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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불펜의 고유문화로 자리잡은 '즞질'....

저는 동참해본적은 없지만 그게 왜 구경하기에 즐거운 일종의 놀이문화인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편입니다.

뭐 제가 여기저기 딴지거는 걸 좋아해서, 이번엔 불펜의 가장 신성한 영역, 누구라도 건드리고는 비누칠 없이 빠져나갈 수 없다는 그 불가침의 구역에 좀 깐깐하게 비평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짱깨나 쪽바리란 호칭, 대륙시리즈 등에 태클을 걸다가 혹 화교냐는 정중한 질문도 받아보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와 비교불가능한 생명의 위해가 느껴지는군요 ㅋㅋ) 

사실 제가 동참하지 않았던 건 뭐 제가 딱히 초절정순수유저라서 라는 이유가 가장 크긴 하지만.. 아 즞질놀이도 비상주 듣보잡유저가 즐기기에 딱히 맞는 컨텐츠가 아니더라는 이유일까나.. 불펜에 몰아치던 비호감악플놀이 컨셉에 며칠 동참해봤는데 역시 순수유저가 따라하기엔 내공이 딸리더라구여 *^^* 모 각설하구, 그보다 가끔은 즞질놀이를 구경하는 게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즞질’ 을 상징하는 건 역시 비누겠지요. 비누는 남성간의 삽입행위를 뜻합니다 (은유라고 하기도 뭐하지요). 불펜의 즞질문화는 92% 정도의 비누놀이와 6% 정도의 여성유저에 대한 하악, 2% 정도의 여성유저의 하악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같은 즞질이라도 남녀 상호간의 하악질에는, 노골적인 성적묘사는커녕, 성적인 비유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 불펜이 상당히 의식있는 유저들이 모인 어느 정도 격식있는 곳이라는 것의 반증이겠지요. 온라인에서 남녀간의 성적 구애 또는 상대에 대한 성적 묘사는 곧 성희롱이니까,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92%의 즞질문화에서는 그것이 온전히 허용됩니다. 그리고 아무도 성희롱이라고 진지하게 태클하지 않구요. 

그건 곧, 불펜에 있는 모든 남녀가 당연하게 이성애자 (그것도 풀 스트레이트) 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고 또 허용되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예컨대 남성 유저에게 대해 ‘오늘밤 비누 준비할께...’ 란 말은 여성 유저에게 ‘오늘밤 콘돔 준비할게...’ 라는 말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그건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약간’ 이 아니라 꽤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만... 왜냐면 불펜이 동성애자분들에게 닫힌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분은 없으실텐데, 동성애자분들이 불펜의 즞질문화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뭐 어쨌든 동성애자분들이 사회적 소수자로 살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관용으로 이 정도는 보아넘겨주실 수 있다고 좀 과감하게 가정해 보고 넘어간다면요.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그런 즞질놀이란 게 기본적으로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에 대한 자신들의 왜곡된 관념을 재생산하는 놀이란 겁니다. 이건 많이 심각하죠. 즞질놀이란 걸 그 발생과 전파의 역사적 과정과 재미들을 다 무시하고 결과만 아주 축약해서 말한다면,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의 성적 구애와 성행위를 희화화하여 이성애자들끼리 온라인에서 흉내내면서 서로 저질이라고 놀리는 것”입니다. 

동성애자들이 서로 그렇게 논다면, 당사자들끼리는 성희롱이 될지 몰라도, 이성애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이란 측면에서 비판할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성애자들이 그러고 노는 것은 얘기가 다르죠. (즞질놀이 하시는 분들이 다 동성애자분들이라면 제가 왕창 잘못 짚은 것입니다만;;) 앞에도 지적했듯이 남녀 서로간에는 노골적은커녕 은유적인 성적 비유조차 금지되어 있으면서 남성유저끼리 스스럼없이 즞질놀이를 한다는 것은, 우리는 다 이성애자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음을 뜻하며, 이것은 다른 성적 취향의 존재를 미리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으로 배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 놀이의 내용이, 한편으로는 동성애적 코드 일체를 ‘즞질’ ‘변태적’ 인 것으로 희화하하는 한편 동성애자들을 - 이성애자인 저와 마찬가지로 성적인 것 이외에 수많은 취향과 관계들로 구성된 사람들을 - 성적인 부분으로만 이미지화하는 이성애이데올로기의 무비판적 답습이라는 게 문제지용.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불펜의 개개인 분들은 대체로 동성애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서 제가 제기한 문제가 개별적인 토론사안으로 제시될 경우 거의 저와 같은 시각을 보이리라는 것은 저도 압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그런 실천이 그런 효과를 낳고 다시 그런 실천을 부른다는 것이 걱정입니다. 

음 뭐 오늘내일 내로 불펜의 즞질문화가 싹 사라져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러길 바라지도 않습니다만 (이미 친목의 한 코드로 자리잡은 걸요 ^^;;) 그냥 제가 다니는 곳 중 정치적으로 가장 올바른 곳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불펜에서 이런 종류의 태클과 그에 따르는 논쟁이 나올 만도 한데 한 번도 못본 듯하여,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싶어 떠들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