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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생산량의 문제 였을수도 있고, 유통이나 교통의 문제였을 수도 있고

지역특색이 강하여 산지가 아니면 먹기힘들고 다른지방이나 서울 지역에서는

구해서 먹기는 커녕 잘 알수도 없는 음식들이 있었다.


지금은 전라도 음식의 대명사격처럼 알려진 홍어도 사실 영계의 고향인 전북 사람들

태반은 접해본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잘 먹지도 못한다.





그리고, 전라남도의 작은 읍면 단위인 벌교를 태백산맥이라는 소설이전에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꼬막도 지금이야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것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남해안

일대의 사람들만 알고 먹었지 조금만 위쪽으로 올라가도 잘 몰랐다고 한다. 어언 30년전에는 말이다.







경상도 지방의 과메기나 고래고기 같은것도 산지에서나 알고 먹었지 서울에서

구해먹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특히 고래고기 같은 것은 먹고싶다고 아무곳에서나 아무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과메기는 서울 지역에 소개된 후 그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매니아층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도 생각해보니 10년안쪽의 일이다.






그리고, 강원도 속초에서 맛 본 해장에 일품인 곰치국......이것도 조만간 서울지역에서 바람몰이를 하지 싶다.







어렸을적에 외갓집인 남도의 바닷가에 가면 겨울내 지겹도록 먹던 음식이 있었다.

쑥색의 퍼런 풀때기로 죽을 쑨 것 같은 음식...전혀 김이 나지않아 뜨거운걸 인지하지 못하고

덥석 떠 먹었다간 입천장이 홀랑 데이기 일쑤였다.


파래과의 해조류인 메생이...고흥, 보성, 장흥의 바닷가에 자생하는 해조류인데...

어민들은 이 메생이를 싫어한다고 했다. 왜냐면, 메생이가 자라는곳은 김양식이 잘 안된다고 한다.


어쨌거나, 겨우내 먹고 먹고 또 먹었던 이 국이 어느날 서울지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먹는것에 목숨거는 집안의 내력상 나는 대부분의 서울 사람들이 접해보지 못한 향토음식들을 일찍부터

접해 본 편이다. 요즘에서야 하나둘씩 TV 향토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곰치국(물곰탕)을 어언 25년전에 맛을 본 정도......


그러다보니, 과메기고 메생이고간에 우리끼리만 알고 먹었던 음식들이 전국민이 알고 먹는 음식으로

둔갑하는 현실에 꽁꽁 숨겨놓았던 비밀의 방을 개방한듯한 아쉬움도 들지만...이런식으로 각 지방의

맛난 음식들이 널리 알려지고 농어민들의 소득증대에 일조하는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내가 태를 묻은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일대, 계화도에는 백합(생합)이라는 조개가 난다.

이거야말로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잘 모른다. 생산량이 얼마 나지 않아서 서울에서는

어시장에 가도 구하기 힘드니 말이다.


이게 그냥 회로 먹어도 그만이고, 구워먹어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맑은 국으로 끓여먹는게 최고다.


다른 조개류와 다르게 해감을 할 필요가 없는 청정한 속살을 자랑하는지라 그냥 겉껍데기만 대충 씻어서

찬물에 넣고 매운 고추 몇 개 썰어넣으면 그 맛이 시원하기가 일품이다. 해장엔 최고다.

조개 자체의 맛이 우러나므로 따로 소금간을 할 필요도 없다.





이제 슬슬 방송을 타고 다른 지방으로도 퍼져나가려 하는 시점에 이 백합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생산량의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만금 방조제 때문에 갯벌이 사라지고 조류의 방향이

바뀌어서 일어나는 일이라 하니, 백합의 명운도 갈림길에 들어선 것 같다.



아마 오래지않아 부안 계화도의 백합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사라지고 난 다음에야 "아~~ 옛날에 백합이 참 맛있었지.."하며 회상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 음식은 전북일대의 한정된 사람만 알고서 사라지는 비운의 음식이 될런지......



시원한 해장국이 간절한 음울한 오후에 써 본 뻘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