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저는 아침에 출근해서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을 열고
즐겨찾기에서 베팍을 찾아 누르고,
로그인하고 들어오는 과정이,

집에서 카메라랑 엠피쓰리 챙겨 넣고,
지하철타고 어딘가의 광장에 가서,
구석탱이 노천카페의 나무의자에 자리잡고 앉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냥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노트를 꺼내 끄적거리고, 시간을 따라 흐르는 음악을 듣고,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고, 하릴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혼자 앉아서 광장의 풍경을 보면
눈길을 끄는 풍경과, 그 속의 사람들이 있고
흥겨운 음악을 들려주는 악사가 있고,
아기자기한 악세사리를 파는 상인이 있고,
온몸에 회칠을 하고 동상처럼 서서 판토마임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그냥 바삐 스쳐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비슷한 자리에서 멀거니, 혹은 흥미롭게
주변을 살피는 사람도 있습니다.


광장의 저쪽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친한 듯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네요.

한쪽에서는 커피잔을 사이에 놓고
몇몇이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그들은 저에게는 하나의 풍경일 뿐입니다.

그들 가운데 어느 집단 혹은 개인에게 다가갈 지는
전적으로 제 선택입니다.

제가 충분히 흥미롭다면, 인상깊다면
그들이, 혹은 그(그녀)가 멋적게 다가와 인사를 건넬 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의 가능성으로서 존재합니다. 
그것이 광장입니다. 









제가 보는 베팍은, 
활기차고 시끌시끌하고, 유쾌하고, 진지한
썩 멋진 광장입니다. 

그닥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즐거워 보인다면
커피를 한 다스 정도 쏘면서 친해지시든가,

조용히 있고 싶은 탓에 그들이 못마땅하시면,
가만히 짐을 챙겨 일어나시면 그만입니다. 
여기보다 조용한 곳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저는 광장 짬이 얼마 안돼서 
눈인사 하는 분 몇몇 정도지만, 
저를 모르더라도 제 눈에 익숙한
유쾌하고, 또는 진지한 광장 토박이들의 발소리가 들리면
괜시리 반갑고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