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 [왕도의 개]에 등장한 폭풍간지 전봉준
- 작성일
- 12-03-04 12:45
"나라의 이익이나 민족의 형편을 넘어서는 올바른 길이 있음을 너는 믿느냐?"
야스히코 요시카즈 [왕도의 개] 6권에서.
야스히코 요시카즈 [왕도의 개] 6권에서.
초대건담부터 건담F91까지의 캐릭터디자이너이자 [건담 디 오리진]의 작가인 거장 야스히코 요시카즈(일명 쌀집 아저씨)의 1998년작 [왕도의 개]의 한장면. 북해도 출신의 두 청년을 주인공으로 19세기 말 일본 근대사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일본만화로선 드물게 자국의 근대화 과정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제국주의로 나아가던 일본의 정치를 대놓고 비판하고 있죠. 야스히코 본인이 60년대 말에 학생운동권이었다 제적당한 사람이기도 하고 일본에서도 변방인 북해도 출신이다보니 아이누족이나 재일 조선인들같은 소수민족들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죠.
위 만화에서는 특이하게도 김옥균하고 전봉준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데, 김옥균은 어느정도 친일본 성향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원래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지만 동학 농민운동의 지도자로 반외세 운동을 펼쳤던 전봉준까지 긍정적으로 그린 건 여러모로 대단하다고 말할수 있죠. 마지막권에서 조선에 피신한 주인공에게 본격적으로 반제국주의의 대의를 심어주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아주 많은 등장은 아니지만 그 박력이 대단합니다.
농민군을 이끌고 전주로 진격하기 직전의 전봉준. 옷이 한복치곤 약간 이상해보이지만 이 당시 겨울엔 저런 식으로 저고리 위에 마고자를 두르고 허리띠를 묶는 스타일이 많았기 때문에 틀린 고증은 아니라더군요.
위 만화에서는 특이하게도 김옥균하고 전봉준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데, 김옥균은 어느정도 친일본 성향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원래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지만 동학 농민운동의 지도자로 반외세 운동을 펼쳤던 전봉준까지 긍정적으로 그린 건 여러모로 대단하다고 말할수 있죠. 마지막권에서 조선에 피신한 주인공에게 본격적으로 반제국주의의 대의를 심어주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아주 많은 등장은 아니지만 그 박력이 대단합니다.
농민군을 이끌고 전주로 진격하기 직전의 전봉준. 옷이 한복치곤 약간 이상해보이지만 이 당시 겨울엔 저런 식으로 저고리 위에 마고자를 두르고 허리띠를 묶는 스타일이 많았기 때문에 틀린 고증은 아니라더군요.
작품 속에서 상당히 중요한 조연인 김옥균. 조선의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꿈꾸는 혁명가로 등장하는데 다른 일본의 만화나 소설에서도 일본 근대사를 다룰때 김옥균이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여기서는 일본의 후원자들에게 냉대받고 배신당하는 뒷사정까지 자세히 묘사하면서 '김옥균은 우리편'이라는 식의 관점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탈아입구 사상으로 유명한 만엔짜리 지폐의 후쿠자와 유키치. 일본에선 최고의 계몽사상가이자 근대화의 영웅 대접을 받는 사람인데 여기선 짧은 등장이지만 상당히 독선적인 캐릭터로 나옵니다. 일본의 근대화 사상에는 아이누인이나 조선인같은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주인공의 문제제기에 "그러니까 걔들도 닥치고 공부해서 실력을 키우면 됨"이라는 무책임한 소리만 하죠.
이야기 속에서 악의 축인 당시 외무상인 무쓰 무네미쓰 앞에서 일본의 비열한 팽창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주인공. 동아시아 화합을 얘기하던 김옥균을 죽게 만들고 청일전쟁을 일으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려는 책략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썩어도 중국은 조선의 종주국이다. 그 썩은 중국이 아시아의 맹주로 남아있고 근대화하지 않는 조선이 어설픈 체면을 위해 일본을 적대시하는 한 동아시아 3국의 협력은 있을 수 없다."
"그럼 아시아는 구미열강에게 이길 수 없다."
무네미쓰도 카리스마 있는 악역답게 제국주의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주인공에게 반박을 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것이 당시 일본 정치인들의 현실인식이었겠죠.
일본 만화가들은 데즈카 오사무나 야스히코 요시카즈처럼 옛날 작가들일수록 진보성향도 뚜렷하고 오히려 자국 역사를 비판하는데 과감한 면이 있는데,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고 비판세력으로서 좌파가 살아있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요즘 일본 젊은세대들보다 국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수 있는 모양입니다.
요즘의 일본 작가들은 정치에서 사실상 체제비판 세력이 전멸한데다 역사교육이 전혀 제 기능을 못하는 시대에 교육을 받으며 자란 사람들이라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는건 둘째 치고 그 시대를 그저 청나라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근대화를 달성한 화려한 시절로 미화하는 사람들만 가득하죠. 태평양전쟁에서의 패전에 대해서는 그저 원폭 맞고 도시가 불바다가 되었던 피해자로서의 이미지만 머릿속에 주입되서 전쟁이 왜 일어났고 누구의 잘못인가는 관심 밖이고. 개인적으로 우라사와 나오키가 얄팍한 문제의식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과대평가된 대표적인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그리고 있는 [빌리 배트]를 봐도 전쟁 직후의 도쿄를 무대로 하면서 그저 미군들의 떠세나 피해로 고통받는 일본인들만 그릴 뿐 그런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부연설명도 없더군요. 작품이 꼭 역사선생처럼 역사를 소소하게 설명할 필요야 없겠지만 이런 식의 묘사는 결과적으로 미군=압제자 일본인=선량한 피해자라는 우익들의 역사의식에 한발을 걸치는 거죠.
요즘의 일본 작가들은 정치에서 사실상 체제비판 세력이 전멸한데다 역사교육이 전혀 제 기능을 못하는 시대에 교육을 받으며 자란 사람들이라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는건 둘째 치고 그 시대를 그저 청나라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근대화를 달성한 화려한 시절로 미화하는 사람들만 가득하죠. 태평양전쟁에서의 패전에 대해서는 그저 원폭 맞고 도시가 불바다가 되었던 피해자로서의 이미지만 머릿속에 주입되서 전쟁이 왜 일어났고 누구의 잘못인가는 관심 밖이고. 개인적으로 우라사와 나오키가 얄팍한 문제의식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과대평가된 대표적인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그리고 있는 [빌리 배트]를 봐도 전쟁 직후의 도쿄를 무대로 하면서 그저 미군들의 떠세나 피해로 고통받는 일본인들만 그릴 뿐 그런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부연설명도 없더군요. 작품이 꼭 역사선생처럼 역사를 소소하게 설명할 필요야 없겠지만 이런 식의 묘사는 결과적으로 미군=압제자 일본인=선량한 피해자라는 우익들의 역사의식에 한발을 걸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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