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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만큼 다사다난했던 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 동북부를 강타했던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비롯해 각종 재난 및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홍수와 가뭄이 세계 곳곳에서 빈발했다는 점은 2011년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래에서는 최근 세계적으로 저명한 기후변화 블로그 Climate Progress가 꼽은 2011년 기상재해 TOP10을 요약해 소개합니다. 대부분 ‘사상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피해 가 컸던 사건들이었습니다. 이 사건들을 통해 ‘기후변화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해 동안 1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기상재해는 모두 32건이다. 특히 태국, 호주, 콜롬비아,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은 엄청난 대가를 치렀던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만이 아니다. 작년 1월 브라질에서 발생한 홍수로 주민 902명이 숨졌다. 이는 홍수 피해로는 브라질 사상 최대 규모이다. 지난해 12월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열대성 폭풍 와시의 직격탄을 맞은 필리핀에서는 무려 1,200명의 주민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2011년 피해액 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한 기상재해 순위

위의 표에 나타낸 기상재해 피해규모 순위는 재해의 사회적 영향과 중요성에 근거해 매겼다. 2011년 재난별 피해규모와 사망자 통계치는 보험회사인 AON Benfield의 <11월 재해 보고서를 참고한 것이다.

1. 동아프리카의 가뭄과 기근 : 30,000 명 이상 사망

ⓒ 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IRC)

작년 소말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극심한 가뭄을 겪어야 했다. 급기야 7월 20일에는 UN이 소말리아 남부 2개 지역을 기근 발생지역으로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유엔의 공식 선언은 3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작년 여름 소말리아에서 영양실조로 숨진 5세 이하 어린이들의 수는 약 3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기근으로 목숨을 잃은 주민들의 수는 이를 크게 웃돌 것이다.
동아프리카 지역에는 우기가 일 년에 두 차례 찾아온다. 3~6월 사이의 긴 우기와 10~11월 사이의 짧은 우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작년에는 우기가 모두 비를 뿌리지 않은 채 끝나 기상 관측이래 최악의 가뭄을 맞게 된 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이 지역에서는 큰 가뭄이 1983년~1984년, 1999년~2000년, 2010년~2011년 세 차례 있었다. 이중 가장 큰 피해는 2010년~2011년에 발생했다.

2. 태국의 대홍수 : 태국 사상 피해액이 가장 컸던 자연재해

 ⓒ Petty Officer 1st Class Jennifer Villalovos

지난해 태국에서는 라니냐의 영향을 받은 강한 몬순과 열대성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폭우가 7월부터 10월까지 쏟아 붓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657명의 사망자와 함께 이번 홍수는 태국 역사상 피해가 가장 컸던 기상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약 450억 달러(약 50조 원)로 추산된다. 이는 태국 GDP의 18%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뉴올리언스가 입었던 피해액은 미국 GDP의 0.7% 수준이었다.
미국 재난역학연구센터(Centre fo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Disasters, CRED)의 자료에 따르면, 재작년까지 태국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기상재해는 1993년 11월 27일에 발생한 홍수였다(피해액 약 13억 달러). 이번 홍수는 피해규모가 훨씬 크다. 태국 국토의 83%가 물에 잠기고 주민 980만 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약 400만개소의 구조물이 손상되고 전체 논 면적의 25%가 수해를 입었다. 태국은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다. 따라서 이번 홍수가 2011년 하반기 세계 쌀 가격 폭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3. 호주 퀸즐랜드의 홍수 : 호주 사상 피해액이 가장 컸던 자연재해

 ⓒ YouTube

이례적으로 높은 바다 수온과 라니냐의 영향으로 호주에서는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월에 걸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엄청난 폭우는 300억 달러 규모의 피해와 35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는 호주 GDP의 3.2%에 달하는 금액으로서, 이전까지 역대 최악이라 했던 1981년 가뭄 피해규모 60억 달러의 무려 5배에 달하는 규모다. 2010년 12월 퀸즐랜드와 호주 동부 지역에는 호주 관측사상 최대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4. 콜롬비아 홍수 : 콜롬비아 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 www.mercycorps.org

지난해 4월 쏟아진 엄청난 폭우로 116명의 사망자와 58억 달러의 피해(GDP 2%)가 발생했다. 이번 폭우 피해는 콜롬비아 사상 최대 규모다. 마누엘 산토스(Manuel Santos) 대통령은 폭우가 남긴 참상을 “우리나라 역사상 이와 같은 스케일의 비극은 없었다”라고 묘사했다. 2010년에 발생했던 기록적인 폭우와 산사태도 42년 만에 발생한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당시에는 528명이 숨지고 피해액은 1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번 폭우 피해를 입기 전까지 콜롬비아에서 발생했던 최악의 자연재해는 1999년 1월 25일의 지진 피해(피해액 약 19억 달러)였다.

5. 태풍 와시(Washi) : 필리핀 역사상 두 번째로 피해가 컸던 기상재해

ⓒ NASA

지난해 12월 16일 태풍 와시는 45~55mph의 풍속으로 8시간가량 필리핀 남부에 있는 민다나오(Mindanao) 섬을 관통했다. 당시 인근 바다의 수온은 관측 이래 다섯 번째로 높은 상태였다. 따라서 와시는 바다로부터 많은 수증기를 머금어 이례적으로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었다. 와시가 몰고 온 폭우는 벌목을 한 민둥산과 파인애플 플랜테이션에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순식간에 집채만 한 흙더미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태풍이 한 밤중에 마을을 관통한데다 조기경보시스템의 부재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소 1249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79명은 아직도 행방불명인 상태다. 필리핀 사상 최악의 기상재해는 1991년 11월 5956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태풍 델마이다.

6. 홍수로 902명 사망 : 브라질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자연재해

ⓒ Wikipedia

작년 1월 11일 브라질에 쏟아졌던 폭우는 마치 양동이로 물을 들이붓는 듯했다. 폭우는 리우데자네이루 북단 40마일 인근처럼 인구가 밀집된 급경사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내렸다. 홍수와 진흙더미들은 902명이 살고 있던 집들을 덮쳤고 강우량은 채 1시간도 안 돼 약 300mm를 기록했다. 피해 규모는 어림잡아 12억 달러. 이는 브라질 역사상 태풍 피해로는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브라질에서는 1978년과 2004년 두 차례 가뭄으로 각각 23억 달러와 17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작년에 내린 폭우 이전까지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기록으로 남아 있었던 기상재해 피해는 785명을 숨지게 했던 1967년 1월 홍수였다.

7. 미국의 ‘수퍼’ 토네이도 : 321명 사망

 ⓒ NWS Birmingham, Alabama

2011년 4월 25일~28일 거대한 토네이도가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지역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번 토네이도는 미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피해도 가장 컸던 토네이도였다. 모두 321명이 사망했는데 앨라배마(Alabama) 지역에서만 24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앨라배마의 헌트스빌(Huntsville), 버밍햄(Birmingham), 투스카루사(Tuscaloosa)를 비롯해 채터누가(Chattanooga), 테네시(Tennessee) 등 많은 대도시들이 토네이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그 결과 보험 손실은 약 73억 달러, 전체 피해규모는 102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8. 미국 남부/ 멕시코 북부의 가뭄; 100억 달러 이상의 피해

ⓒ wunderphotographer BEENE

가뭄과 극심한 고온은 텍사스, 오클라호마, 뉴멕시코, 애리조나, 캔자스 남부, 루이지애나 서부와 멕시코 북부 지역 등에서 큰 피해를 입혔다. 텍사스에서는 작년이 가장 건조한 해로 기록되었다. 멕시코 남부의 강우량은 1941년부터 시작된 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텍사스 주민들은 미국의 모든 주를 통틀어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경험해야 했으며, 오클라호마에서는 7월 기온으로는 사상 최고치가 관측됐다. 곡물, 가축, 목재와 관련된 직접 손실액은 약 10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2012년에 들어와서도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9. 파키스탄 홍수; 파키스탄 사상 두 번째로 큰 피해

 ⓒ www.groupin.pk

재작년에 이어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쏟아진 폭우는 20억 달러(GDP 1.1%)의 재산피해와 함께 45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는 95억 달러(GDP 5.5%)의 손실을 입혔던 2010년 홍수 다음으로 큰 규모이다. 2011년 홍수로 발생한 이재민은 180만여 명에 이르며 이 중 64%는 깨끗한 물과 충분한 식량이 없이 생활해야 했다. 유엔은 대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 주민들을 돕기 위해 3억5600만 달러(약 3972억원)의 구호기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10. 허리케인 아이린 : 2011년의 가장 막대한 손실을 입힌 열대성 폭풍

 ⓒ NOAA Environmental Visualization laboratory

아이린은 120mph의 강풍을 동반한 3등급 초대형 허리케인으로서 바하마 군도를 강타한 후 북상해 작년 8월 27일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상륙했다. 아이린은 풍속 65mph의 규모로 뉴욕을 관통했으며, 주택과 사무실 700만 호 이상이 전력 공급이 끊겨 암흑 상태를 경험해야 했다. 허리케인 아이린으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 수는 미국에서만 최소 45명이며 재산 피해규모는 73억 달러에 이른다.

사망자 수와 피해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우리나라도 기상재해의 피해를 비켜갈 수 없었다. 2011년 7월 25일 저녁의 소나기를 시작으로 7월 28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강원도 영서지방, 경상남도 등에서 도로가 주택이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는 서울에서만 32명이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승민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