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배제
1. 글머리에
노숙인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기 시작한 IMF이후로 볼 수 있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구호사업의 성격으로
임시적으로 대응하기에 급급했다고 할 수 있다. 매년 동절기가 되면 부산함을 보이지만 봄이 되면 노숙인 대책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비록
2006년부터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칟운영 규칙”이 제정 시행되어 노숙인 복지체계가 제도화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의 ‘노숙 예방
정책’과 ‘노숙인을 위한 지원 대책’은 여전히 임시응급구호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노숙인 문제는 IMF직후에 비해 숫자상으로
조금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채 남아있다. 이들은 주거, 일자리, 의료 등 생존에 필요한 서비스는 물론 사회복귀를 위한 효과적인
지원은 물론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지원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숙인 문제에 대해서 우리사회의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의 부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안전망의 취약성과 더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노숙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그로 인해 형성된 차별이다. 우리 사회에 형성된 노숙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노숙인은 ‘사회구성의 밖에 존재하는 오염된
존재’, ‘사회질서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노숙인들을 위험시하고 타자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노숙인들에 대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사회통합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펴기보다는 ‘비용이 적게드는’ 임시 응급조치
중심의 정책을 ‘마지못해’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편견과 차별을 통해 노숙인의 인권은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거리
노숙인의 거리생활기간은 장기화되어가고 점점 피폐화되어 가고 있다. 구걸을 강요하거나 행패를 부리는 일도 일어나고 있어 이들을 강제 수용해야
한다는 말도 서슴없이 거론되기도 한다. 노숙인의 기본적인 인권마저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숙인들의 삶의 내면을 살펴보면 결코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다. 그러나 이들은 편견에 의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들은 사회적으로 배제되어야 할 대상인가? 그리고 노숙인의 인권은 방치되어야 하는가? 노숙인 문제와 국한해서 볼 때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인권의 방치는 사회적 책임회피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서 노숙인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통해
노숙인들이 주거, 보건의료, 일자리, 교육 등의 사회적 보호망의 영역에서 사회적으로 어떻게 배제되어 있으며 어떻게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노숙인이란 누구인가
노숙인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숙인이란 어떤 사람을 두고 이야기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숙인이란 말 그대로
‘일정한 숙소가 없어 길거리에서 자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나 노숙인에 대한 개념은 명확하게 규정하기가 어렵다.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노숙인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그 범위와 의미가 다르게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UN에서는
노숙인(Homeless)을 ① 집이 없는 사람과 옥외나 단기보호시설 또는 여인숙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② 집이 있으나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③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과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숙인의 문제를 사회문제로
규정하고 노숙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인 미국의 NCH( National Coaliation for Homeless)에서 규정한 기준은
“정규적이고 고정된 적절한 주거시설이 없고 주로 길거리나 일시적인 보호시설, 사람이 자도록 고안되지 않는 공공의 장소 등에서 자는
사람(1998)”이다.
미국의 맥킨니 (Stewart B. Mckinny)법 (U.S. General Accounting
Office;GAO, 1999)에 따르면 ① 밤을 보낼 적절한 고정적이고 정규적인 주거가 없는 사람, ② 밤을 보내는 주 주거지로 일시적인
주거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 혹은 사설의 임시보호시설, 수용을 목적으로 개인들에게 임시적 주거를 제공하는 시설을 활용하는 사람, ③ 사람이
자는 것을 목적으로 고안되지 않은 공공이나 사설의 시설등을 밤을 보내는 장소로 이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노숙인에 대한
개념규정과 그 범위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먼저 보건사회연구원의 이태진은 “자신이나 가족의 힘으로 당면한 주거를 해결할 수 없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① 아직 주거를 상실하지 않았지만 주거불안상태에 놓인 계층, ② 이미 주거를 상실하였거나
가족적 지지망이 해체되지 않아 형제나 친척집에 거주하고 있는 주거취약계층 ③ 이미 주거를 상실하였고 가족적 지지망 마저 해체되어 비닐 하우스나
쪽방과 같은 임시의 불안정한 주거시설과 장기보호시설 및 노숙인단기보호 쉼터에서 생활하는 계층 ④ 비닐 하우스나 쪽방에도 머무르지 못하고 거리로
나와 숙식을 해결하는 계층을 포괄하여 규정한다.
결국 노숙인이란 주거문제를 배경으로 형성된 빈곤계층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 규모는 정확하게 추산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칟운영 규칙”에 노숙인과
부랑인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노숙인을 “일정한 주거 없이 상당한 기간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그에 따라 노숙인 쉼터에 입소한 18세 이상의
자”로 규정하고 있고, 반면 부랑인이란 “일정한 주거와 생업수단 없이 상당한 기간 거리에서 배회 또는 생활하거나 그에 따라 부랑인복지시설에
입소한 18세 이상의 자”라고 노숙인과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숙인과 부랑인의 차이점은 뚜렷하지 않다. 비록 부랑인과 노숙인의
차이를 ‘생업수단 유무’를 통해 구분하고 있지만 노숙인과 부랑인은 빈곤, 무주거, 무의탁의 환경에서 사회복지생활시설 제공이 요구되는 서비스
대상자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없는 것이다. 다만 부랑인이라는 말은 과거 격리수용 위주의 정책을 집행할 당시의 개념이 아직 남겨진 채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3. 노숙인은 얼마나 되는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노숙인에 대한 규정이 다양하고, 노숙인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관찰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숙인의 현황과 그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복지부와 민간단체가 거리에서 확인된 노숙인과 쉼터나 상담보호센터 등에 입소하여 생활하는 노숙인을
통계적으로 집계하고 있어 그것으로 그 현황을 어림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06년 10월말 현재의 노숙인은 4,511명으로
쉼터가 3,373명이고 거리가 1,138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지극히 제한적인 숫자이다. 즉, 조사원이 있거나 조사가 가능한
지역만의 통계이며 이외에도 파악되지 않은 노숙인은 더욱 많은 것이다. 게다가 지자체는 노숙인 수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어 그 숫자는 최소한의
숫자를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제주일보’를 통해 제주도에 30여명의 노숙인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에는 노숙인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한편 노숙인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더 고려해야 하는데 그것은 ‘부랑인’에 대한 것이다. IMF 직후
노숙인 지원사업 초기에는 노숙시점이나 근로능력 등을 기준으로 ‘부랑형 노숙인’과 ‘실직 노숙인’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보건복지부의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칟운영 규칙”에 따라 ‘부랑인’을 별도로 구별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숙인 문제와 관련해서 살펴볼 때
이러한 구분은 사회복귀 서비스 제공 내용을 제시하기 위한 구분으로서 의미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노숙인이란 다름 아닌 과거부터 부랑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굳이 구분을 하여 사용하는 부랑인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2005년말 현재
9,055명) 역시 노숙인구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빈곤문제를 배경으로 발생한 무주거자, 주거불안정계층을 통칭하여 노숙인이라 한다면
거리에서 생활을 하는 ‘거리 노숙인’, 쉼터등의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을 하는 ‘쉼터 노숙인’, 쪽방, 고시원, 사우나, 오락실 등지에서 생활하는
‘쪽방노숙인’, 부랑인 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부랑인’ 등을 모두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범위를 고려한 노숙인의
규모는 거리와 쉼터노숙인의 5-1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에서는 2005년에 노숙인, 부랑인, 정신요양시설과 무허가 기도원
등의 무연고정신질환자, 쪽방, 고시원을 포함하여 약 97,000여명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4. 노숙인이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일반인들의 평범한 생각에 의하면 노숙인이 된 것은 당사자 개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숙인이 된 현실을 면밀히 살펴본다면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IMF 직후인 99년은 노숙인이 가장 많았던 해이다. 당시 전국의 (쉼터, 거리)노숙인이 6,000명을 넘어섰다.
그들 중 상당수는 실직, 부도 파산 등의 경제적인 배경을 통해 거리로 내몰리게 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이들에 대한 시각이
온정적이었다. 비록 임시구호형식의 지원이기는 했지만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지원과 개입은 다수의 노숙인이 다시
사회에 복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쨌든 그 지원과 개입으로 노숙인의 수는 점차 감소했다.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숙인에 대한 동정적
시각도 감소했다. 아니, 노숙인의 피폐화된 모습을 보며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이 증가했다. 최근 년(2005년 1월 24일 연합뉴스, 공공시설
거주 노숙자 강제 보호 추진)에는 이들을 강제수용하는 문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리고 노숙인이 된 것은 당사자 개인의 책임이라는 견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노숙의 배경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단정될 수는 없다. 노숙의 배경이나 원인을 크게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빈곤, 저렴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의 부족, 열악한 경제적 조건(Elliot
& Krivo, 1991; McCarty et al., 1991; National Coalition for Homeliss, 1998)
등을 거론하며, 미시적 관점에서는 실직, 정신 및 신체 건강 문제, 가족 친지 등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꼽고 있다. 미국 홈리스를 위한
전국연맹(NCH)의 1998년 보고서에서는 적절한 의료보호의 부족, 가정폭력, 정신질환, 약물의존 등을 거론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사회의 사회 불평등과 빈곤문제가 심화되면서 가족관계의 악화, 저렴한 주택의 부족, 이웃공동체의 붕괴,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등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노숙에 처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노숙인에 대한 몇 가지 통계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거리노숙인 중 18세까지 부모가 모두 생존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43%였으나, 양친이 모두 사망하거나 부모 한명이 사망한
경우가 40%나 된다. 그리고 무모가 가출하였거나 이혼한 가정에서 자란 경우는 9%로 나타났다. 조부모에 의해 양육된 경우는 6%, 친척이나
친지에 의해 양육된 경우는 7%, 보육원에서 양육된 경우가 8%에 이른다. 이들 중 18세 이하의 나이에 최초로 취업한 경우가 50%나 되고
심지어 14세 이하에 취업했던 경우가 17%나 된다. 이들이 노숙이전에 종사한 직업을 살펴보면 자영업 9%, 주방 15%, 건설일용 기능직
11%, 사무관리 2% 등 비교적 기능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37%인 반면 나머지는 일용잡부, 주방보조, 머슴, 경비, 판매서비스 등 저임금과
저 기술직에 종사한 경우가 63%나 되었다. 노숙이전에 주거양태를 살펴보면 자가 25%에 불고하며, 전세 21%, 월세 14%이나
직장 내 숙소 19%, 사회복지시설 11%, 기타(일세 혹은 친구나 친지 등의 집에 얹혀사는 경우) 10%로 조사되어 자가와 전월세를 제외한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한 경우(직장 내 숙소, 사회복지 시설, 기타)가 4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학력을 살펴보면 교육년수는
평균 8.0년이며, 무학자가 2%, 초졸 이하가 28%, 중졸이하가 23%, 고졸이하가 32%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통계의 전반을
종합하면 노숙인의 과거의 삶이 대부분 어려웠고 처음부터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노숙의 발생배경을
반드시 본인의 책임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5. 노숙인은 일하기를 싫어할까?
노숙인에 대한 편견 중 또 하나는 노숙인은 일하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모든 노숙인이 게으르거나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록 장기간의 노숙으로 피폐화된 노숙인은 게으르며 일하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일반적인 노숙인은 그렇지
않다. 다수의 노숙인은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거리노숙인도 일을 하고 있다. 물론 꽤 많은 거리노숙인이 노동을 통해 돈을
벌기보다는 앵벌이(구걸행위), 꼬지(교회나 성당 등에서 주는 구제금을 얻는 행위), 꽃꼬지(여성 노숙인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매매춘) 등을
통해 생활한다. 그러나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노숙인 부랑인 지원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쉼터 노숙인
3,3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2003년)에 따르면 쉼터의 입소자중 67.2%가 근로의지를 가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입소자들의
2/3가량이 근로활동을 하고 있고, 이들 근로활동자들의 대부분인 61.4%가 시설외부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임시직 일용직
등에 종사하고 있어 고용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다. 월평균 근로소득도 31.4%가 50-70만원, 18.8%가 30-50만원, 18.6%가
70-100미만 순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근로일수는 10-15일이 27.8%, 15-20일이 24.8%, 20-25일이 16.9%, 10일미만이
16.7%순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또한 25일 이상 30일미만 근로하는 사람도 13.6%로 나타났다.
거리노숙인도 일반적인 추측과는 달리
일을 하고 있다. 2002년 10월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에서 실시한 ‘거리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46%는 일용직 등 일반
노동시장에서 노동을 통해 수입을 얻고 있다고 응답했다.
거리 노숙인이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는 상담보호센터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의
일상생활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거리 노숙인이 일시적인 주거공간으로 이용하는 상담보호센터(Drop-in Center)에서는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어가 잔 뒤 아침 7시에 나가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숙인은 그보다 이른 시간인 4시에서 5시가 되면 대부분 거리로 향한다.
그것은 일자리를 찾아 새벽에 열리는 인력시장에 나가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이들이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얻는 비율은 불과 5-10%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그들은 매일 일자리를 찾아 새벽 일찍 나가고 있다. 아침 5시 반 무렵이 지나면 인력시장은 파장이 된다. 여기에서 일자리를 못
구한 노숙인은 6시쯤 지하철역에 들어와 잠을 자는데, 출근하는 시민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노숙인 모두가 나태하다고 하는 것이다.
지난
2004년 8월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가 거리노숙인 2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숙인들이 노숙을 벗어나기 어려운 주된 이유로 꼽은 것이
‘일자리 없음’(48%)이었다. 따라서 모든 노숙인은 일을 하기 싫어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최근 년에 일반 실업률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중졸이하의 저학력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외국인노동자들이 3D업종에서 대거 일하게 되면서 더욱 취업의 기회가 줄어들어 고통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노숙생활로 형성된 심리적 위축감, 직업에 적절하지 못한 옷차림(작업신발, 작업복 등), 주민증록증의 분실과 주거지가
없어 취업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어렵다는 등의 조건 때문에 일자리를 얻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거리 노숙인들은 직업과
경제적 활동에서 배제되어가고 거리생활에 고착될 가능성은 더욱 높은 것이다.
6. 노숙인은 대부분 알코올중독자이거나 정신질환자일까?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에서 한국음주문화 연구센터 등과 공동으로 지난 2005년 3월 서울역과 영등포역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노숙인 합동 진료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536명 가운데 78.6%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했으며, 64.2%가 알코올 의존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거리 노숙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노숙인은 대부분 정신질환자이고 알코올
중독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거리의 노숙인은 노숙인의 지극히 적은 일부이고 이 조사가 ‘거리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것이다. 즉 피폐화된 노숙인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과 질환자와 알콜의존자의 비율은 매우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와는 달리 쉼터 노숙인에 대한 알코올 중독 조사 결과(2004년)에 따르면 약 22.1%만이
알코올 중독이고 77.9%는 알코올 비중독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노숙인의 대부분은 음주의 문제가 심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상당수의 노숙인은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이들은 노숙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결코 노숙상태를 벗어날 수 없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피폐화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또한 술을 마실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거리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알코올의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알코올로 인해 노숙을 하게 된 것인지, 노숙생활이 장기화되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었는지는 명활하지
않다. 소수만이 노숙을 하기 전부터 의존 또는 중독이었고, 만성적인 노숙의 결과로 의존 또는 중독자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높게 나온 조사도 장기간의 노숙생활을 통해 우울증, 수면장애, 대인기피 등의 정신과적 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노숙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연계단절이 심해지고, 자기효능감 저하, 우울성향 강화, 알코올 중독 등의 심리적 역기능이
강화되고 노숙에 만성적으로 적응되어 노숙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반면 알코올질환과 정신질환 노숙인을 위한 쉼터는 4개소(여성을 위한 쉼터
1개소 포함)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노숙인이 알코올의존과 정신과적인 질환의 비율이 높게 나왔지만 이러한 결과는 이들의 사회복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만성적인 상태로 방치한 결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7. 노숙인은 위험한 사람들인가
일반적으로 노숙인은 자주 위험한 사람들이며 범죄인 취급을 받는다. 방화범, 절도 살인, 사기 등의 범죄자집단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편견이다. 이 편견 때문에 범죄사건의 용의자 선상에 자주 오르게 되고 인권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된다.
지난
2005년 1월 3일 경찰은 서울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의 범인으로 노숙인 윤 모(48)씨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그는 방화범이
아니었다. 다행히 사건발생 45일 만에 방화범이 체포되어 혐의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했지만 노숙인이 곧 범죄자라는 편견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이다.
노숙인은 일반인들의 짐작과는 달리 오히려 일반인들에 의한 화풀이 폭행, 성희롱 등의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보고 된 정원오 외 「노숙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잘 드러나 있다. 이 보고서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잠자는 노숙인을
그냥 화가 난다며 때리는 경우가 많고, 작년에는 회현역에서 노숙인을 소주병으로 내려치는 시민도 봤다”며 “시민과 시비가 붙으면 경찰은 무조건
시민의 편을 들기 때문에 시비를 피하고, 안전을 위해서 노숙인끼리 모여서 다닐 수밖에 없다”고 증언하는 서울 남대문 거리 노숙인 A(50대
초반)씨의 의 사례, “서울역에 있으면 지나다니는 일반 남성들이 몸을 만지곤 해 무서워서 피해 다녔다”며 “한 두 번은 쫓아오기도 해 인근
가게에 들어가 살려달라고도 했다”고 밝히는 서울역에서 지내다 현재 한 쉼터에 머물고 있는 여성 B(27)씨의 사례, “2002년 서울역 앞에
있는데 한 사람이 와서 술을 많이 사 주더니 봉고차에 태워 전남 목포시 인근 한 섬으로 데려가 폭행을 당하며 8개월 동안 김 양식장에서
일했다”고 인신매매를 당했던 서울 영등포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C(33)씨의 사례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노숙인은 경찰의 차별적인
불심검문, 역사(驛舍) 관리직원 등의 욕설과 폭행, 119구조대의 부실한 구조 노력, 시립병원 진료카드에 ‘노숙인’이라는 낙인과 차별대우 등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들은 정신적․신체적 약자로서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가운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쉽게
이용당하기도 하며 범죄 집단 등에 의해 대포폰⋅대포차 등을 위한 명의 도용, 카드․대출사기․장기매매 등에 악용되는 사례 급증하기도
한다.
“서울역 등에서 노숙인에게 명의를 빌려주면 용돈을 주겠다고 유인해 집단 숙식케 한 뒤 분양업자와 짜고 노숙인 13명의 명의를 이용,
미분양 아파트 5가구를 담보로 은행에서 약 4억 원을 불법대출 받는 등 21차례에 걸쳐 22억 원 상당을 불법대출하여 노숙인이 자신들도 모르게
22억 원 상당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된 사건도 있었다.”
이들은 또한편으로 “법이나 규칙도 지키지 않고 무질서한 사람들”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러한 견해역시 편견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을지로 3가 지하도 롯데백화점 앞의 노숙인 50-60여명이 백화점이 문을 닫고 난 이후
박스로 집을 짓고 그곳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결코 술에 취해있거나, 행패를 부리거나, 구걸을 하거나, 싸움을
하는 노숙인은 없다. 스스로 규칙을 정해서 음주를 자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이 되면 이들은 일제히 일어나 주변정리와 청소를 하고 일을
찾아나간다. 낮 시간에만 오가는 일반인들은 밤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더군다나 이곳에서
지내는 노숙인 중에는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있는데 이들을 위해서 건강한 노숙인이 ‘박스 집’을 지어주고 있다. 게다가 노숙인 중에는 피티병에
더운물을 담아서 신문지로 싸서 ‘담뽀’로 사용할 수 있게 허약한 노숙인에게 나누어주는 노숙인도 있다. 일반인들도 쉽게 엄두를 못내는 일을
노숙인이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놓고도 법이나 규칙도 지키지 않고 무질서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들은 모질지
못하고, 눈치 빠르지가 못해서 거리까지 내몰리게 된 것은 아닐까?
8. 노숙인은 자유롭게 살기 원하는 사람들인가.
노숙인의 실정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도 있다. 그것은 “쉼터에 여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숙인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과 “노숙인은 자유롭게 살기 원하기 때문에 공동생활고 규칙이 있는 쉼터에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은
부분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잘못된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실제로 노숙인 쉼터는 정원이 다 차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약 20%정도의 여석이 있는 것으로 통계상 나타나있지만 실제로는 쉼터에 노숙인이 더 들어갈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쉼터는 IMF이후
갑작스러운 노숙인의 증가에 대처하고자 노숙인을 많이 입소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복지관, 교회기관 등 기존의 시설을 활용하며 적당한 개인공간에 대한
배려 없이 정원이 과대하게 정해졌던 것이다. 새로 정해진 규정(복지부가 제시한 “노숙인 쉼터 설치기준”)을 통해 평가하면 노숙인 1인당
3평(30인 이상 시설)∼4평(30인 미만 시설)의 면적 확보를 충족하고 있는 곳은 서울의 경우 전체 시설 가운데 9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상담보호센터(4곳)를 제외한 서울시내 노숙인 시설은 지난해 71곳에서 올해 64곳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열악한 생활환경 탓에 노숙인조차
쉼터 등 수용시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가운데 10곳은 노숙인이 이용을 꺼려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즉, 쉼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생활환경이 열악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쉼터는 노숙인이 꺼릴 만한 이유가 많이 있다. 쉼터의 생활구조가 다양한 성격의
성인들이 함께 모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고, 개인생활을 전혀 보장하지 않는 내무반식 구조이고, 음주의 금지, 종교행사참여를
강요하는 분위기, 저축요구, 6개월 이상 장기생활이 불가능한 현실 등 까다로운 생활규칙과, 아침과 저녁 식사는 제공하지만 점심은 제공하지
않으며, 일자리를 찾으라는 요구에 따라 낮 시간에는 쉼터에서 지낼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노숙인이 쉼터에서 생활하기보다는
거리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쪽방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의 열악한 주거사정은 거리나 쉼터의 사정과 큰 차이가 없다. 쪽방(일세방)은
대부분 90년대까지 매매춘의 장소였는데 약 두 평 이내의 공간이다. 심지어는 0.5평의 방도 있으며, 어떤 곳은 한사람이 똑바로 누울 수 없을
정도로 좁다. 창문도 없는 곳도 많다. 쪽방의 방값은 하루에 7천 원 정도이고 한 달이면 21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반면 고시원은 한 달에
15만원에서 20만원이다. 물론 고시원은 쪽방보다 깨끗하고 밥을 무료로 제공하여 환경이 좋다. 그런데도 많은 노숙인은 방값이 비싸고 밥도 주지
않는 쪽방(일세방)을 이용한다. 그 이유는 고시원에 들어갈 한달 비용, 15만원에서 20만원의 목돈이 없고, 쪽방(일세방)은 일세로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시원에서 지내던 노숙인도 돈이 떨어지면 쪽방(일세방)에서 지내고 쪽방(일세방)에서 지내던 노숙인도 돈이 떨어지면 거리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즉, 쪽방에서 사는 노숙인도 경제적인 상황이 악화되면 거리에서 생활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본인이 원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노숙생활은 노숙인을 피폐화시킨다. 거리노숙인은 주거지가 불분명하여(최소한 한 달 이상 안정된 주거를
확보하지 못하여) 장애가 있거나 근로능력이 없어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을 받을 기회도 배제되어 있으며 그로인해 거리노숙으로부터 벗어나기가
더욱 어렵다.
거리 노숙 생활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하다. 잠자리는 물론 씻고 세탁하는 것도 불편하며, 개인의 사물을 보관할 곳도
마땅하지 않다. 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무료급식을 받아먹기 위해서는 급식을 하기 한 시간 이전에 도착해서 줄을
지어 앉아 있어야 하며 적어도 30분, 길면 한 시간 가량의 설교를 듣고 찬송을 해야 한다.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반인들에 비해 전염성질환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만성적인 질환으로 고통을 받아도 경제적인 사정이 열악하여 치료받기를
망설이며, 의료보호 혜택을 받기도 쉽지 않다. 거리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결핵검사의 결과 333명의 검사대상 중 약 10%인 32명이
결핵유소견자로 치료 또는 관찰이 요망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2005년 3월) 노숙인의 사망률은 일반인들의 사망률보다 질환별로 1.4배에서
3.7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고(아래의 표4 참고), 심지어는 매년 거리에서 300명 이상의 노숙인이 죽어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주영수
2004) 그만큼 거리노숙생활은 노숙인에게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생활환경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노숙인들은 자유롭게 살고자 원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여 사회적으로 배제시키며 노숙인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을
아닐까?
9. 여성 노숙인은 얼마나 되는가.
이러한 여성노숙인 증가 추세는 서울역과 영등포역의 노숙인 상담소의 상담자 통계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표3>에서는
상담소에 신규 등록된 노숙인의 성비를 나타내고 있는데 1999년에는 남성이 95.6%, 여성이 4.4%로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으나 이후 여성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4년에는 약 14%에 이른다. 이들의 대부분이 거리노숙인이 될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 여성노숙인과
거리노숙가능여성층이 의외로 많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여성노숙인의 증가가 의미하는 바는 중요한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과 미국 등지의 여성노숙인의 비율이 전체 노숙인의 50-60%까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여성노숙인이
전체노숙인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으나 신규유입의 비율로 볼 때 우리나라의 여성노숙인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며 향후
심각한 양상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남성노숙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 생활이 위험한 여성노숙인은 거리보다는 여인숙, 사우나,
종교집회장 등 불안정 주거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노숙인의 통계에는 적은 수만이 보고되었다. 하지만 경제 침체가 높아지면서 불안정
주거에서 생활하던 잠재적 여성노숙인이 거리노숙의 상황으로 내몰렸다가 쉼터로 유입되면서 여성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 상담소 등에서
연계되어 쉼터로 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외에 쪽방 등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노숙인과 주거가 은폐된 여성노숙인(Hidden
homeless)도 함께 증가했을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여성노숙인들은 남성노숙인 보다 더 열악한 사정에
놓여있으며 향후 사회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이 없는 한 여성노숙인구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위험한 상황에 방치되어 사회적으로 배제된 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10.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주면 곧 자활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숙인을 노숙생활을 벗어나게 하려면 일을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노숙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 곧 자활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노숙인의 주거문제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거리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일자리라고 대답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최근년에 들어 확대되기 시작한 ‘복지 노동 연계 프로그램의 확대’ 경향과
그 흐름을 함께 한다고도 보여진다.
그러나 노숙인의 자활은 일자리의 제공으로 바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대부분 장기적인
노숙생활로 인해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있고, 불안정한 잠자리, 불규칙적인 식사 등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어 있어 정상적인 노동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래의 <표4>에서 보듯이
98년 12월 모 보건소에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의 결과 당뇨, 고혈압, 간염, 매독, 폐결핵 등 만성질환과 전염성 질환의 발생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2-6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노숙인 근본대책마련을 위한 연대모임’의 「거리 생활자 인권 및 생활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2005년 2월
14일부터 3월 3일까지 서울역 등에서 생활하는 거리의 노숙인 2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00∼2004년 노숙을 시작한 응답자가
57.5%(142명)로 나타났으며, 최초 노숙시점이 1995∼1999년이라는 대답은 28.3%(70명)였고, 5.3%(13명)는 2005년
노숙을 시작하는 등 거리에서의 평균 노숙기간은 3년 7개월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더라도 만성질환과 장기적인
노숙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손상으로 인해 곧바로 사회복귀가 가능하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즉, 노숙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은 현재의
상태와 실정을 고려하여 노동을 통한 사회복귀 이전에 심리적 지지프로그램 및 재활프로그램이 먼저 필요하다. 또한 노동을 통한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의 단계에서도 이들이 일반인에 비해 현격히 근로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정기간 근로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한 사회적일자리 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11. 글 마무리에
우리사회는 이제 구조조정,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 비정규직의 양산 등에 의해 누구나 쉽게 실업자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실업자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노숙인이 될 수도 있는 사회가 되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노숙예비군인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숙인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편견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한편으로 사회적 배제를 형성한다.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는 다차원적인
불이익(multi-dimensional disadvantage)으로서 노동시장으로부터의 경제적 배제,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 및 행동양식에 참여할
수 없는 문화적 배제, 정치적 의사결정이나 복지 혜택의 기회로부터 멀어지는 제도적 차원의 배제 등 다면적인 성격을 띤다. 결국 노숙인은 주거,
보건의료, 취업, 교육, 문화 등 사회복지 전반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노숙인은 성실한 모습으로 노동을 통해 건강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노숙인의 삶의 모습은
‘도시 속의 섬’같다. 그 섬은 육지와 교류가 이루어져야 하고 섬에는 다리가 놓여야 한다. 그 교류와 다리를 놓는 작업이 바로 노숙인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고 이들을 사회통합적인 관점에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일 것이다. 노숙인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고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하루빨리
노숙인이 ‘도시속의 섬’이 아니라 함께 하는 이웃이 되길 기대한다.
독일의 신학자 불트만은 “낭비 없는 사랑 없다”고 했다. 한 인간의
상실된 본성, 자존감을 회복은 그들을 지원하는 사회의 ‘낭비’없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좌절한 인간, 소외된 인간을 향한 한 사회의
‘낭비’는 그 사회가 건강하며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노숙인을 위한 아낌없는 ‘낭비’를 통해 희망이 있는 사회에 함께 살고 있다는
연대감이 나누어지길 기대한다.
* 표는 생략하였음
* <노숙인과 노숙인의 인권>을 강의해 주신 임영인 신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열한번째 나눔마당은 2월14일(수) 저녁 7시30분 안승문(전 서울시교육위원)을 모시고 <청소년의 녹색교육(가칭)
>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leewaon3@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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