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아랫 참에서 부스럭거리며 일어나는 그녀의 얼굴을 힐긋 스쳐보며 말했다. 추위 탓에 빨개진 양볼을 왼 손등으로 번갈아 데우고 있는 그녀의 초조함에 괜시리 심술이 났다.
"그냥 있으라니까 왜 따라와선 청승이야."
낡아 비틀어진 나무 창틀 사이로 겨울바람이 새악거리며 엄포를 놓는다. 한 계절 쯤은 닦지 않은 듯한 때 투성이의 유리턱에 허덕대며 겨우 발을 걸친 낮은 햇살로는 애시당초 손 하나 녹일 깜냥도 안된다.
"꺼져." ...........
"꺼져. 새끼야."
입에 떡이라도 물은 듯 꽉 막힌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내뱉는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난 픽 웃었다. 여름 쯤이었으면 좀 더 나은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겨울만 아니라면 어느 계절이어도 지금보단 나았겠지. 적어도 허옇게 떠서 갈라진 입술을 씹어대느라 피맛을 보진 않아도 됐을테니까.
"가자. 내일 또 와보면 되잖아."
담배 한 대가 애타게 그리웠다.
"혼자 가."
버스를 내릴 때 정류장 앞 가게에서 새로 담배를 샀어야했다.
"이게 마지막일거야.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이젠 우리 집에 오지마."
담배가 몇 개비 안남으면 항상 조바심이 난다.
"지긋지긋해."
빈 담배갑을 구겨서 던지고 비명을 지르는 녹슨 철문을 천천히 밀었다. 살을 에는 바람이 달려들어와 계단 난간을 휘말아 돌며 올라가 까만 복도 끝으로 치달아 사라졌다. 등 뒤로 꺽꺽대며 닫히는 문 소리가 그녀의 목소리를 희미하게 먹어갔다.
"나쁜 새끼."
주머니에서 1회용 라이터를 꺼내들고 멋적게 입맛을 다시다 걸음을 옮겼다. 버스 정류장까진 못해도 20여분은 걸어야할테다. 분명 버스를 내릴 때 새로 담배를 샀어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