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베팍에 머무르는 이유
- 작성일
- 11-01-05 04:18
내가 아는 어릴 적 놀이터중 젤 큰 곳은 옆 동네 아파트 놀이터였습니다.
조그만 판자동네에 불과했던 우리동네의 놀이터라면 수 십명 아이들이 좁은 골목길 사이로 낮엔 전봇대 하나 두고 '다망구' 게임 하든가
밤 늦은 시각 가로등 아래에서 딱지치기하는 정도의 구색을 갖춘게 다였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옆동네에 대단위 아파트가 형성되자 그 곳 한 켠에 회전의자, 그네, 미끄럼틀, 씨름판을 완비한 큰 공터를 지닌 놀이터가 생겼고
방과후 우리들은 그야말로 별천지를 구경하는 기분으로 늘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잼났습니다. 즐거웠고 신이 저절로 났습니다. 동네 골목길에선 꿈도 못 꾸던 야구와 축구 놀이, 달리기 경주를 맘껏 누리며 놀았죠.
하지만 그리 긴 시간은 허락하지 않았어요. 수십명이 놀고도 충분한 공간이었던 그곳에 기존에 살던 아파트 아이들과 우리동네 아이들, 옆동네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든게 어느듯 백명은 족히 넘쳐났고 ..그러다 보니 서로 놀공간을 차치하느라 싸움이 일어났고 저절로 파벌 형성이 생긴게죠.
우리동네 아이들이 노는 축구장에 옆동네 아이들이 야구하다 공이 넘어오면 시비가 붙고, 얌전히 그네나 미끄럼틀 타기에 열중이었던 아파트 아이들에게 헛발질로 축구공을 명중하는 경우에는 냉큼 옆에서 구경하던 아파트 아주머니들이 몰려와 위험하다며 나가서 놀아라고 야단쳤죠.
그 후 혼자서 놀이터에 가는 경우가 무서워 졌습니다. 혼자 놀다간 기존 아파트 아이와 아주머니의 텃세와 옆동네 패거리들에게 괜한 시비거리에 휩싸일까 꺼려진겝니다.
그래서 놀이터에 가기 전에 예비 집합장소로 따로 모였다가 패거리를 형성했다 싶음 우르르 몰려가서 놀이터에 입성했습니다.
패거리 문화라는게 별거 아닌 문제로 큰 문제를 만드는 속성이 있어서 하루라도 조용히 놀지 못하고 싸움질을 하였고 ..어린 마음에 은근히 그런 분위기를 즐겨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남이가!"란 시답지 않은 요즘 말이 그 당시엔 생존을 위한 결집구호 였을 정도니..쩝~
어느 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의기양양하게 동네 패거리들과 그 놀이터에 접어들었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참다 못한 아파트 아주머니들께서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아파트 입주민 아이들이 아니면 놀이터에 들어올 수 없다는 푯말과 함께
경비 아저씨들이 지키고 있었던 겝니다.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했어요.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른체 부잣집 아이들(그당시엔 아파트 산다는 거 만으로도 부자였음)은 좋겠다며 배 아파했고, 다시 또 그 좁은 골목길에서 둥그러니 서있는 전봇대 하나 , 가로등 하나에 개굴스런 어린시절을 다 보내야 한다는 실망감에 고갤 푹 숙이고 귀가한 기억이 있네요.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와 친하다면 그 아이를 통해 놀이터에서 놀수 있었죠. 그래서 학교가면 맘에도 없는 아이한테 빌붙어서 놀이터에 가서 놀자고 꼬시기도 했어요.
한 몇년 후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저녁식사하시다 갑작스레 한 마디 툭 던졌어요.
"와 이리 집이 좁노?!"
어머니께선 이때다 싶었는지 "그지예, 아들도 커가고 방도 비좁고 큰 애가 고등학교 올라가니 공부방 하나
맹글어 줘야 겠고..이사 갑시더."
아버진 어머니 말씀 듣고 우리 4남매 덩치를 한 번 쓱 훓어보시더니 그제사
"글네..그람 가자. 요 앞동네 아파트 한 번 얼마하는가 알아봐라" 말씀 하신 한 달 후.......우리집도 아파트에 살게되었습니다.
몇년 동안 경비 아저씨 눈치 보며 놀이터에서 놀던 제가 그 때의 감개무량의 희열이란...ㅎㅎㅎ
헌데 고민이 하나 늘었습니다. 이젠 내맘대로 놀수 있는 놀이터지만 함께 놀던 동네친구들이 생각난 겁니다.
수 십명 되는 동네친구들을 다 데리고 놀이터엔 놀 수 없으니까요. 또 경비 아저씨 눈치를 보게 된 겁니다.
막상 여러 명이 놀다가 경비아저씨가 성큼 성큼 다가와 " 니 어데 사노?" 라고 물으면,
" 저 예? ..요 아파트 1동에 사는데..야들은 내친구입니다."라고 말을 하더라도 함께 놀던 걔중에 몇명은 놀이터 밖으로 좇겨가게 되구..
글타면 누구를 지목해서 내친구고 그외에는 내친구가 아닌가가 고민되더군요. 고민할 뿐 해결할 수 없는 벽이었어요.
매번 함께 놀다가 때가 되면 먼저 놀이터 밖을 나가야 하는 친구의 뒷모습.......참 씁쓸하더군요.
그 후론 놀이터엔 머리가 큰 아이, 얼굴이 이쁘장한 아이, 공놀이 잘하는 아이, 쌈 잘하는 아이, 노래 잘 부르는 아이는 많지만 내 친구는 볼 수 없었습니다.
..,
베팍 낚시글을 읽다 괜한 생각이 들고 예전 어린시절 놀이터가 생각나서 글을 써봤어요.
쫌 솔직히 말씀드릴께요.
한 숨이 나더군요.
쫌 더 솔직히 말씀드릴께요.
내가 베팍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진겐가 하는 실망감이 앞서네요.
지금 베팍이 침체기라고 합니다.
그럼 베팍활성화의 방안은 뭘까요?
베팍활성화가 페이지 글수가 많아야 된답니까?
스포츠신문, 일간신문, 포털사이트에 가면 자연스럽게 볼수 있는 연예담, 아이돌 영상, 정치 사회기사를 굳이 이곳까지 링크하거나 뻘글을 양성하거나 도배한다고 해서 지금 베팍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여담이지만 간혹 만나는 베팍분들 애기 들어보면 한결같이 "재미가 많이 없어졌다"입니다. 저만 느끼는게 아니었던 겝니다.
그 재미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애초에 엠팍에서 독립하려고 한 첨맘과 열정이 아닐까..그렇담 그게 뭘까요?
엠팍 운영자와의 유저간의 소통부재 아닙니까?
다음카페의 폐쇄성,접근 불편성, 지나친 간섭 아닙니까?
결론은 유저간의 제각기 다른 의견피력에 대한 자유로운 소통과 개방성을 보장받기 위해 만든게 베팍의 첨맘 아닌가요?!
근데 지금 우리 모습을 돌아보죠.
진보 아니면 안돼었고 , 그것도 적통이냐 아니냐로 시퍼런 칼날을 세우고 상대를 겨냥하다 많은 유저들이 디엘갔고 그러한 소통부재로 떠난 분들 많이 봤습니다.
저는 베팍 놀이터가 전에도 앞으로도 없어야 될 게 나 아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출입금지"란 문패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건 알바건 그 누구든지 놀러와서 얘기하고 생각이 다르다면 그 분들과 막장토론도 마다하지 않고 하였음 합니다.
그에 대한 책임은 우리의 신임을 한몸에 받은 운영자에게 맡기면 그만이구요. 그래서 솔직히 이곳만큼 검증이 필요하고 중요한 운영자 선출이 드물겝니다. 하지만 이곳 성격상 친목과 활발한 오프모임으로 유저간의 대면이 빈번한지라 자연스럽게 검증절차가 이루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게 귀찮다면 스킵하시면 됩니다. 단, 스킵도 제대로 사용하셨음 합니다.
제 글에서도 제 의견과 다른 분들중에 인신공격성 막말과 생각없이 내밷는 상습적인 분들에겐 정중히 제 글에 대한 스킵을 권합니다. 아무리 베팍이 놀이터라지만 제가 놀고픈 놀이 종목도 있고 그에 맞는 함께 놀 아이도 찾는게 인지상정인거니와 불필요한 언쟁을 자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 상대에게 직접 제시를 합니다. 하지만 그 상대가 나와 뜻이 안 맞는 상대라서 스킵을 제안하지 그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신공격적인 묘사로 표현하거나 편가르기식 패거리 상황을 만드는 건 스킵이 아닌게죠. 서로 싸움을 하건 맘에 안드는 상대건 할 수 없는게 있습니다. 이 놀이터는 우리들의 놀이터지 각자의 개인적 놀이공간이 아니기에 함부로 너 나가 놀아라든가 출입을 금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피치못할 상황이라면 운영자라는 제 삼자에게 비밀로 건의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존중하는게 묵시적인 베팍유저로서의 지킬 도리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나와 뜻이 안 맞는 상대가 다른 사람에게는 충분히 뜻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라는 존중을 하지 못한다면 편가르기 패거리 놀이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도 베팍분란으로 디엘 한 번 당해봤습니다. 분에 정말 참지 못했지만 최대한 상대에 대한 배려라 여기고 간접표현으로 그 분들께 쓴소리 했지만 디엘을 각오한지라 책임지고 싶어서 운영진의 판단에 불만 없었어요.
그리고 그 분들이 저 개인적으로 실망을 줘서 화를 참지 못했을 뿐이지 이 곳 베팍에서 그 분들이 따로 놀아야 할 분들이거나 배척당해야 할 분들이라곤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그 분들 중 한 분은 음악?을 통해 서로 이해하려는 공감대를 형성해서 고마울 따름이고, 한 분은 알고보니 학교 선후배라는 이해부분과 그 분 마음이야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저 스스로 미안해 하는 부분 있어서 훗날 다시 겸연쩍지만 반갑게 맞이하고픈 분이십니다. 뜻하지 않은 제 3자가 나서게 된 거 아직도 이해 못합니다만,, 다들 베팍에서 없어서는 안될 분들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 생각으론, 이곳은 다양성없이 착한 사람들의 모임만이 아니길 바랍니다.
착한 생각은 살아가면서 우리가 늘 가져야 하지만 사회에서 늘 옳은 생각만은 아니라는게 저의 경험적 판단입니다.
배려심이 많다는 건 착한생각 사이에서는 생기지 않습니다.
때론 바르지 않고, 나쁜 생각이라고 판단 할지라도 귀기울일 줄 알고 상대를 존중해주는게 배려의 시작이겠죠.
나 또한 어느 누구에게나 옳고 바른 사람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성인군자는 아니라는 깨달음..이 또한 배려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배려의 장이 베팍이 된다면 생김새 다르고 생각도 다른 누군가지만 찾아와서 즐겁게 놀수있는 놀이터가 자연스럽게 활성화 되리라 봅니다.
그 곳이라면!! 제가 독거탈출에 성공하여도 베팍에 머무를 이유이기도 할겁니다.
-내 진심을 전할 땐 情타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