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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동향 선배와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동태내장탕에 황태구이를 곁들이며 나름 만족스런 식사였는데요.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세상 이야기를 했죠.

당연히 정치이야기 나오고 이명박과 한나라당이라는 이 괴물에 대해
 이야기가 뻗쳤습니다.

그러다 나온 이야기가 과연 이 난데없이 튀어나온 것 같은 괴물이
정말 예비되지 않은 존재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거기에 대해 몇가지 이야기를 주고 받다 선배가 해준 이야기가
인상에 많이 남습니다.


선배가 지난 추석 때 가족과 함께 고향엘 내려가서 친척들과
차례를 지낸 후 여럿 둘러모여서 다과와 술 자리를 가졌답니다.

친척들의 아이들도 그 자리에서 과일 한 쪽 씩 집어들고 우물거리고 있었겠죠.
이런 자리가 의례 그렇듯이 어린 아이들에게 친척 어른들이 용돈을 집어주곤 합니다.
선배 아들이 8살인데 이 녀석도 5천원을 용돈하라고 받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아직 5살이라 용돈을 받지 못한 사촌동생이 그 자리에서 사촌형인
선배 아들에게 매달리면서 자기에게 돈을 달라고 떼를 쓰더라나요.

어른들은 허허 웃으며 그 모양새를 보고 있는데 사촌동생의 떼가 무척 심했다고 하더군요.
한참을 시달리던 선배 아들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결국 사촌 동생에게 5천원을 그대로
건네줬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방안에 있던 어른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선배 아들을 타박했다고 합니다.
동생한테 돈 뺐겼다고..바보라고...
그리고 끝끝내 돈을 얻어낸 사촌동생을 보고 나중에 잘살 놈이라고 칭찬을 하더랍니다.
여러 어른들이 모두 그러한 반응을 보이니 선배 아들이 순간 매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더랍니다.

그래서 선배가 아들을 조용히 따로 바깥으로 데려나가 물어봤답니다.
왜 니가 받은 용돈을 사촌동생에게 줬냐고...

그러니까 아들이 그러더라네요.

"동생이잖아요.."

선배는 가만히 아들을 안아줬답니다. 그리고 잘했다고 니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말해주면서요..

그러면서 방금 상황을 돌이켜보며 소름이 끼치더랍니다.
자기 어릴 때를 돌이켜보면 비슷한 일이 있으면...
어른들은 동생에게 돈을 준 형을 보고 칭찬을 했었다는 겁니다.
역시 그래도 형이라고, 형 노릇 한다고...말이죠...

그런데 세상이 이렇게 변했구나 싶더랍니다.
그리고 저 괴물이 그냥 우연히 난데없이 나타난게 아니구나 싶더랍니다.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고 그를 지금도 반대하지만 자신 역시
이익에 민감해지고 도덕적 균형감이 때때로 흐트러져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더랍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이명박을 한나라당을 내가 찍지 않았지만 그리고 지금도 반대하지만
실로 내가 이명박을 만들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