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문맥상 경어체가 생략되더라도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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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최근 민노총파업과 연관이 있는 회사라서 비상대기상태로 사무실에서 숙직섰습니다.
침대도 대기실도 아무것도 없는지라 의자에서 설잠자고 1시간전에 들어와서
아침밥먹고 컴터앞에 앉았는데 하루가 지나면 나아질거같았던 막막한 가슴은 더더욱무거워집니다.

저는 노사모회원도 아니었고 부끄럽지만 대선때 회사일로 투표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티비와 신문넘어로 누구보다도 강하게 뿜어져나오는 신념과 매력을 느끼곤 심적으로 응원했을뿐입니다.

그러다가 16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열린우리당 창당하고, 수구세력의 견제에 발목잡히면서 종국엔 탄핵도 당하고
열린우리당 또한 의견대립으로 분해되고...

그러면서도 꿋꿋히 1년, 2년.. 계속버텨오더군요.
뭔가 달랐습니다. 이 사람은 뭔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기존자리에 있던 대통령들이나 정치인들과는 논리,언변부터 남달랐습니다. 고작 "고졸출신"주제에...
한두마디만 들어도 듣는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고,
그전까지 지겹게 들어왔던 "무조건 잘하면 된다"라는 식의 대답과는 차별되는 지극히 합리적인 언행들이었습니다.
그로인해 늘 그사람의 입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떠한 것들을 꺼내주는가에 흥미가 생겨 들어보지 않고는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그사람이 갔습니다.

퇴임하고 고작 1년 6개월도 지나지 않아서의 지금 상황입니다.
너무도 급작스럽다고 느끼면서도 곰곰히 되새겨보니 그사이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는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발짝 물러서 보니 정작, 그 분 자신의 손으로 벌인 고유한 범죄가 있는가라는 사실이 없음에도
모든 세간의 시선과 손가락은 그 분에게 향해 있었다는 사실에 공허함마져 느껴졌습니다.

우리들 스스로에게는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그에게는 노무현은 이제 보통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전임 대통령의 신분을 들먹이며 밝혀지지도 않은 사실로
저사람은 그랬을꺼다라는 편견과 군중심리로 자근자근 짓밟아 왔다는 것을...
그리고 그모습속에 어느덧 내가 있었고 여러분들이 있었다는 것을...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 사람 다웠습니다.
너무나도 아쉽고 슬프지만 가장 명쾌하고 당당한 방법으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끝까지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신념이었던 도덕성, 결백성, 열정을 끝까지 가지고 갔습니다.
사람들의 근거없는 지탄과 시기,비아냥에도 죽음으로써 꺾일지언정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그가 전해주는 메세지이자, 당당한 요구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가 전해준 이메세지를 가슴 한켠에 품고, 그토록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마지막까지 살지 못했던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를 추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