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 주류측의 화합 제의를 끝내 뿌리치면서 재보선 후 안정을 찾던 한나라당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와 관련해 "더 덧붙일 말이 없다"고 밝히고 이어 당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친박진영 선거책임론에 대해 "친박이 발목잡은 게 뭐가 있느냐, 친박 때문에 선거에 떨어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쾌해 했다.
박 전 대표가 지도부가 내민 화해의 손을 뿌리친 것은 친박 진영 내부의 사정도 사정이지만 그 보다는 현 시점에서 굳이 주류 측과 한 배를 탐으로써 국정과 당 운영의 연대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심모원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미 잃을 것은 다 잃었기 때문에 비주류 방관자로서의 스탠스를 계속 가져가더라도 추가적인 부담이 생기지 않는다는 계산일 뿐 아니라 주류 측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이른바 여당 내 야당으로서의 선명성도 한껏 부각시킬 수 있다는 셈법도 작용한다.
평소 원칙을 강조해 온 박 전 대표의 행태로 미뤄 당분간 이같은 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주류 측으로서도 박 전 대표의 마음을 돌려놓을 묘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 박근혜 '마이웨이' 선언, 거센 후폭풍
문제는 박 전 대표의 사실상 '마이웨이' 선언이 당내에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10일에는 소장파에 이어 정몽준 최고위원이 조기전당대회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며 박근혜 전 대표와 당권을 두고 경쟁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한동안 잠복했던 조기전대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고 현 지도체제가 흔들거리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뭐 한 두 사람이 이야기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그것은 당헌당규에 따라서 해야 한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희태 대표는 11일 CBS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지금 경제 살리기에 온 국민이 땀을 흘리고 정말 눈물 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 당에서는 당권을 놓고 다투는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시기적으로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표가 '당쇄신과 화합'을 뼈대로 하는 당수습방안이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인해 빛이 바랜 상황에서도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대목이지만 대표의 의지가 당내에 그대로 관철될 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선거참패와 내분 수습의 당사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11일 귀국하면 박희태 대표와 회동할 가능성이 높고 중앙아시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는 백가쟁명식 당화합·쇄신방안이 산발적으로 제기되면서 당이 시끄러울 것으로 관측된다.
dlwo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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