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원래는 류현진 등판 이틀 전에 올리려고 했는데요. 반 정도 쓰고 나서 컴퓨터 잠시 안하다가 다시 썼더니 자동 로그아웃이 되어서 글 반이 날라갔어요. 

삭제된 부분 대신 좀 수정해서 올립니다. 

그동안 쓰고 싶은 내용들은 꽤 있었죠. 대부분은 스프링캠프 때 가졌던 느낌들과 관련하는데, 덕장 매팅리 감독, 그리고 스캠 기간에 엠게에 따로 적었던 다져스의 더블 스쿼드같은 내용들이요. 

근데 좀 여유가 없어서 쓰는 걸 주저했어요. 하지만 너무 좋은 기사가 있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어요. 허니컷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류현진 입단 이후 팀 코칭스태프들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류현진을 지켜봤습니다. 그 눈은 점점 호의적으로 바뀌었죠. 이미 몇번 다룬 적이 있어요. 팀 전체가 류현진을 높게 평가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허니컷 코치, 매팅리 감독, 주전포수 앨리스는 류현진의 능력을 일찌감치 인정하고 믿어줬습니다. 

이 내용은 저도 스캠때 많이 다룬 적이 있어요. "운좋은 류현진"이라는 이름으로 엠게에 글을 썼었습니다. 

링크 달아둘께요.

왜 류현진의 스프링캠프는 다른 선수와 다를까에 대해서도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매팅리를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하게 된 시발점이 되었죠. 국내에선 류중일 감독과 많이 비슷한 느낌입니다. 스타 야수 출신에 선수시절에 우승없고 투수코치에게 투수 쪽은 거의 전담시키며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주며 무리하지 않는 시즌 운영을 한다는 면에서)

류현진은 시즌 중반 좀 부진했었어요. 당시 저도 포심의 움직임을 보면 류현진 그날의 성적을 가늠할 수 있음에 대한 글들을 썼었습니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많이 다뤄지고 새롭지도 않은 내용이 되었죠. 

하지만 그 때 매팅리는 류현진이 변화구를 더 날카롭게 만들 것을 요구했어요. 그리고 그건 맞는 말이었습니다. 특히 커브의 완성도와 관련한 요구였는데, 아마도 투수코치와 상의를 한 결과였던 거 같아요. 

위 링크를 읽어보시면 커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류현진이 포심 구위는 차이가 많이 나도, 자신의 변화구는 커쇼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라구요? 허허.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류현진의 커브와 커쇼의 커브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거든요. 커브 역시 공이 빠른 파이어볼러가 더 유리합니다. 팔스윙이 빨라야 빠르면서도 더 큰 낙차를 갖도록 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큰 차이는 류현진의 커브는 완성도 자체가 무척 낮다는 것이고, 그걸 매팅리와 허니컷이 지적한 거죠. 일단, 릴리스 포인트가 안정되지 못하다고 합니다. 

류현진은 제구력이 아주 안정된 선수이지만, 가끔 얼토당토않은 곳으로 공을 던질 때가 있어요. 이 때 보통 커브를 던지려고 한 겁니다. 아직 손끝에 공을 감아던지는 데에 익숙하지 못해요. 이에 대해서 역시 스캠 때 언급한 적이 있죠. 

당시 샌디 쿠팩스가 류현진에게 공을 더 깊숙히 잡으라는 조언을 해줬거든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꼭 커브를 깊게 잡아 던져야하는 건 아닌게 맞습니다. 지토나 오늘 맞상대인 슈털츠도 류현진처럼 감아 던지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나 저 두 선수는 하체를 많이 이용하지 않고 상체를 꽂꽂이 세우고 공의 높이를 이용하는 스타일입니다.

공에 최대한 체중을 실어던지는 파워피칭을 하는 투수들(류현진 역시 구속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파워피칭을 합니다)은 쿠팩스의 조언처럼 공을 깊숙히 잡고 던지고,그럼 마치 공이 채이는게 아니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이 나와서 원호를 그리듯 솟구쳤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커브를 볼 수 있어요.   류현진이 커브 각이 엄청 좋은 날은 이런 투수들이 던지는 커브와 비슷한 느낌이 나고 삼진을 양산합니다.

1회에 실점이 많았다지만 그런 스타일을 한꺼번에 버리긴 힘들텐데.. 

그리고 오늘은 포심의 힘으로 타자를 눌러잡으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는데, 힘을 빼버린 탓에 7회에 3안타를 내줬죠. 그나마 이제는 몸의 밸런스가 잘 맞아돌아가서(류현진은 시즌 후반이 되면 밸런스가 더 좋아지죠) 짜내서 던지더라도 밸런스가 좌우로 많이 흔들리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공끝이 살아있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도 류현진이 힘으로 부딪혀오는 걸 아니까 툭툭 가져다맞춰서 빚맞은 안타가 오늘 많이 나왔습니다. 위기 극복은 오히려 변화구가 가져다줬구요. 오늘 운이 좋아서 1실점이지 초반에 무리하다가 경기 후반에 그르치는 경험없는 선발투수의 모습을 따라하는 거 같아서 의아했습니다.

다음 번에도 오늘처럼 할지 좀 지켜보려구요. 많은 팬들은 타자가 뭐가 올지(슬라이더) 알아도 당하고 마는 다르빗슈의 삼진을 잡는 피칭을 좋아하고 류현진의 피칭은 지루하다고 하지만, 저는 4가지 구질을 적절히 구사해서 타자를 바보로 만드는 류현진의 피칭이 더 재밌습니다. 꼭 힘으로 눌러잡아야만 좋은 투수인가요. 류현진이 자신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그걸 더 연마했으면 좋겠습니다.

덧) 오늘 2루타 쳤는데, 아마 처음으로 당겨서 친 장타 아니었나요? 그동안 밀어서 맞추는데 중점을 뒀는데 오늘은 적극적으로 잡아당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대신 팔로우 스로우가 너무 없더라구요. 맞춘 이후에도 좀 시원하게 뱃을 돌려줬으면 좋겠는데. 시즌 종료 전에 홈런 볼 수 있을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