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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에서 재범 횽아가 '여러분'을 부르기 전에 대기실에서 듣던 노래.. 기억나십니까?
바로 김현식 형의 "겨울바다" 입니다.







경연을 앞두고 다른 가수들은 발성연습이나 혹은 경연에서 부를 노래를 듣고 연습하면서
긴장을 푸는데 임재범은 현식이 형의 노래를 들으며 긴장을 풀고 있더군요. 그 장면에선 그냥 그럴려니 무심코 흘려보냈는데..
모든 가수들이 경연을 마치고 난 후 대기실에 모여서 임재범에 관한 얘기를 나눌때.. 잠시나마 울컥~ 했어요.  

이소라 : 임재범씨는 왜 우셨어요? 저도 보고서 갑자기 찡~ 했어요
            우리 둘이서 의논했어요 .왜 ..우시지?

임재범 : 사실.. 제가 친구가 없어요. 한명도..
            정말 그렇게.... '죽마고우'라고 하죠. 제가 아주 사적인 일을 털어놔도 허허..웃어주는 친구가 한명도 없었어요.
            근데 그게 그리웠는가보죠  순간, 친구가..  너무 외로웠으니깐,   항상 혼자였으니깐..








제가 왜 울컥 했나면..
임재범의 그 말한마디에 오랫동안 잊혀진 그를 떠올리게 되고, 나의 외롭던 유년시절이 생각난겝니다.

 
중고딩때 가창력이 뛰어나거나 무대 매너가 화려했던 인기가수와는  달리,  저돌적이고 거치른 음색과 단순했던 가사, 꾸밈없는 무대 매너를 선보인 형의 노래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제가 만나서 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형'이라는 친근감을 들이대는? 표현을 쓴다면 그 사람이 아마 유일한 분입니다.  '횽아'랑 '형'은 쫌 많이 다르죵 -.-)

그가 조용필보다 노래를 잘 불렀다면, 박남정보다 춤을 잘 췄다면, 그리고 수많은 대중들속에서 사랑을 받고 인기를 누리는 주류로 살아가는 인생이었다면 ..아마 그를 그렇게 미치도록 좋아할 이유는 없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시절 나는 남들보다 잘하는 주류속에서도 '주변인'으로 머물던 넘이었니까요.

공부는 잘했습니다. 국민학교5학년부터 고1때까지 내리 쭉 반장을 도맡아 했습니다.
집안환경이 못살진 않았습니다. 나좋다고 따라다니는 여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공부 잘하고, 집안 괜찮고, 학교생활 바르고, 인기? 많고..훗~
근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친구가...없었습니다.
남들이 주류라고 보는 그 속에서도 낄 수가 없었어요.
남들이 비주류라고 보는 그 속에서도 낄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내게 다가와 속내를 털어놓는 친구가 없었던 건 아니예요.
그렇다고.. 내가 그 친구들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니 ...친구가 없는게죠.
모르겠어요..그땐 왜
남들처럼 마음을 문을 쉽게 받아줄 순 있어도,
남들처럼 마음을 문을 쉽게 못 열었는지...

그 시절 아마도 나의 사춘기는 남들보다 뭐든지 잘해서, 잘하는 아이들과 함께 '끼리끼리' 어울려 놀아라는 어른들의 우열식 편가르기 지침이 무척이나 거부감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초.중학교시절엔 어른들의 빈부격차가 곧 친구들간에도 빈부격차로 대물림 받는게 당연시 돼는 '끼리끼리' 노는  문화가 이해할 수 없었고,
고등학교시절엔 입시위주의 교육(그당시 교육이란 말 자체가 훼손되었지만..)으로 인한 성적 우열반 편성으로 나뉜 또래모임이 싫었습니다.

어른들이 늘 강조하던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랑 사귀어라! " 말은  쉬운 거 같지만 정말 어려웠어요.
착한 아이는 공부 못하는 얘들이 많았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이기적인 애들이 많고,  착하고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내향적인 애들이 많았던 탓에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랑 쉽게 사귈 수 없었던게 현실인게죠.  그리고 무엇보다 순수하게 마음이 통하는 대로 사귀고픈 친구들을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그리 탐탁치 않게 보는 눈초리와 노골적으로 떼어놓기를 강요하는게 가장 마음이 아프고 싫었어요. 또한 그런 강요(교육?)을 받고 자라난 아이들인지라 그들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끼리끼리"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그 모임에 속해있지 않은 누군가가 그들의 구역으로 발을 디딛는다면  배타적인 괄시와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로 은연중에 "따돌림"을 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 같아요.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의 象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빗좋은 개살구 같은 허구임을 깨닫기 시작한 거죠.

여러분의 유년시절은 어떠한 모습이었고 또한 여러분의 '친구'를 떠올리면 어떤 친구였는지 궁금합니다만, 제가 그 때 생각한 건 '친구'를 서로 개인적 성향이 비슷해서 사귄 것 보단 실제론 비슷하게 자라온 환경(빈부의 차, 성적순의 차, 싸움박질의 차? )의 영향에 많이 좌우된 게 대부분이지 않나 싶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공부잘하고 싸움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이쁘장한고 잘사는 여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등이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보며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생활은 서로가 갖지 못한 부분에 대한 대리만족을 충분히 충족시키기에 편한 상대를 찾은 것뿐이라는 것.. 입맛에 맞는 친구를 사귄거면 언젠가는 그 입맛이 변하면 친구관계도 변할 수 있는 이치인데 ...그러한 친구가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까? ..
뭐 그렇지 않다고 하실 분도 계실겠지만...요는 제가 그때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니 가타부타할 논의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일단 노파심에 말씀드려욤. -.-

그리고 정말 싫었던건 그러한 흐름에 주류로 편입하고자 노력했던 나의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보다 뛰어나기 위한 노력은 비난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순수한 열정을 등한시 한체 이기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어른들의 세상속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이 마냥 싫어하는 걸 어쩔 수 없이 한다는 타성만이 그 시절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싫어하는 것과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것!
그 둘의 갈등은 지금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감내할 수 있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든게 아니어서 무척 힘들었다는 추측뿐.. 
그 시절 국민윤리 47페이지 넷째줄 문단에 나오는 사춘기를 묘사하는 말인 "주변인", 질풍노도의 시기" 라는 말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게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든게 아닐수 있다는 합리화뿐..이네요.


각설하고.....

스스로가 주변인이라고 느껴질 쯤 현식이 형의 노래들은 세상을 향해서 소리지르고픈 나의 확성기로 여겨졌습니다.
그 당시 대중방송과 음반회사가 내놓는 성공의 지름길로의 전횡을 깡그리 무시해 버리고, '경아', '스잔' 등으로 대표되는 대중들의 소녀적인 취향에 대해서도 일고의 배려가 없었던 그의 음악세계는 세상 밖 주변인으로만 머물던 나에게 다시 세상속으로 나설 수 있으리란 커다란 위로가  되었습니다.

<골목길> <한국사람(하모니카 연주곡)> <사랑했어요> <이별의 종착역> <추억만들기> <비처럼 음악처럼>
<겨울바다> <떠나가 버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둠 그 별빛> <가리워진 길>
<내사랑 내곁에> <사랑 사랑 사랑> <향기없는 꽃>...등

형의 노래는 맑고 고운 희망을 머금은 바람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텁텁하고 무겁고 거치른 음색속에 누군가에게 세상살이가 힘이 되어주기 위해 알리는 외침보단 홀로 감내해야 하듯이 세상살이가 힘든 여정임을 툭툭  내뱉을 뿐이었죠.
그 자신이 우울한데, 고독한데, 슬픔이 밀려오는데 ,,,그리고 그 힘듦을 극복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세상이 아름답거나 희망적일 수 있겠어요..
그래서 그가 맑고 고운 목소리를 벗어나 거칠고 탁한 음색일지라도, 음정이 불안해도, 박자가 엇갈려도 그 노래속에는 거짓이 없는 울림이  있기에 허전하고, 쓸쓸하게 듣는이로 하여금 마음을 열어 놓게 되는 벗이요 영원한 노래인게죠.
슬플땐 괜한 웃을 일을 찾는 것보단 가슴에서 분출하는 눈물을 흘리는게 오히려 위로가 된다고 하죠. 그 슬픔의 눈물속에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이 거짓없이 스며 녹아들었는데 앞으로의 그 무엇이 두렵고, 그 무엇을 후회하겠습니까..

그래서 현식이 형의 노래는 슬프지만 따뜻합니다.
차가운 블루 세상속에서 따뜻한 블루스 음악을 전하는 게리횽아처럼..!







1990년 11월 1일 현식이 형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딩 막바지 교과서 끝자락을 잡고 머릴 싸멜때 그의 죽음을 자율학습시간 라디오에서 접했죠.
이상하게 슬픈생각이 안들었습니다.  그의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근간의 소식을  간간이 듣고 있었던 터였는지 죽음을 앞둔 병자에게 마지막 찬송가를 부르고 조용히 기도를 마치는 신부님이 죽어가는 이의 두눈을 살포시 감싸 안을때처럼 담담한 기분이었습니다.
그의 생전 마지막 앨범인 5집 '넋두리'를 들어보면 이미 그 스스로가 죽음을 암시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그의 팬이라면 누구라도 '넋두리'를 듣다보면 "아~ 이 사람 이제 죽을려고 하는구나.." 라고 그의 마지막 인사말을 접하게 되더군요. 흠~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리어커에서 파는 김현식 베스트앨범 2500원짜리 테잎을 사서 워커맨에 끼우고, 한적한 골목길에서 담배 한 모금 내뱉는 걸로 현식이 형 가는 길에.. 스스로 위안삼아 조문했던 것 같아요.







그 후 10여 년이 지난 2000년 11월 1일.. 라디오방송에서 김현식 추모 10주년 특집방송이 나갈 쯤  다시 그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서핑하다 어느 김현식 팬클럽 사이트를 발견하였고, 또다시 그의 음악세계가 아닌 인간 김현식을 만나게 되었어요.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제왕","천재록보컬리스트"란 수식어에 붙는 음악적 화려함과 성공을 뒤로 감춰진 그의 삶을 말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이문세씨가 진행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 프로에서 추모방송이 있었습니다.
 그가 생전에 남겼던 일기형식의 글중에 이런대목이 기억납니다.

" 함께 얘기를 나눌 만한 친구들이 없다......"

이 대목을 읽어가던 이문세씨의 목소리가 흐느낌으로 바뀌던 기억이 납니다.
간경화가 악화되어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에 예정되어있던 공연에 나가기위해 그는 병원을 몰래 빠져나옵니다.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빌려입고서.....
공연장에서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힘없이 축 늘어진 모습으로 마이크앞에 서서 고개를 숙인채
"비처럼 음악처럼" 을 부르던 그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공연이 끝나고 그는 다시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그가 그의 음악을 통해서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 아니, 어쩌면 그는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혼잣말처럼 음악을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건 저는 그것에대해 알려고 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그의 음악을 들으며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이유를 알 수 없는 평온을 얻는 것에 만족할 뿐입니다.
가수가 아닌 인간 김현식으로 그를 기억하고 느끼는것에 만족합니다.

-사랑의 가객(김현식 팬클럽사이트) 만든이의 짧은 단상中-

 

 



1년도 채 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때부터 웬지 그를 보기가 싫어졌다.
심지어 밤늦게 찾아온 그를 그냥 대문 밖에서
돌려 보내기도 했다. 얼마나 나를 원망했을까.
나 역시 괴로움에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며칠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골목 저 끝에서 낯익은
하모니카 소리가 들린다.
현식이가 온 것이다. 조금은 멋적은 표정으로
들어오는 그의 손에는 영락없이 돼지고기가
들려있다. 우리집 개들은 반가워하고......
며칠 우리집에 묵으며 많은 얘기들이 오간다.
새로 들어갈 앨범 얘기며 공연 얘기 등.
얼마 있으면 다시 완제와 완제 엄마랑 같이 살게 된단다.

그리고는 술을 조금씩밖에 입에 대지 않았다.

- 엄인호 -


현식이형을 결국 맨 마지막에 본게 세상을 뜨기 일주일전이었는데 그날도 또 녹음을 하다 방송하러 왔더라구요.
너무 체력이 딸려서 채 노래도 못 부르고 그냥 중간에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갈 때 "형 어디가?" "어 나 녹음실로 가야지"

결국은 죽는 순간 까지도 음악속에 있다가 간게 아닌가 싶습니다.

- 권인하 -


그는 음악에 관한 한

천재였고 또 보헤미안이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낭만인이었다.

엉뚱한 행동을 곳곳에 터뜨리고 다녔던 피에로였다.

그런 그가 그리웁다.

그의 영혼이 머무는 것이 이 우주 어느 지점일까?

後生의 어느 지점 , 어떤 생명과 연이 닿을지......

막연하지만 그래도 기원한다.

방랑과 무질서와 자학과 두려움과 파괴가 아닌

평화와 온전함으로

드넓은 대지와도 같은 포용의 깨우침과

사랑과 사람과 행복을 구현하는 사람.

그런 음악인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말이다.


-강인원 -




"나의 모든 사람이 떠나가는 날이......"

"그게 무슨 곡이니?"

"얼마전에 제가 써본 곡이예요."

"나 줄래?"

"그러세요."

1988년 신촌블루스 시절로 기억되는데, 지방 콘서트중에 대기실에서 김현식 선배님과 제가 나눈 대화입니다.

그렇게 조금은 쉽게 [내사랑 내곁에]란 곡은 주인을 만났고 (지금은 다시 잃었지만......) 그후에 5집(넋두리)이 나왔지만 제곡이 실려 있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운 마음과 함께 "미리 얘기라도 해주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더 서글펐고......

- 오태호 -




저 나이에 저렇게
노래를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노래를 잘했어요.
정말 샘이 날 정도로 노래를 잘하더라구요.

그리고 항상 따뜻했죠.



사람이......


- 김동환 -



천재는 요절하는가 보다.
현식이 형에게 미안한 일이 한가지 잇다
학업관계로 내가 봄여름가을겨울을 나왔던 이후에
[비처럼 음악처럼]이 많은 대중에게
사랑 받은것이 웬지 늘 마음에 걸린다.
아무래도 내가 만들었던 곡이니만큼
같이 있었더라면
조금이나마 현식이 형게게 도움이 됐을텐데......

지금도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가끔씩 그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 박성식 (빛과소금)-




김현식 선배와의 첫 대면은 동아기획 사무실에서 였다.

가만히 숨죽이며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어깨를 툭 치곤

"네가 유영석이냐?" 고 심드렁하게 말을 걸었다.

나는 얼른 "네"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현식 선배는 회사 여직원에게 1천원을 주고는 소주, 오징어, 담배를 사다줄 것을 부탁했다. 내 머리속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소주, 오징어, 담배가 1천원으로 될것 같지않았는데 여직원은 선뜻 나가서 그것들을 구해왔다.
소주를 간단히 딴 김현식 선배는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부었다.
그러더니 불쑥 내 앞으로 내밀곤 "마셔"라고 전했다.

어느 선배의 영인가.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마셨다.
그렇게 간단히 둘은 소주 한병을 비웠다.
그것도 휜한 대낮에.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짖궃은 장난도 많이 쳤지만 언제나 후배들에게 정이 많았던 선배였다.

무엇보다도 음악에 관한 열정만은 대단했다.


- 유영석-




여기서 Q.1)

"함께 얘기를 나눌 만한 친구들이 없다..."

그의 음악은 슬프고 따뜻했지만 그의 삶 자체는 슬픔도 따뜻함 따위도 위로받지 못함에 익숙한  영원한 보헤미안이었나 봅니다.

어쩜  죽음만이 그의 지친 삶을  위로해줄 유일한 벗이요 영원한 노래였을까요?






        Q.2)

'가리워진 길'은

현식이 형이 가장 아꼈던 음악적 동지였던 故 유재하가 김현식의 3집앨범에 흔쾌히 준 곡으로 유명하죠. 

유재하가 87년 11월 1일에 사망한 지 정확히 3년 후인 90년 11월 1일에 그도 사망했습니다.

보일듯 말듯 가물 거리는 안개속에 쌓인 길
잡힐듯 말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갈길을 찾았나

손을 흔들며 떠나 보낸 뒤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유재하는 현식이 형이 가는 길을 알고 있었던가요?

터놓고 얘기할 만한 친구 하나 없었던  

오직 노래하나로 그 고통스런 병마를 견뎌내야만 했던

서른세살 가수의 가리워진 길을 말입니다.

 

 

저도 여기까지간 봅니다. 

"어찌되었건 저는 그것에대해 알려고 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그의 음악을 들으며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이유를 알 수 없는 평온을 얻는 것에 만족할 뿐입니다."

5집 넋두리 화보 촬영차 사진작가 김중만과 함께한 현식이 형.
사진촬영 핑계로 밤새도록 해운대에서 둘이 술먹고 새벽바다 거닐다 포착한 사진이라카네요.

찢어진 청바지

낡은 흰운동화

그리고

간경화로 인한 퉁퉁 부은 발

 

 

버리지 못한 찢어진 청바지가 하나 있는데..

주말에 비온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해운대 바닷가나 가볼랍니다.

이왕이면 하얀운동화 신고,

두발이 퉁퉁 부울 정도로 거닐다 와야 겠습니다.

 

터놓고 얘기 나눌 만한 친구가 아직은 없지만

내뺨에 흐르는 빗물에 말을 걸 수 있어서,

비처럼 음악처럼 흐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바다가 있기에

조금은 살만하지 않을까 싶네요.

 

너무도 힘겨운 ..너무도 비틀거리는  형의  마지막 목소리..그대 부디 이젠.. 안길 곳을 찾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