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처음.. 소개팅 해 볼 생각이 없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별 생각이 없이, 그래도 스물다섯 청춘에 한 번도 소개팅 못 해보고 보내는 것이 억울해서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행운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처음 봤을 때, 서로 잠깐 엇갈려서 찾다가 보고서 어색하게 웃던 그 모습.
 그 배시시 웃는 모습에 넋이 나갔던 제 모습..

 같이 청계천도 걷고, 양수리 강가도 걸어보고, 여의도 벛꽃도 같이 보고...
 어느 순간 슬쩍 손도 잡아보고, 나중에는 어깨에 제 손도 올려보고..
 그래도 조금은 두려웠습니다.
 정말, 마음 가는대로 해도 괜찮은 걸까? 혹시 내가 이 괜찮은 사람을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
 처음이라서,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는..
 그야말로 뭘 잘 모르는 남자에게..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나만을 위해서 살았던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 가족들을 위해서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게 너무 소홀했는지도, 좀 무심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잡은 이 좋은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저는 너무 이기적이었으니까요.
 
 같이 있으면, 참 좋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도 과연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 조금 두려웠습니다.
 만나서, 조용히 좋아한다는 말은 했습니다.
 좀 기다려달라고 하더군요..
 겁이 났습니다. 그리고.. 무서웠습니다.

 그제.. 그런 말을 꺼내더군요.
 조심스레 말을 꺼내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편하게 말이죠.
 "사귀고, 헤어진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서, 학교에는 사귄다고 말 못할 것 같은데.. 괜찮아?"
 으응...?
 어렵게 말을 꺼내는 것이 겨우 이거....?
 더 심각한 상황도 생각했던 제가 우스워지더군요. 피식 웃음이 납니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요새 배웁니다.
 한 달에 문자 30개도 보내기 아깝던 이 남자가, 한 사람을 위해 한 달에 200통이 넘는 문자를 보냅니다.
 이모티콘을 쓸 줄 몰라서, 무미건조한 문자만 보내던 이 남자가, 이제는 이모티콘도 쓸 줄 압니다.
 항상 무표정한 얼굴이었던 이 남자가, 좀 더 부드럽게 보이고 싶어서 웃음도 지어 봅니다.
 대강 밥을 때우던 남자가, 같이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기 위해 열심히 맛집 블로그를 뒤집니다.
 공연 티켓은 응모도 하지 않던 남자가, 무엇을 같이 볼까 상상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그리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깨닫습니다.
 그게.. 기적입니다.

 네, 그제부터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좋아해주는 기적을 얻었습니다.
 소박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을 꼭 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이 힘들어 할 때, 위로가 되주고, 기뻐할 때, 같이 웃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잘 해야겠죠?^^ 지금 보다 더.

 사랑하기 좋은 날입니다. 그리고 사랑하기 좋지 않은 날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말 듣기 싫어서라도, 지금 제가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 더 노력해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