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불철주야 우리의 새로운 둥지가 번성하시길 바라는 유저님들의 토론을 보고 제 의견을 덧붙이려고 합니다.

다음 카페에서 19금 이미지가 다음 측의 제재를 받았고, 그로 인해 다음에서 카페 글 자체가 검색되지 않는 '낙인'을 찍힘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저들의 자발적인 활동에 타율적 규제가 가해졌다는 면에서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피곤한 일만 있는 건 아니었지요. 19금 이미지가 없는 대신에, 다음 카페에는 특유의 따스함이 있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19금 이미지는 단순한 사진일 뿐이지만, 그것이 허용되는가 금지되는가에 따른 후방 효과는 훨씬 다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오늘 보니 다양한 19금 이미지가 나오고 있습니다. 흐름을 보면 인증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낚시가 이루어진 이후로, 19금 보다는 인증이 백배 낳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결국 19금으로 회귀한 것입니다.

제 의문은 이곳에 모인 본질적인 동기에 대한 것입니다. 오늘 동아엠팍의 불펜과 베팍의 불펜을 비교해보고 있었는데, 역시 가장 큰 차이점은 '분위기'인 것이더군요. 논리와 대화가 주가 되는 술자리류 토론이 중심이냐, 감정의 공유와 가족만들기가 주가 되는 집들이 파티가 중심이냐인 셈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허용되는 수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만일 집들이에서 외설을 말한다면 - 물론 그것도 유저 개인의 자유겠지만 -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분위기는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라 동아 엠팍에 없는 점을 보완하는 싸이트로서의 정체성인 분위기입니다. 동아엠팍 불펜에서 19금을 올릴 때의 기회비용과 여기서 19금을 올릴 때의 기회비용을 비교하면, 여기서의 기회비용이 막대하게 크다는 것이지요.

동아엠팍과 베팍을 모두 애용하는 유저의 입장에서 볼 때, 양 싸이트가 차이가 없이 동질화되어 간다는 건 큰 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동아와 이곳에 같은 글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에게 가는 피드백이 양쪽 싸이트에서 비슷하게 - 술자리 토론류로 - 나간다면 동아엠팍은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고, 베팍은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회비용이 막대한 것이죠.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언론에서 이런 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노무현은 당선되는 것 만으로도 자기 역할을 다 감당한 것이다" 노무현의 당선과 같은 경우가 가끔 생깁니다. 노아의 방주도 마찬가지지요. 그냥 배 하나 만들어 놓은 것 만으로도 자기 사명을 완수한 겁니다. 상황이 변하면 역할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고요.

우리의 베팍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야구'커뮤니티들 중에서, 그리고 인터넷에 대한 권력의 감시가 강해져가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홀로설 수 있는 하나의 커뮤니티로 존재할 수 있다면 지금으로선 최선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체성을 지켜가야 합니다. 19금을 지나치게 올리는 건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19금 이미지는 동아엠팍에서 보고, 이곳에서는 다른 종류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양쪽 싸이트 모두에 좋은 일입니다. 양쪽을 넘나드는 유저 입장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득이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