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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어떤 시를 수업시간에 읇어주었다

귀촉도란 시다 뭔가 짠했다 날마다 가스통만 짋어지고 다니다가 시란 걸 보니 너무 가슴이 뭉클했다

그녀 연습장에 ~여기 잘 온 것 같다 시가 너무 좋네라고 적었다

그녀가 그럼 김밥 사줘요 라고 했지만 절대로 얻어먹는 법이 없었다

그 날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일요일에 국어문제집 한 권을 다 읽었다

물론 문제는 풀기가 싫어서 지문만 읽었다

국어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감동적인 시가 너무 많았고 재미있는 소설도 많았다

남녀간의 애정을 다룬 소설이나 시가가 나오면 마치 그녀와 날 위해 지었나보다라고

내 맘대로 생각했으니까

3주일 후 난 고백을 했고 사귀기로 했다 그리고 1주일 후에 난 종합반에 다니기로 했다

1주일도 안 돼서 난 그녀와 친한 언니와 모두 알게되었고 그녀를 귀찮게 하는 아저씨들도

더 이상 그녈 방해하지 않았다

난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서 수능을 볼 수가 없었다

난 그녀 몰래 검정고시를 본 끝에 수능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공부란 건 정말 오묘하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공부할 양이 많아졌다

98년에 시험봤지만 400점 만점에 100점이 나오지 않았다

나름 열심히 공부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워낙 기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그녀에게 물어보는 것도 자존심이 상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카세트에 학원선생님 강의를 녹음해서 트럭으로 배달갈 때마다 들었다

작년에 공부했던 교재를 찢어서 차창에 붙여서 다니면서 공부했다

나도 잘하고 싶다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항상 피곤했지만 뭔가를 알아가는 느낌은 정말 괜찮았다

99년엔 아마 140점 정도가 나왔던 것 같다

뭐 여전히 바닥권이었지만 100점도 안 나왔던 것에 비해 많이 올랐단 것에 위안을 삼았다

그녀는 유아교육과에 갈 생각이었는데 점수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역시 원서를 내지 않았다

00년엔 드디어 250점이 넘었다 영어단어를 많이 암기했던 것이 원인이다

영어점수가 70점을 넘어섰으니까

그녀는 지역 4년제 사립대 유아교육과에 진학을 했다 01학번이 된 것이다

후보 100번이 넘었었지만 중간에 많이 빠져나가서 합격을 한 모양이다

그녀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론 불안했다

뭐 80년대 영화에 대학진학한 남자가 여공인 여자 차버리는 영화가 떠올랐으니까

 

01년 그녀는 봄 엠티를 다녀왔고 난 여전히 수능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전화와 문자가 뜸해졌고 6월에 그녀는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다 (02년에 안 거지만 학교선배더라)

수능공부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 하는 거 정말 미안하다면서 올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면 좋겠다고 하더라~

미안한 짓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게다가 오지랖도 넓지~

헤어지면 끝이지 남이사 대학에 가든 말든 그게 뭔 상관이냐

 

뭐 늘 그랬다

내 아버지도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으니까 나에겐 원래 사람에 대한 믿음 같은 게 잘 없었다

그녀를 만난 뒤로 이런 건 무뎌지기 했지만 이제부터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래 인생이란 늘 혼자더라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학원에 가지 않고 가스배달만 열심히 했지만 쉽게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 오래 봐온 학원선생님이 학원오라고 권유하길래 돈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지만

학원선생님이 그냥 다니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다니게 되었다

사실 그때부터 공부가 별로 재미없어졌다 좋아했던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도 재미가 없어졌다 1달을 허무하게 보냈다

어느 날 부동산 사장님이 날 부르더니 그녀가 찾아왔었는데 ~ 너 공부 좀 하게 말 좀 해주라고 했다고 하셨다
 

망할 계집애 ~ 오지랖도 넓지~ 사람 망신 주는 것도 가지가지지

정말 짜증도 났고 더러워서 너보다 더 좋은 학교에 갈 것이다란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지금은 고맙게 생각한다)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사실 임용시험 공부할 때도 코피난 적 없었는데 코피도 났다)

01년에 본 수능시험에선 300점을 겨우 넘겼다

사실 공부만 열심히 했지 무슨 과를 갈이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확실한 취업을 위해선 사범대에 가서 임용시험을 준비하던가 안되면 공무원시험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교과 국교과 일사교육과 역사교육과 중에 가기로 결심했고

임용시험 문제를 분석해보니까 국어와 역사는 너무나 어려웠고(왜냐하면 입시학원 몇년동안엔 한자를 가르쳐주지 않아서

난 지금도 내이름 외엔 한자는거의 쓰지 못하는데 국어와 역사공부하려면 한자는 필수이다) 

영어는 발음과 문법이 엉망이라 일사교육과에 가기로 결정했다 불행히도 점수대가 그녀가 가는 학교 외에 갈 수가 없다

원서는 일사교육과 국어교육과 행정학과(공뭔셤 때문) 세 군데 넣었다

국교과엔 낙방을 했고 일사교육과 행정학과에 합격했는데 결국 일사교육과에 진학을 했다

02학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