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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담임의 24시를 보니
학교폭력을 은폐·방관했다는 혐의로 교사들이 잇따라 입건되자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 9일 안양옥 회장 등 한국교총 관계자들은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전교조도 “경찰의 '희생양' 찾기 식 접근은 학교폭력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성명을 발표(8일)했다. 학생인권조례 등에서 찬반이 엇갈렸던 두 교원단체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교사들도 술렁이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1차적 책임을 교사에게만 떠넘긴다”는 것이다. 특히 수업과 행정업무로 교사가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다. 서울의 한 중학교 생활지도부장은 “학생지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써야 할 담임들이 수업 부담과 각종 공문서 처리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사의 업무 부담은 얼마나 될까. 올해 교직 24년째인 서울 한양중 2학년 담임 박현숙(47) 교사의 일상을 따라가봤다. 박 교사는 보통 학기 중엔 하루 8시간 수업과 수업 준비(방과후 학교 포함), 2시간을 공문 처리와 '잡무'에 쓴다고 했다. 담임이지만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조례와 종례, 점심시간 정도다.
8일 오전 8시 학교에 출근한 박 교사는 교무실에 들렀다가 곧 조례를 하러 반으로 향했다. 그의 반 학생은 32명. 오전 8시30분 수업이 시작됐다. 박 교사는 과학교사다. 1주에 18~20시간 가르친다. 이날 그는 1·2·3교시를 연속 수업했다. 오전에 남는 1시간은 수업 준비를 했다.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동영상을 챙겼다.
낮 12시부터 50분간은 점심시간. 박 교사는 서둘러 점심을 먹고 교실로 갔다. “이때가 아니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고 했다. 오후엔 1시간 더 수업한 뒤 공문 처리에 매달렸다. 박 교사는 “하루에 봐야 할 공문이 10~20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직접 처리해야 하는 공문도 두세 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후 2시30분 종례를 마친 뒤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청소했다.
개학을 하면 박 교사는 오후 3시30분 시작하는 방과후 학교도 맡게 된다. 지난해엔 일주일에 세 차례 3시간씩 가르쳤다. 수업 뒤 1시간 정도 업무를 처리하다 오후 7시30분쯤 퇴근한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각종 잡무와 수업 부담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사들이 생활지도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부터 개선해야 제대로 된 학생 지도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학급당 학생수는 각각 28.6명(초등), 35.1명(중)이었다. OECD 평균에 비해 7.2명, 11.4명 많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22.5명(초등), 19.9명(중)인 반면 OECD는 각각 16명, 3.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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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길 기자
천인성.이한길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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