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이 얘기를 할까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시기와 수위 조절 문제도 있었구요.

운영자 입장에서도 할 수 없었고, 다음 운영자분들이 선출된 시점에서도 할 수 없었고, 정모 전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운영자로 있을 때 좀 더 노력을 해서 제가 지금 하는 말들에 변화를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한 노력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베팍의 활성화에 대한 문제입니다.
베팍의 '불편한 진실'이죠.

베팍의 태동 때부터 있었고, 베팍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쓴 글이니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에서부터 들어가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왜 게시판 커뮤니티를 사용할까?

많은 활성화된 커뮤니티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 커뮤니티들의 게시판에서 활동할까요?
글을 쓰고, 재미있는 글을 퍼오고, 사진찍은 것을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올릴까요?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세상사는 이야기가 있거나, 필요한 정보가 있거나, 필요한 사람이 있거나, 필요한 공감이 있고, 필요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말이죠.
이게 오픈 커뮤니티의 매력이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글을 올리는 원동력입니다.

SNS에서는 얻을 수 없는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이러한 풍부한 컨텐츠 자체가 커뮤니티의 생명입니다.





온라인 사랑방 베이스볼파크

베팍을 정의할 때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사랑방입니다.
가족같은 분위기, 회원들끼리의 정다움...그런 것들이 베팍을 정의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오픈커뮤니티의 속성을 가진 채 이런 특성을 가지면 좋겠지만,
사실 사랑방이라는 속성 자체가 오픈커뮤니티와 어느정도 반대편에 포지션하면서
오픈 커뮤니티의 매력을 계속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필요가 없게 되어버린거고, 습관처럼 의무처럼 사용하게 됩니다.




무엇이 베팍의 문제인가?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는 베팍의 문제를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1. 베팍은 문제가 없다라는 인식

많은 분들이 현재도 베팍은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만의 커뮤니티 문화가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지만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베팍이 개설된 이래로 점점 오픈 커뮤니티에서 폐쇄 커뮤니티로 향해가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기에 베팍의 생동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2. 과한 주인의식

베팍은 태어난 역사가 다른 커뮤니티들과 다릅니다.
기업이 시작한 커뮤니티도 아니고 어느 카페에서 시작된 것도 아닙니다.
엠팍의 문제점에 불만이 생겨서 따로 나온 회원들이 스스로 만든 커뮤니티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주인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베팍의 주인이고 베팍은 우리들의 공간'이라는 과한 주인의식이 신입회원들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폐쇄적인 커뮤니티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경우를 종종 봅니다. 베팍을 위해서 동귀어진한다.



3. 청정커뮤니티?

베팍은 청정커뮤니티라는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깨끗한 커뮤니티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심해지다보니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오픈 커뮤니티라면 일반 사회만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베팍의 생각은 비슷합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회원들은 분노하고 결국 베팍에서 그들은 쫓겨납니다.  

1급수~2급수까지는 좋습니다만 수돗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않습니다.



4. 과한 규제. 분란?

분란의 의미가 뭘까요?
3번과 연계되어서 조금만 다른 스타일의 글을 보면 분란이라고 규정짓습니다.
평범하게 쓰지 않는다는 이유죠.

이런 스타일도 있고, 저런 스타일도 있습니다.
커뮤니티 규칙에만 어긋나지 않는다면 분란유저로 규정짓는 것보다는 다양성 존중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5. 공감의 부재

이제 적어진 회원수들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사실 전부터 계속 느껴왔던 문제입니다.
베팍은 댓글과 공감에서 참 인색합니다. 6번에서 적을 강한 정치색과 연결되기도 합니다만...
베팍은 댓글과 추천 시스템으로 공감 시스템을 구축해놨습니다.

베팍에 들어와서 복습을 쭉 하다보면 참 좋은 글들이 보입니다. 정성스러움이 느껴지는...
베팍에서만 볼 수 있는 글이죠.

그런 글들에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서 늦게나마 댓글과 추천 버튼을 누르는데,
이런 공감의 부재가 점점 더 글을 쓰는 동기부여를 약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블로그라는 것을 하는 근원적인 이유도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베팍에서 누군가와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정성스럽게 글을 적었는데, 커뮤니티의 매력인 소통이 안 된다면...
다른 곳으로 가겠죠.



6. 정치, 정치, 정치

베팍에서 논쟁이 생기는 대부분의 주제는 정치입니다.
다른 글들도 이런 글들처럼 조금 타올랐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특히 정치 얘기의 경우 상당히 깊숙하게 들어갑니다.

저같은 경우 어떤 일반적인 사안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낸 적이 있는데 결국 정치논리로 규정을 하려고 해서 그 다음부터는 정치관련 얘기는 베팍에서 안합니다. 사안만 놓고 봐도 충분히 얘기할 꺼리인데도 편을 가르고 정치 얘기로 귀결됩니다.

정치역학에 대해서는 관심없다보니 재미없어지더군요.



7. 높은 진입장벽

베팍은 장벽을 쌓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쌓은 적이 없죠. 쌓여진거죠.
작년에 운영진을 처음 시작할 때 주위에 아는 동생들을 베팍에 꽤 가입유도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하나의 글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게시판에 글 적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분명히 장벽이 있습니다. 이부분부터 인지를 해야 합니다.
베팍의 사람들은 성향이 비슷합니다. 그리고 안면이 있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친하기도 하고 의견이 비슷하기도 하고 서로가 다른 의견으로 부딪히는 것을 상당히 꺼립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가 힘듭니다.
저같은 경우는 '정모 반대주의'입니다.
(그래서 작년 운영진 때 정모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번개들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베팍의 경우 정모를 하게 되면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참석하게 됩니다.
안면이 생기고, 친해지고, 의견이 비슷해지죠. 그리고 그 성향은 게시판에서도 나타납니다.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밥 먹는 무리들이 이미 다 구성되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끌어주지 않는다면 새로 온 사람은 이미 구성되어 있는 밥먹는 다른 무리에 낀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성격이 상당히 활발한 사람이야 쉽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노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이에 커뮤니티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는 이미 높은 벽이 쌓여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8. 인연, 안면, 친해짐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가 사라짐

7번에서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커뮤니티에서 친해지게 되면 만나보고 싶고, 성향이 맞다면 친해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회원이 얼마 되지 않고 새로운 회원들의 유입이 없는 베팍의 경우 몇명만 알게 되면 상당수 회원들을 알게 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녀석의 속성이 서로 알지 못하기에 익명성이라는 특성으로 지인들에게는 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특성이 사라져버렸습니다.




9.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읽을 수가 없다.

최근 베팍에는 글이 올라오는 빈도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글도 줄었고, 점점 더 세상 읽기가 힘들어졌습니다.

활성화된 커뮤니티의 글 하루치를 읽어보면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쉽게 파악합니다.
몰랐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되고, 사회적 이슈가 무엇이고,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스포츠 이슈가 뭔지, 볼만한 영화가 뭔지, 이슈화된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등등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베팍은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합니다.

이 부분은 공감능력부재와 이어지는데,
세상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서 정성스럽게 글을 써도 공감이 없으니 재미가 없어지고,
그런 글들이 줄어드니 점점 이런 부분의 커뮤니티 기능을 잃어가고,
회원들은 이런 기능을 다른 커뮤니티에서 충족하고,
베팍의 글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10. 실시간 지식인 역할이 안 됨

커뮤니티를 찾는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도움을 요청하면 실시간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무리한 부탁같은 것이 아니고, 간단한 질문 같은 것)

회원이 줄은 탓도 있지만, 댓글 다는데 인색함이 또한 큰 이유입니다.
또한 성향이 비슷한 사람만 받아들이다보니 이러한 답변을 해줄 수 있는 다양한 관심사의 사람 또한 베팍에는 부족합니다.




11. 상업성에 대한 과도한 규제

물론 단순광고글이나 배너를 붙이는 것을 허용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좋은 상품이나 괜찮은 서비스, 추천해주고 싶은 상품, 식당들도 많습니다.
이런 것들이 또한 좋은 글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풍성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컨텐츠의 요소가 됩니다.

저는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베팍에서 같이 읽어볼만한 글들이 많이 있는데도...
왠만하면 블로그 글은 가져오지 않습니다.
흔한 말로 자기검열하고 정말 공익적인 글들만 가끔 가져옵니다.






그냥 쭈욱 써내려간거라 잘못된 부분도 많고...오타도 많을거예요.
제 현실 인식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번쯤 같이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글을 올립니다.
정제하지 못하고 글만 길어서 죄송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