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

나는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군대를 제대한 이후 실명 판정을 받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내가 자각하지 못했던 아주 어렸을 시절부터
 
나도 모르게 오른쪽 눈으로만 봐 버릇 했단다.

그래서 오른쪽 눈만을 썼기 때문에 왼쪽 눈은 기능을 하지 못해서 퇴화를 거듭하다

기능을 잃은 것이다.

(그래서 진화론을 나는 믿는다)

평생을 오른쪽 눈으로만 봐 왔기 때문에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뭐 사실 그렇게 불편할 건 없지만,

불편할 때가 딱 하나 있다.

바로 연애를 하고 있을 때.

왼쪽에 그녀를 두면,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왠만하면 내 오른쪽에 차도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함께 걸을 때, 왼쪽에 그녀를 두면, 그녀는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항상 그 사람들과 이별을 할 때 마다, 걸을때마다 항상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슬펐다- 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뭐, 지금은 연애를 하고 있지는 않아서 그런 불편함은 없지만,

봄이 되니, 그런 불편함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지난날의 일들은,

모두 행복한 투덜거림이지 않았나 싶다.


2.

지금도 그렇고, 출근하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내 위에 수놓여져 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버리고 싶은 듯한 기분이 든다는,

기분을 들뜨게 만들고 즐겁게 만든다는, 그런 날이다.

하지만 어쩐지, 너무나 좋은 날씨를 보니 도리어 슬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좋지 않은 일이 생겨버렸다.

후후,

사람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화창, 쾌창한 날씨가

왠지 원망스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