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익스겅의 방귀녀 글을보니 또 옛날 일화가 떠오른다.



예전에 시내버스를 타고 뒷자리에 서서 가고 있을때였다.

신촌에서 버스를 탔는데 버스는 너무너무 밀리고 차안에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고

후덥지근한 열기가 말도 못하게 사람을 지치게 하였다.



맨 뒷줄께에 서서 가고 있었는데 내 앞에 앉아 있던 어떤 여학생의 얼굴이 갑자기

백짓장이 되더니 버스 바닥에 구토를 해 놓은 것이었다.



순간 버스는 아수라장이 되고, 그 비좁던 버스안이 어떻게 그런 공간이 있었던지

구토물 주위로 휑한 공간이 생겼다.



멀미를 하던 여학생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바닥에 오바이트를 한 모양인데,

이 아가씨 참 딱하게 되었다. 거의 울려고 하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 때,

내가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던 여행용 티슈 뭉치를 꺼내어 그 아가씨에게 주었다.

아가씨는 그 휴지뭉치로 바닥을 닦으며 어찌 수습을 해보려 하는데 너무 당황했는지

허둥지둥하기만 했다.



나는 그 아가씨가 너무 불쌍해서 같이 쪼그리고 앉아서 휴지뭉치를 죄다 뽑아서

구토물을 덮고, 휴지로 대충 수습하여 휴지뭉치를 비닐봉투에 넣는걸 도와주었다.

아가씨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대충 수습하여 휴지쪼가리들을 비닐 봉투에 넣은 나는 냄새와 열기를 참기 힘들어

다음 정류장에 내렸고, 그 이상 챙피할 수 없었던 그 아가씨도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아가씨는 여전히 내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더 이상 좋은 찬스는 없다.

이럴때 쓰는 적절한 멘트가 있는 법이다.



"고마우시면 시원한 음료수나 한 잔 사시죠~"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안하고 휴지통을 찾아 비닐봉지를 버리고 뒤돌아 가던 길을 갔다.







제기랄...























그 때, 나는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신혼이었다.


















왜 없어서 곤궁하던 시절엔 이런 일도 안 생기더냔 말이다.


그 아가씨 꽤 이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