 것은 우리 사이의 경험의 차이로 발생한 오해며, 스테이플러를 잘못 판단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오해일 것이다. 이러한 오해는 필연적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 하나 다른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스테이플러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스테이플러의 본질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테이플러를 인지하고 기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