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요즘 가끔 혼자서 산에 가곤 합니다.
전문적으로 등산을 하는건 아니구요.
10월 중순 토요일  북한산 숨은벽에 갔었습니다.
북한산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곳인데 제가 갔을때는 단풍은 아직 이더군요.

밤골매표소에서 출발해서 헉헉~ 거리며 한창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는데
동네 아파트 부녀회에서 온걸로 보이는 아주머니 10여명이 쉬면서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지나가면서 들리는 말이 ..더이상 힘들어서 못 올라가겠다...그만 내려가자...아니다..조금만 더 올라가보자..
이런걸로  나름 격론중이더군요.

그중 노스페이X로 위아래 도배를 한  40대의 아주머니가 저에게 말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해골바위가 먼가요?  우리는 숨은벽까지 안가고 해골바위까지만 가려고 왔거든요"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해골바위는 지금 앉아있는 곳에서 위로 올라가면 불과 10여m 밖에 안되는곳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해골바위 바로 밑에 앉아서 힘들어서 못가겠다고 그만 내려가자고 하는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건 거죠.
밤골매표소에서 출발하면 해골바위까지 천천히 걸으면 1시간 가량 올라와야 하는데 50여분 실컷 올라와놓고 말이죠.
불과 1~2분만 올라가면 되는데....

"지금 보이는 바로 위가 해골바위에요. 여기까지 땀흘리며 오신것이 아까워서라도 올라가셔야 할거 같은데요.."
라고 웃으며 말했더니
바로 위가 해골바위냐며 다들 눈을 크게 뜨며 기뻐하더라구요.
한발자국도 못가겠다는 아주머니들도 벌떡 일어나더니 신나게 올라가더군요.
그리고 해골바위에서 전망을 보더니 ..역시 오길 잘했다고 서로 웃음꽃을 피우더군요.

요즘 제가 좀 힘든일이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겪는 어려움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것이라서 그리고 처음이라서  그 끝이 어디일지...언제쯤 헤어나올지 나는 모르지만
이 아주머니들처럼 목표로한 곳 바로 직전에서...힘들어서 포기할까..이대로 주저앉아 버릴까...이러고 있는건 아닐까 하고 말이죠.

처음에 북한산을 보았을때..저 높은곳을 언제 올라가나...내가 올라갈수 있을까...의심도 해보고 ...걱정근심도 되었지만..
막상 한걸음 ..한걸음 걸어보니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언정 못 올라가지는 않겠더라구요.
여러번 경험을 한 지금은 가야할 길과 걸리는 시간을 아니까 아주 편하게 올라갑니다.
산을 다니다 보니까  격언중에서 사람에게는 이기지 못할 시련은 하늘이 주지 않는다..란 말이 가슴에 와닿더군요.

스트레스 많고 고민거리 있는분들...술을 마시는것도 좋겠지만 시간내서 산에 한번 가보세요.
서울 사는 분들이라면 정말 북한산 강추합니다. 북한산은 74개의 등산로가 있다고 해요.
서울 어떤곳에 살아도 웬만하면 각지역 북한산 입구까지 1시간이면 도착할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그날 숨은벽을 통해서 백운대까지 올라갔었습니다.
얼마전 강화에서 인삼막걸리를 몇통 사왔는데 반통 정도를 배낭에 담아와서 백운대에 앉아서 경치를 두루두루 보며 다 마셨어요.
산에서 경치보면서 mp3로 음악 듣는것도 아주 좋더라구요. 술한잔 하면서 말이죠.

너무 백운대에서 오래 놀다가 그만 일몰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산에서는 금방 어두워져서 빨리 내려가야 합니다. 비상용으로 헤드랜턴을 가지고와서 그리 큰 문제는 없겠지만요.
위문을 통해서 북한산성 탐방로를 통해 내려가는데 중간에 완전히 어두워 지더군요.
랜턴쓰고 내려가는데..내 앞에 긴머리의 교복입은 여학생이 떡~하니 나타나는 겁니다.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네요.
입으로 으악~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내 앞으로 묵묵히 다가오는 거에요.
내가 순간 용기를 내서 " 사람인가요..?" 했더니
"네..." 그러고 내앞을 그냥 지나가더군요.;;;;

내가 한번 더 용기를 내서 "여기 사는 학생인가요.." 물었더니
그 여학생이 뒤를 돌아보면서
"부모님이 여기서 장사하구요...저두 여기 살아요. XX산장 놀러오세요. 닭도리탕도 맛있고요. 노래방 시설도 있어요."
그러더군요.;;;;

두줄 요약...

1.살아가는데 힘들더라도 웬만하면 극복못할 어려움은 없는듯 싶음. 스트레스 쌓이면 등산 강추~
2.혹시 북한산에서 교복입은 여학생 만나더라도 귀신 아닌가 의심하지 말것. 장사하는 분들 자녀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