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오락실게임 1990년대(2)
- 작성일
- 09-02-06 11:49
작년 벌어진 바다이야기 사건 덕분에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발칵 뒤집어졌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이 덕분에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사업을 대폭 단축하는 법안을 추진중에 있다. 사실 건전하게 발전되고 있는 사업장들도 많은데, 졸지에 그런 곳들까지 바다이야기 파문에 휩싸여 좁아지는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입지를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다.
소위 오락실 시대에는 이런 일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때는 사리분별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나이였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지극히 서민적인 오락실에 비리가 판을 치고 조폭들이 개입하는 등의 일들은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락실이 사라진 이후 그 자리를 대체한 아케이드 게임장들 덕분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그렇지, 현재의 아케이드 게임 산업은 나름대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발간한 ‘2006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케이드 게임장의 매출 규모는 3조 7966억원, 아케이드 게임 제조업체의 매출은 총 9655억 원으로 총 4조7621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품용게임기 관련 시장은 90%로 총 4조3000억원에 달해 경품용 게임시장이 사라지면 아케이드게임시장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오락실이 없어진 것이 우리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국내 게임시장은 물론 세계 게임시장의 추세가 아니기도 하다. 전 세계 아케이드 게임시장은 이제 파크형 게임 단지나 파찡코, 룰렛머신 게임기 등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락실에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국내 아케이드 산업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캡틴 아메리카~ AND THE AVENGERS(1991. DATA EAST제작)
사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아메리칸 히어로는 그다지 유명한 편이 아니었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맨 시리즈 3총사’는 국내에서 예전부터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그리고 코믹스 시리즈로도 많이 소개가 되었기 때문에 게임이 등장했어도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데이터 이스트가 마벨과 손을 잡고 만든 캡틴 아메리카~ AND THE AVENGERS는 1991년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2등 유수의 대전액션 게임들이 오락실을 가득 채울 때 여느 게임장이나 엄연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게임이었다. 아마 게임으로 유명해진 아메리칸 히어로물은 이 캡틴 아메리카와 이후 소개할 캡틴 코만도가 유이했을 것이다.
△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게임, 캡틴 아메리카
AVENGER란 캡틴 아메리카가 속해있는 미합중국의 지원을 받는 히어로들의 단체로, 초대 의장인 캡틴 아메리카를 필두로 서부지역 의장인 이글아이, 그리고 안드로이드 비전(당시에는 사람들이 아이스 맨이라고 불렀던)과 아이언 맨이 존재하고 있다. 이 액션 게임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악당인 레드 스컬의 음모를 물리치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게임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기본적인 게임 구조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데, A버튼은 공격버튼, B는 점프 버튼이며, A와 B를 동시에 누르면 빔이나 방패(캡틴 아메리카), 화살(이글아이)을 쓸 수 있는 특수기가 발동되었다. 또한 대시공격이 존재하고 있다는 특징도 나름대로 가지고 있었던 게임이었다.
이 게임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그래픽과 효과음이라는, 아주 원천적인 부분이었다. 이 게임에서 적들을 대시공격으로 없애버리면 유리처럼 산산조각나 깨져버리는 그래픽 효과나 악당들의 습격으로 도심가가 공격당하는 배경 모습, 그리고 큰 이펙트가 터질 때 마다 ‘퍽, 쿵’하는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글씨들은 마블과 아메리칸 코믹스 특유의 느낌을 게임에서 잘 느끼게 해 주는 촉매제였다.
△ 점프 후 지상 빔 발사! 그래도, 얍삽이라고 할 것 까지는……
캡틴 아메리카는 단순히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라는 면만을 봤을 때 꽤 어려운 게임이었다. 다른 횡스크롤 액션 게임과 같이 적들과 치고 박는 게임 패턴을 고수했다가는 첫 판도 깨기 어려울 만한 게임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코인 클리어’를 가능케 한 요인이 있었으며, 이것이 이 게임에 많은 유저들을 끌게끔 한 요인이 있었으니, 바로 이른바 충분히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 만한 ‘얍삽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A와 B버튼을 눌러 발동되는 특수기는 아이언맨과 비전에게는 상당히 강력한 무기였다. 빔 계열의 특수기를 가지고 있었던 이 캐릭터들은 원코인 클리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이 빔 특수기였다. 물론 무턱대고 사용하다가는 그 딜레이 덕분에 적들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이 특수기는 공중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점프를 한 뒤 최고점에서 방향키와 함께 공격 버튼을 누르면 지상을 향해 특수기를 발동시킬 수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캡틴 아메리카에서는 이 방식이 적들의 공격도 적절히 피하면서 공격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물론 상당한 수준의 컨트롤과 착지 시에 적들의 공격을 적절히 피하는 요령 등이 필요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4차원’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게임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캡틴 아메리카와 간부급 중 한 명인 이글아이는 가장 떨어지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비전과 아이언 맨(가장 선 굵은 레이저 빔을 발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캐릭터였다)과 달리 빔을 발사할 수 없고 방패와 화살을 쏘는 것에 만족했다는 것이었다. 즉, 캡틴 아메리카와 이글아이는 점프 후 지상으로 향한 특수기 사용이 불가능했다.
△ 능력이 제일 안 좋은 건 캡틴 아메리카, 제일 좋은 건 아이언 맨……
여담이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다른 ‘맨’시리즈들의 슈퍼 아메리칸 히어로들과는 달리 캡틴 아메리카는 선천적이나 후천적으로 뭔가의 힘을 받고 슈퍼 능력을 가진 경우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슈퍼솔저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캡틴 아메리카는 단지 스피드나 지구력, 반사신경 등이 인간의 최고점까지 도달해 있는 수준이며, 들 수 있는 무게도 고작(?) 800파운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합중국 정부에서 그에게 준 것이 바로 ‘방패’다. 미국의 소유가 된 이 특수 방패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의 슈퍼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를 한 단계 발전시킨 무기이기도 하다. 때문에 게임에서도 능력치가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사실, 아이언 맨도 최첨단 철갑옷을 뒤집어 쓴 갑부 중년 사나이에 불과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게임에서 유명해진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 등은 이후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에서 함께 레드스컬을 물리치는 에피소드에 X-MAN캐릭터들과 스파이더맨과 함께 협력하는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며(마징가Z와 겟타로보가 함께 등장하는 극장판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1990년 중, 후반에 등장하는 게임들에서도 유저들의 환대를 받기도 한다.
△ 최종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제일 안습이었던 레드스컬
개인적으로 최종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허접한 수준의 레드 스컬의 웃음소리와 ‘레디이~~GO!!'등의 BGM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캡틴 아메리카는 학창 시절 필자가 가장 재미있게 했던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메리칸 히어로물을 상당히 좋아하는 필자에게 어느 정도의 재미도 선사하면서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캡틴 아메리카가 너무 좋지 않아서 안타깝긴 했지만 말이다.
- 골든액스~ The Revenge Of Death Adder(1992. 세가 제작)
그 유명한 세가사가 제작한 골든액스의 두 번째 작품인 ‘골든액스~ 데쓰아더의 복수’. 1989년으로부터 3년 후에서야 두 번째 시리즈를 낸 세가는 이후 3편을 자사의 콘솔게임기인 메가드라이브로 발매했지만 아케이드용으로는 이후로 후속작을 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골든액스2가 마지막 아케이드로써의 마지막 골든액스였다고 할 수 있다.
△ 지옥에서 돌아온 데쓰아더!!(……사, 사우론?)
골든액스2의 스토리는 부재처럼 전작에서 주인공들에게 죽은 데쓰아더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부활하고 다시 악의 마수(?)를 평화로운 세상에 뻗쳐오는 데쓰아더를 저지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주인공들이 길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물론 전작보다 상당한 시일이 흐른 뒤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작의 주인공들이 모두 죽고 드워프인 ‘길리우스 썬더헤드’만 살아남은 상태였다. 그렇게 새로운 캐릭터인 파이터 스턴과 켄타우로스 여성인 도라, 그리고 난쟁이인 트릭스가 등장했으며 길리우스 썬더헤드는 고아라는 타이탄의 등에 탄 채 등장하게 된다.
물론 후속작으로써 갖추어야 할 모습들은 다수 보이고 있는데, 조작감이나 그래픽 등에서 많은 발전이 있음을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의 발전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액션성에서 많은 발전을 보였는데 타격감 등에서 더욱 호쾌하게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전작에 대한 향수를 호소하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발전을 다수 꾀했다.
골든액스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탈것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전작에 전갈과 사마귀로 적들을 능수능란하게 없애나가는 재미를 느낀 유저들을 위해 골든액스2 역시 사마귀와 본 드래곤을 준비하여 유저들을 만족시켰다. 또한 투석기 등 작은 공성병기들을 적들에게 빼앗아서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 사마귀를 타면 드러나는 도라의 육감적인 각선미
개인적으로 골든액스2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여성 켄타우로스인 도라가 탈것에 오르면 하반신이 죽음의 각선미를 뽐내는 인간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당시 부던히도 ‘인간형 도라’를 선택하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골든액스 시리즈는 이후 후속작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세가의 명작 컨버전 프로젝트로 인해 최신기종으로 다시 리메이크되어 등장했는데, 필자의 기억으로는 예전만 못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 캐딜락스~ 공룡신세기(1993. CAPCOM제작)
1990년 초, 오락실에 다니던 꼬마들에게 ‘캐딜락이 뭐게?’하고 물어보면 ‘공룡 나오는 오락실 게임이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캐딜락은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4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최대의 자동차 제조회사인 제너럴 모터스사(社)의 고유형 중에서 최고급 승용차의 이름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아직도 ‘캐딜락 알아?’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캡콤에서 만든 액션게임?’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정도로 캐딜락의 강한 인상과 느낌은 지금도 남아 있다.
캐딜락은 2513년(……왜 이런 년도가 붙은 건지는 모른다)을 배경으로 공룡이 부활한 세상 속에서 좋지 않은 생각을 품은 악당 박사(이름을 알아낼 수 없었다)가 공룡의 유전자를 변이시켜 인간에게 주입시키고, 그렇게 새로운 괴 생명체를 탄생시켜 그 신 인류로 세계 정복을 꿈꾼다는 내용에 주인공들(잭, 메스, 하난, 무스타파)이 그 음모를 막는 싸움을 그리고 있다.
△ 어렷을 적 잭의 슬라이딩 공격으로 원코인 클리어 하는 사람을 보고 신인 줄 알았다
게임은 매우 간단하다. 공격버튼과 점프버튼, 그리고 대시공격이 있으며, 공격버튼과 점프버튼을 한꺼번에 누르면 이른바 핋살기라고 할 수 있는, HP소량을 내주고 시전 할 수 있는 전, 후 방위 연속공격이 존재하고 있다. 자, 이 정도까지 말하면 어떤 게임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캡콤은 이 게임의 모티브를 자신들이 만들어 냈던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의 명작, 파이널 파이트에 두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게임 시작부터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맨 처음 악당들에 둘러싸여 있는 주인공들은 한 번의 공격으로 이 악당들을 때려눕히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게임 시작이 파이널 파이트와 매우 흡사하다. 또한 담배를 피우다 박치기 대시공격을 하다가 높이 뛰어올라 엉덩이 공격을 하는 적, 화면 정면에서 천천히 한 명 한 명씩 걸어 나오는 장면 등은 파이널 파이트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당시 학생이었던 필자는 이런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고, 제작사가 어디고 또 어떤 작품의 패러디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이런 점은 분명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한 번씩 파이널 파이트에서 느꼈던 재미를 회상하며 캐딜락을 할 수 있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 최강 파워의 티라노 사우루스!! 크기가 좀 작긴 작다
또한 나름대로 간단했다고 생각했던 캐딜락의 조작에서 특별한 기술을 한 가지 찾을 수 있었으며, 이 기술이 플레이어의 위력의 배가와는 무관하게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었으니, 그것이 바로 적을 잡았을 때 스트리트 파이터의 가일의 섬머솔트 커멘드(↓↑)를 입력하며 점프버튼을 누르면 발동되는 일명 ‘반달’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위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뭔가 특별함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게임의 감초’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캐딜락의 특징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공룡과 무기, 그리고 ‘캐딜락’일 것이다. 게임에 주역이라 할 수 있는 공룡은 이 게임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자고 있는 티라노사우루스, 뭣도 모르고 전진만 하는 트리케라톱스, 그리고 익룡, 벨로시렙터 등은 게임의 감초 역할은 물론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게 하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무기는 캐딜락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 무기에 직격당한 적들이 산산조각 나서 산화하는 모습 등은 당시 연령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조금 잔인한 장면일 수도 있지만, 작렬하는 로켓탄과 샷건 등은 게임의 매력을 듬뿍 더해주는 요소임에 충분했다. 이것 때문에 게임을 하는 사람도 많았을 정도로 그 호쾌함은 캐딜락 특유의 재미였다.
△ 하늘에서 떨어지는 포탄, 그걸 맞고 나가떨어지는 적들! 화끈하다
또한 게임 도중 특별 스테이지 형식으로 등장하는 ‘캐딜락’자동차를 조종할 수 있는 요소도 게임의 인기 요소 중 하나. 벌판을 달리며 가만히 서 있는 적들을 자동차로 모두 밀어버리며 시원스레 달리는 재미, 오토바이를 타고 폭탄을 던지며 도망가는 적을 충돌시켜 없애버리는 재미는 게임의 주요 요소에서 빠질 수 없었다.
캐딜락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 특별하게 멋진 조작감이라든가 그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횡스크롤 액션의 다양한 기술을 시전 할 수 있는 커맨드 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하면 지극히 ‘간단한’게임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치밀한 구성과 복잡한 시스템 등이 게임의 재미를 담보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캐딜락 역시 그런 호쾌한 액션성 등으로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은 게임 중 하나였다.
- 더 퍼니셔(1993. CAPCOM제작)
필자가 이 게임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게임관련 일을 하게 된 이후부터다. 당시 술자리에서 ‘옛날에 했던 재미있던 고전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본인이 ‘캐릭터 두 명이 선택 가능하고 해골모양이 인상적이었으며 죽으면 누군가 산소호흡을 해 주는 화면이 나오는 게임’이라며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아, 퍼니셔?’라고 대답을 한 것이다. 그렇게 이 게임의 제목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퍼니셔는 앞서 소개했던 캡틴 아메리카처럼 마블사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탄생한 게임이다.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고 또 영화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던 B급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국내에서는 알려질 일이 없었는데, 게임은 굉장히 재미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로써 퍼니셔의 이름이 국내 게임 유저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 악당이다, 악당
마블사와 캡콤사의 제휴를 통해 만들어진 퍼니셔는 캡콤 특유의 액션성이 빛나는 게임이다. 캐릭터는 단 2명이 선택 가능. 이 두 명이 악당들을 물리치는 처벌자(퍼니셔)들인데, 신기하게도 마블사의 만화가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초인이 아니다. 다만 총기와 각종 무기들을 무지하게 잘 다루는 무식한 인간들이라는 설정이다.
물론 게임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여실히 드러난다. A는 공격버튼, B는 점프버튼, 그리고 이 두 개를 누르면 앞서 소개한 캐딜락과 같이 HP조금과 맞바꿔서 전, 후 방위 전체 공격이 나가고, 점프를 한 뒤에 A와 B를 누르면 공중에서 폭탄을 던지는 방식의 통쾌한 액션이 작렬했다. 대단한 시스템과 조작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주인공은 게임을 상징하는 해골 무늬를 보란듯이 선보이면서 험상궂은 인상으로 동전을 넣은 유저들을 반긴다.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다른 게임들에서 볼 수 있는 액션을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획득하는 칼, 일본도, 몽둥이, 총, 샷건 등은 그야말로 적들을 난도질하는 흉기로 둔갑하여 한치도 거스름 없이 휘두른다. 쇠파이프, 나무망치, 가스통도 이들에게는 무기이다.
△ 빵, 빵! 무기들이 널부러져 있는데 무슨 걱정이 필요하랴
퍼니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칼, 몽둥이 등 들고 있는 무기들의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 하지만 이것이 전혀 ‘제한’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로 거의 끊임없이 무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낌없이 쓰고, 무지막지하게 나오니 전혀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퍼니셔는 이와 흡사한 더블 드래곤과 같이 적들을 무지막지하게 대하지만, 적들 마찬가지로 무지막지하게 강했기 때문에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이었다. 때문에 필자 역시 이 퍼니셔를 상당히 즐겨 했지만 한 번도 원코인 클리어를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레이저 빔을 쏘는 로봇 보스가 상당히 악랄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무지막지하게 적들을 다루지만 플레이어 역시 그에 못지않은 고초를 겪어야만 했던 퍼니셔. 하지만 그 호쾌한 액션과 멋진 모션 등은 충분히 게임을 즐기게 했던 것 같다.
△ 최종보스의 모습. 코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갈 수 없었다
- 파워드기어(1994. CAPCOM제작)
개인적으로 메카닉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 필자는, 오락실에서도 여지없이 로봇에 관련된 게임들에 많은 손이 갔다. 대전격투를 할 때도 왠지 모르게 육중한 분위기를 풍기는 로봇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런 게임들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소개하려고 하는 파워드 기어도 필자가 많은 플레이를 했던 게임이다.
북미판 기기가 대중적으로 확보되었었기 때문에 아머드 워리어즈(ARMORED WARRIORS)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고 있는 이 게임의 원 제목은 파워드 기어(POWERED GEAR). 4기의 기체가 준비되어 있으며 최대 3명까지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이다.
△ 개인적으로 굉장히 맘에 들어했던 캐릭터 셀렉트 화면
파워드 기어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다른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과 다르게 인간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메카를 조종하는 것이다(물론 멋들어진 파일럿들도 있지만). 4기의 기체들은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3개의 버튼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A버튼은 기본공격, B버튼은 점프, 그리고 C버튼이 이 게임의 주요 시스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서브웨폰의 사용이다.
이 게임의 주요 시스템은 적들을 쓰러뜨리고 난 뒤 획득할 수 있는 무기를 플레이어들이 착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적들과 싸우다 보면 다른 아이템들뿐만 아니라 드릴 무기, 집게 무기, 레이저 건 무기, 미사일 런쳐 무기 등 다양한 것들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플레이어가 이것을 획득하면 서브웨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플레이어의 기체들뿐만 아니라 적 기체들은 모두 몸체와 팔, 그리고 서브웨폰으로 나누어지는데 나머지 부분들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면 적들이 없어지면서 서브웨폰만을 떨어뜨리게 된다. 즉 이런 웨폰 세팅을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하면서 진행해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재미가 파워드 기어의 가장 큰 재미였다.
△ 이것저것 주워서 하다보면 요상한 형태가 되기도 한다
파워드 기어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멋진 그래픽과 이펙트였다. 많은 수의 메카닉 액션 게임들이 등장했지만 제대로 된 그래픽을 구현한 게임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파워드 기어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한 번쯤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멋진 그래픽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역시 아케이드 게임의 명가 캡콤이 만들었다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
그러나 파워드 기어는 아쉽게도 스트리트 파이터 이후 한동안 끊겨 있었던 ‘국민 대전액션 게임’의 명맥을 잇는 킹 오브 파이터즈 94의 등장으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전성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임이 되고 말았다. 또한 난이도 역시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보스전에서 합체를 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등의 멋진 연출 효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러 악재들 덕분에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었다.
△ 역시 제일 좋았던 것은 합체한 모습!
파워드 기어는 확실히 크게 인기는 없었던 게임이지만, 많은 유저들이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막바지로 많은 기억을 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소위 오락실 시대에는 이런 일들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때는 사리분별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나이였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지극히 서민적인 오락실에 비리가 판을 치고 조폭들이 개입하는 등의 일들은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락실이 사라진 이후 그 자리를 대체한 아케이드 게임장들 덕분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그렇지, 현재의 아케이드 게임 산업은 나름대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발간한 ‘2006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케이드 게임장의 매출 규모는 3조 7966억원, 아케이드 게임 제조업체의 매출은 총 9655억 원으로 총 4조7621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품용게임기 관련 시장은 90%로 총 4조3000억원에 달해 경품용 게임시장이 사라지면 아케이드게임시장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오락실이 없어진 것이 우리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국내 게임시장은 물론 세계 게임시장의 추세가 아니기도 하다. 전 세계 아케이드 게임시장은 이제 파크형 게임 단지나 파찡코, 룰렛머신 게임기 등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락실에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국내 아케이드 산업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캡틴 아메리카~ AND THE AVENGERS(1991. DATA EAST제작)
사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아메리칸 히어로는 그다지 유명한 편이 아니었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맨 시리즈 3총사’는 국내에서 예전부터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그리고 코믹스 시리즈로도 많이 소개가 되었기 때문에 게임이 등장했어도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데이터 이스트가 마벨과 손을 잡고 만든 캡틴 아메리카~ AND THE AVENGERS는 1991년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2등 유수의 대전액션 게임들이 오락실을 가득 채울 때 여느 게임장이나 엄연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게임이었다. 아마 게임으로 유명해진 아메리칸 히어로물은 이 캡틴 아메리카와 이후 소개할 캡틴 코만도가 유이했을 것이다.
AVENGER란 캡틴 아메리카가 속해있는 미합중국의 지원을 받는 히어로들의 단체로, 초대 의장인 캡틴 아메리카를 필두로 서부지역 의장인 이글아이, 그리고 안드로이드 비전(당시에는 사람들이 아이스 맨이라고 불렀던)과 아이언 맨이 존재하고 있다. 이 액션 게임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악당인 레드 스컬의 음모를 물리치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게임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기본적인 게임 구조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데, A버튼은 공격버튼, B는 점프 버튼이며, A와 B를 동시에 누르면 빔이나 방패(캡틴 아메리카), 화살(이글아이)을 쓸 수 있는 특수기가 발동되었다. 또한 대시공격이 존재하고 있다는 특징도 나름대로 가지고 있었던 게임이었다.
이 게임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그래픽과 효과음이라는, 아주 원천적인 부분이었다. 이 게임에서 적들을 대시공격으로 없애버리면 유리처럼 산산조각나 깨져버리는 그래픽 효과나 악당들의 습격으로 도심가가 공격당하는 배경 모습, 그리고 큰 이펙트가 터질 때 마다 ‘퍽, 쿵’하는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글씨들은 마블과 아메리칸 코믹스 특유의 느낌을 게임에서 잘 느끼게 해 주는 촉매제였다.
캡틴 아메리카는 단순히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라는 면만을 봤을 때 꽤 어려운 게임이었다. 다른 횡스크롤 액션 게임과 같이 적들과 치고 박는 게임 패턴을 고수했다가는 첫 판도 깨기 어려울 만한 게임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코인 클리어’를 가능케 한 요인이 있었으며, 이것이 이 게임에 많은 유저들을 끌게끔 한 요인이 있었으니, 바로 이른바 충분히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 만한 ‘얍삽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A와 B버튼을 눌러 발동되는 특수기는 아이언맨과 비전에게는 상당히 강력한 무기였다. 빔 계열의 특수기를 가지고 있었던 이 캐릭터들은 원코인 클리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이 빔 특수기였다. 물론 무턱대고 사용하다가는 그 딜레이 덕분에 적들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이 특수기는 공중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점프를 한 뒤 최고점에서 방향키와 함께 공격 버튼을 누르면 지상을 향해 특수기를 발동시킬 수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캡틴 아메리카에서는 이 방식이 적들의 공격도 적절히 피하면서 공격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물론 상당한 수준의 컨트롤과 착지 시에 적들의 공격을 적절히 피하는 요령 등이 필요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4차원’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게임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캡틴 아메리카와 간부급 중 한 명인 이글아이는 가장 떨어지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비전과 아이언 맨(가장 선 굵은 레이저 빔을 발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캐릭터였다)과 달리 빔을 발사할 수 없고 방패와 화살을 쏘는 것에 만족했다는 것이었다. 즉, 캡틴 아메리카와 이글아이는 점프 후 지상으로 향한 특수기 사용이 불가능했다.
여담이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다른 ‘맨’시리즈들의 슈퍼 아메리칸 히어로들과는 달리 캡틴 아메리카는 선천적이나 후천적으로 뭔가의 힘을 받고 슈퍼 능력을 가진 경우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슈퍼솔저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캡틴 아메리카는 단지 스피드나 지구력, 반사신경 등이 인간의 최고점까지 도달해 있는 수준이며, 들 수 있는 무게도 고작(?) 800파운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합중국 정부에서 그에게 준 것이 바로 ‘방패’다. 미국의 소유가 된 이 특수 방패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의 슈퍼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를 한 단계 발전시킨 무기이기도 하다. 때문에 게임에서도 능력치가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사실, 아이언 맨도 최첨단 철갑옷을 뒤집어 쓴 갑부 중년 사나이에 불과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게임에서 유명해진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 등은 이후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에서 함께 레드스컬을 물리치는 에피소드에 X-MAN캐릭터들과 스파이더맨과 함께 협력하는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며(마징가Z와 겟타로보가 함께 등장하는 극장판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1990년 중, 후반에 등장하는 게임들에서도 유저들의 환대를 받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최종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허접한 수준의 레드 스컬의 웃음소리와 ‘레디이~~GO!!'등의 BGM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캡틴 아메리카는 학창 시절 필자가 가장 재미있게 했던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메리칸 히어로물을 상당히 좋아하는 필자에게 어느 정도의 재미도 선사하면서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캡틴 아메리카가 너무 좋지 않아서 안타깝긴 했지만 말이다.
- 골든액스~ The Revenge Of Death Adder(1992. 세가 제작)
그 유명한 세가사가 제작한 골든액스의 두 번째 작품인 ‘골든액스~ 데쓰아더의 복수’. 1989년으로부터 3년 후에서야 두 번째 시리즈를 낸 세가는 이후 3편을 자사의 콘솔게임기인 메가드라이브로 발매했지만 아케이드용으로는 이후로 후속작을 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골든액스2가 마지막 아케이드로써의 마지막 골든액스였다고 할 수 있다.
골든액스2의 스토리는 부재처럼 전작에서 주인공들에게 죽은 데쓰아더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부활하고 다시 악의 마수(?)를 평화로운 세상에 뻗쳐오는 데쓰아더를 저지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주인공들이 길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물론 전작보다 상당한 시일이 흐른 뒤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작의 주인공들이 모두 죽고 드워프인 ‘길리우스 썬더헤드’만 살아남은 상태였다. 그렇게 새로운 캐릭터인 파이터 스턴과 켄타우로스 여성인 도라, 그리고 난쟁이인 트릭스가 등장했으며 길리우스 썬더헤드는 고아라는 타이탄의 등에 탄 채 등장하게 된다.
물론 후속작으로써 갖추어야 할 모습들은 다수 보이고 있는데, 조작감이나 그래픽 등에서 많은 발전이 있음을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의 발전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액션성에서 많은 발전을 보였는데 타격감 등에서 더욱 호쾌하게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전작에 대한 향수를 호소하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발전을 다수 꾀했다.
골든액스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탈것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전작에 전갈과 사마귀로 적들을 능수능란하게 없애나가는 재미를 느낀 유저들을 위해 골든액스2 역시 사마귀와 본 드래곤을 준비하여 유저들을 만족시켰다. 또한 투석기 등 작은 공성병기들을 적들에게 빼앗아서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개인적으로 골든액스2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여성 켄타우로스인 도라가 탈것에 오르면 하반신이 죽음의 각선미를 뽐내는 인간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당시 부던히도 ‘인간형 도라’를 선택하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골든액스 시리즈는 이후 후속작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세가의 명작 컨버전 프로젝트로 인해 최신기종으로 다시 리메이크되어 등장했는데, 필자의 기억으로는 예전만 못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 캐딜락스~ 공룡신세기(1993. CAPCOM제작)
1990년 초, 오락실에 다니던 꼬마들에게 ‘캐딜락이 뭐게?’하고 물어보면 ‘공룡 나오는 오락실 게임이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캐딜락은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4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최대의 자동차 제조회사인 제너럴 모터스사(社)의 고유형 중에서 최고급 승용차의 이름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아직도 ‘캐딜락 알아?’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캡콤에서 만든 액션게임?’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정도로 캐딜락의 강한 인상과 느낌은 지금도 남아 있다.
캐딜락은 2513년(……왜 이런 년도가 붙은 건지는 모른다)을 배경으로 공룡이 부활한 세상 속에서 좋지 않은 생각을 품은 악당 박사(이름을 알아낼 수 없었다)가 공룡의 유전자를 변이시켜 인간에게 주입시키고, 그렇게 새로운 괴 생명체를 탄생시켜 그 신 인류로 세계 정복을 꿈꾼다는 내용에 주인공들(잭, 메스, 하난, 무스타파)이 그 음모를 막는 싸움을 그리고 있다.
게임은 매우 간단하다. 공격버튼과 점프버튼, 그리고 대시공격이 있으며, 공격버튼과 점프버튼을 한꺼번에 누르면 이른바 핋살기라고 할 수 있는, HP소량을 내주고 시전 할 수 있는 전, 후 방위 연속공격이 존재하고 있다. 자, 이 정도까지 말하면 어떤 게임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캡콤은 이 게임의 모티브를 자신들이 만들어 냈던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의 명작, 파이널 파이트에 두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게임 시작부터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맨 처음 악당들에 둘러싸여 있는 주인공들은 한 번의 공격으로 이 악당들을 때려눕히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게임 시작이 파이널 파이트와 매우 흡사하다. 또한 담배를 피우다 박치기 대시공격을 하다가 높이 뛰어올라 엉덩이 공격을 하는 적, 화면 정면에서 천천히 한 명 한 명씩 걸어 나오는 장면 등은 파이널 파이트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당시 학생이었던 필자는 이런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고, 제작사가 어디고 또 어떤 작품의 패러디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이런 점은 분명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한 번씩 파이널 파이트에서 느꼈던 재미를 회상하며 캐딜락을 할 수 있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나름대로 간단했다고 생각했던 캐딜락의 조작에서 특별한 기술을 한 가지 찾을 수 있었으며, 이 기술이 플레이어의 위력의 배가와는 무관하게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었으니, 그것이 바로 적을 잡았을 때 스트리트 파이터의 가일의 섬머솔트 커멘드(↓↑)를 입력하며 점프버튼을 누르면 발동되는 일명 ‘반달’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위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뭔가 특별함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게임의 감초’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캐딜락의 특징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공룡과 무기, 그리고 ‘캐딜락’일 것이다. 게임에 주역이라 할 수 있는 공룡은 이 게임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자고 있는 티라노사우루스, 뭣도 모르고 전진만 하는 트리케라톱스, 그리고 익룡, 벨로시렙터 등은 게임의 감초 역할은 물론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게 하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무기는 캐딜락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 무기에 직격당한 적들이 산산조각 나서 산화하는 모습 등은 당시 연령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조금 잔인한 장면일 수도 있지만, 작렬하는 로켓탄과 샷건 등은 게임의 매력을 듬뿍 더해주는 요소임에 충분했다. 이것 때문에 게임을 하는 사람도 많았을 정도로 그 호쾌함은 캐딜락 특유의 재미였다.
또한 게임 도중 특별 스테이지 형식으로 등장하는 ‘캐딜락’자동차를 조종할 수 있는 요소도 게임의 인기 요소 중 하나. 벌판을 달리며 가만히 서 있는 적들을 자동차로 모두 밀어버리며 시원스레 달리는 재미, 오토바이를 타고 폭탄을 던지며 도망가는 적을 충돌시켜 없애버리는 재미는 게임의 주요 요소에서 빠질 수 없었다.
캐딜락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 특별하게 멋진 조작감이라든가 그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횡스크롤 액션의 다양한 기술을 시전 할 수 있는 커맨드 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하면 지극히 ‘간단한’게임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치밀한 구성과 복잡한 시스템 등이 게임의 재미를 담보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캐딜락 역시 그런 호쾌한 액션성 등으로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은 게임 중 하나였다.
- 더 퍼니셔(1993. CAPCOM제작)
필자가 이 게임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게임관련 일을 하게 된 이후부터다. 당시 술자리에서 ‘옛날에 했던 재미있던 고전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본인이 ‘캐릭터 두 명이 선택 가능하고 해골모양이 인상적이었으며 죽으면 누군가 산소호흡을 해 주는 화면이 나오는 게임’이라며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아, 퍼니셔?’라고 대답을 한 것이다. 그렇게 이 게임의 제목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퍼니셔는 앞서 소개했던 캡틴 아메리카처럼 마블사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탄생한 게임이다.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고 또 영화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던 B급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국내에서는 알려질 일이 없었는데, 게임은 굉장히 재미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로써 퍼니셔의 이름이 국내 게임 유저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마블사와 캡콤사의 제휴를 통해 만들어진 퍼니셔는 캡콤 특유의 액션성이 빛나는 게임이다. 캐릭터는 단 2명이 선택 가능. 이 두 명이 악당들을 물리치는 처벌자(퍼니셔)들인데, 신기하게도 마블사의 만화가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초인이 아니다. 다만 총기와 각종 무기들을 무지하게 잘 다루는 무식한 인간들이라는 설정이다.
물론 게임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여실히 드러난다. A는 공격버튼, B는 점프버튼, 그리고 이 두 개를 누르면 앞서 소개한 캐딜락과 같이 HP조금과 맞바꿔서 전, 후 방위 전체 공격이 나가고, 점프를 한 뒤에 A와 B를 누르면 공중에서 폭탄을 던지는 방식의 통쾌한 액션이 작렬했다. 대단한 시스템과 조작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주인공은 게임을 상징하는 해골 무늬를 보란듯이 선보이면서 험상궂은 인상으로 동전을 넣은 유저들을 반긴다.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다른 게임들에서 볼 수 있는 액션을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획득하는 칼, 일본도, 몽둥이, 총, 샷건 등은 그야말로 적들을 난도질하는 흉기로 둔갑하여 한치도 거스름 없이 휘두른다. 쇠파이프, 나무망치, 가스통도 이들에게는 무기이다.
퍼니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칼, 몽둥이 등 들고 있는 무기들의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 하지만 이것이 전혀 ‘제한’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로 거의 끊임없이 무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낌없이 쓰고, 무지막지하게 나오니 전혀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퍼니셔는 이와 흡사한 더블 드래곤과 같이 적들을 무지막지하게 대하지만, 적들 마찬가지로 무지막지하게 강했기 때문에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이었다. 때문에 필자 역시 이 퍼니셔를 상당히 즐겨 했지만 한 번도 원코인 클리어를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레이저 빔을 쏘는 로봇 보스가 상당히 악랄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무지막지하게 적들을 다루지만 플레이어 역시 그에 못지않은 고초를 겪어야만 했던 퍼니셔. 하지만 그 호쾌한 액션과 멋진 모션 등은 충분히 게임을 즐기게 했던 것 같다.
- 파워드기어(1994. CAPCOM제작)
개인적으로 메카닉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 필자는, 오락실에서도 여지없이 로봇에 관련된 게임들에 많은 손이 갔다. 대전격투를 할 때도 왠지 모르게 육중한 분위기를 풍기는 로봇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런 게임들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소개하려고 하는 파워드 기어도 필자가 많은 플레이를 했던 게임이다.
북미판 기기가 대중적으로 확보되었었기 때문에 아머드 워리어즈(ARMORED WARRIORS)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고 있는 이 게임의 원 제목은 파워드 기어(POWERED GEAR). 4기의 기체가 준비되어 있으며 최대 3명까지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이다.
파워드 기어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다른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과 다르게 인간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메카를 조종하는 것이다(물론 멋들어진 파일럿들도 있지만). 4기의 기체들은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3개의 버튼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A버튼은 기본공격, B버튼은 점프, 그리고 C버튼이 이 게임의 주요 시스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서브웨폰의 사용이다.
이 게임의 주요 시스템은 적들을 쓰러뜨리고 난 뒤 획득할 수 있는 무기를 플레이어들이 착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적들과 싸우다 보면 다른 아이템들뿐만 아니라 드릴 무기, 집게 무기, 레이저 건 무기, 미사일 런쳐 무기 등 다양한 것들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플레이어가 이것을 획득하면 서브웨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플레이어의 기체들뿐만 아니라 적 기체들은 모두 몸체와 팔, 그리고 서브웨폰으로 나누어지는데 나머지 부분들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면 적들이 없어지면서 서브웨폰만을 떨어뜨리게 된다. 즉 이런 웨폰 세팅을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하면서 진행해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재미가 파워드 기어의 가장 큰 재미였다.
파워드 기어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멋진 그래픽과 이펙트였다. 많은 수의 메카닉 액션 게임들이 등장했지만 제대로 된 그래픽을 구현한 게임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파워드 기어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한 번쯤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멋진 그래픽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역시 아케이드 게임의 명가 캡콤이 만들었다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
그러나 파워드 기어는 아쉽게도 스트리트 파이터 이후 한동안 끊겨 있었던 ‘국민 대전액션 게임’의 명맥을 잇는 킹 오브 파이터즈 94의 등장으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전성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임이 되고 말았다. 또한 난이도 역시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보스전에서 합체를 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등의 멋진 연출 효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러 악재들 덕분에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었다.
파워드 기어는 확실히 크게 인기는 없었던 게임이지만, 많은 유저들이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막바지로 많은 기억을 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 '작년 벌어진 바다이야기 사건 덕분에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발칵 뒤집어졌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이 덕분에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사업을 대폭 단축하는 법안을 추…', 'http://www.gamtoon.com/wupload/achistory0701120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