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영화를 좋아해서 백리가 멀다하고 영화를 찾아 다니고 이리 저리 영화관련 책들을 쌓아놓고 읽고 있으면 한번쯤은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전공이 뭐예요??"

"네. 역사입니다. 그걸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밥벌어 먹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 주로 이런 말을 듣게 되지요.

"역사 관련 영화들을 주로 보시겠네요?" 

"아이들과 역사 관련 영상물을 한번 만들어보시지 그러세요?"

"현재의 역사를 기록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제가 실제로 다 들어 봤던 물음들입니다.

세가지 모두에 대해서 '아니요'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말도 하지요. 참 전공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 역사보다 영화 쪽으로 나갔어야 하는데... 이러면서 아깝다는 투로 말하는 분도 계십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역사를 공부한 것이 영화를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점이냐면, 바로 어떤 주장을 펼칠 때 근거를 가지고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역사 논문을 쓸때가 그렇습니다.
막연히 이 상황에서 이랬을 것 같다가 아니라 사료적 근거를 가지고 주장을 전개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훈련이 제게 영화를 볼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막연히 '그 영화 참 죽이지'가 아니라 '그 영화에서 숏의 움직임이 어떻구 카메라가 어떻게 움직였기 때문에 그런 의미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게 되거던요.

그리고 아무래도 역사과이다 보니 시대극 영화를 보게 되면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허구일까를 사료를 통해 찾아보는 버릇은 있네요.

꼭 역사과 뿐만 아리라 다른 전공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봅니다.
저는 과학자 정재승씨가 쓴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라는 책을 읽고 탐복을 했습니다. 철학자 이진경씨의 <씨네필로소피>를 읽고도 마찬가지고요.

보다 다양한 영화나 문학 평론이 이루어질려면 자기 전공의 관점에서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껏 아마추어가 쓴 가장 좋은 평론은 제 동기가 쓴 글이었습니다. 꽃을 너무 좋아해서 플라워 디자이너를 하고 있는 친구인데 영화 속에 나타나는 꽃에 대해 글을 쓴 것이었거던요. 저는 그 아이를 통해 영화 스탭 중에 플라워 디렉터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거던요.

불펜에서도 자기 전공을 맘껏 살린 영화평이나 도서평을 봤으면 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