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두 분향소 갔다왔써유~~~~
- 작성일
- 09-05-25 23:11
간밤에 잠을 못자서 지금도 서서히 좀비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후딱 갔다와야 할 거 같아서유~~
오늘따라 교수님이 잡고 안놔주시는 바람에 6시에야 기숙사 가서 씻고 옷갈아 입을 수 있었구만유~
평소에 검은 셔츠 정도는 하나 준비해 놓는 건데...
입을만한 옷이 없어서 대충 단정한 색으로 색깔만 맞춰 갔네유~
원래 제 패션의 모토는 '눈에 보이는 대로' 이기 때문에 옷 입을 때 길게 고민 안하는디
한 20분은 입었다 벗었다 한 거 같네유.
옷 차림이 영 구려서 그냥 혼자 갔다 왔써유~ 커즈군 쏘리 ㅋ
버스타고 시청역으로 향했는디
제가 길치에 방향치라서~~
대전은 시청 남문 광장이 젤 큰디 그 짝인 줄 알았드만 반대쪽 북문 쪽에 분향소가 있더구만유
대전이라 한산할 줄 알았는디 줄이 허벌나게 길어부렀슈~
제가 너무 과소평가했었나 봐유~
한 30분은 기다린 거 같애유~
아
줄을 서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서 타임 한 갑을 샀지유~
저는 담배에 대한 혐오가 좀 커서 초딩 때 아버지 담배 심부름한 이후
제 손으로 담배를 사보기는 처음이었네유
왤케 쭈뼛쭈뼛 하든지.
국화는 얼핏 보니까 나눠 주시길래 담배만 달랑 들고 갔구만유...
방명록에 간단히 몇 자 적고
국화 올리고
담배는 보니까 불 붙여서 태우는 게 간지나든디~
제가 담배를 안 피워봐가지구 그냥 멋도 없이 한까치 빼서 영정 사진 앞에 놓고 담배갑은 구석에 놓고 왔네유
환하게 웃는 영정 사진을 보니께
슬프다는 감정 보다는 그냥 담담하면서도 착잡하드만유
하여튼 하느님은 너무 이기적이세유
별 쓰레기같은 것들은 님도 거두기 시러하시믄서
항상 좋은 분들만 쏙쏙 먼저 데꾸가시더라구유~
그렇게 천당에 일손이 부족헌가;;;;
아무튼 저는 노짱 아재가 못견디게 그리웠다기 보다는
그냥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종류의 의무감에 갔다온 거 같구먼유
보니까 가족 단위로 애들 데리고 나온 부모님들이 많으시든디
좋은 체험 학습이 될 듯 싶더구먼유~~
조문하신 분들 분향소에서 봉사하시는 분들, 모두 욕 마니 봤쓔~
제가 분향 하고 저녁 한 끼 먹고 (그 때까지 쫄쫄 굶었;;;;;;)
돌아오는 버스 기다리던 시각이 약 9시경이었는디 그 때는 줄이 더 길더구먼유~~
노짱 아재가 비록 실패한 대통령이었지만,
인간 노무현은 고만하믄 매우 성공한 인생 같구먼유~~
세상에 한 사람 죽었다고 그리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주고 가슴 아파해주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겄슈~~~
이 정도믄 죽어도 죽은 게 아녀유~~ 영원히 사는 거지유~
저 죽을 때도 아재 반의반의반의반의반의반 정도의 사람들만이라도 절 기억해 주믄 좋겠구먼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