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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3때의 일이었어요

사실 공교육 12년 동안 고3을 빼고 선생님한테 안 맞아본적이 없네요

고3때 선생님이 어떤 사람이었냐면 굉장히 차갑게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차갑지 않아서

때리지도 않으면서 학생들을 휘어잡는 독특한 타입의 선생님이었지요

나름 고3때 그 선생님을 만난게 제 인생에서 큰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족이 길었네요






근데 이 선생님한테 딱 한번 맞을 뻔한 적이 있었어요

때는 바야흐로 추석 연휴

원래 우리학교가 그런 학교가 아니었는데

연휴기간에 추석전후로 등교

추석 당일은 오후에 등교를 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일정을 짜서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직전이었죠

첫날이랑 둘째날은 어쩔 수 등교를 했는데 의외로 출석율이 좋더라구요

그리고 셋째날이되었어요




정말 학교 가기 싫다고 방바닥을 박박 긁어대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모네 식구가 저희 집에 있었고

이모부가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으로 저를 학교앞까지 인도하셨다만....

정문 바로앞에서 이모부의 차가 돌아가는걸 보고

위화도회군급의 회군을 시도해서 영화관으로 날라버렸죠
 
뭐 딱히 친구들하고 놀고 싶은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기 싫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학교를 가기 싫었던거죠

때마침 JSA가 상영되고 있었고 낼롬 그걸 보면서

"우와 이영애 이쁘다..." 이러고 있다가

마지막에 이병헌이 이영애에게 숨겨진 진실을 말해주는 장면에서

김광석훃님의 '부치지 않은 편지'가 나오고

아..이를 어째...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문자가 딸랑 오는데



'도남아 니 X됬어 니 말고 우리반 다 왔어..담임쌤이 체크하고 갔어'


뭐 이런 거짓말은 평소 야자시간에도 자주 있는 일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학교를 갔는데

정말 저 말고 전원 출석했더군요

시간은 점심 시간이 살짝 지나이었고

때마침 몇명의 무리들이 과자 봉지를 들고 왔어요

그 와중에 불안감보다는 배고픔이 더 크던지

쫄래 쫄래 비어있는 1학년 교실로 따라가서 과자를 먹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비관하며 있는데

갑자기 교실 문이 열리며


'차도남 니 자식이 오전에는 학교도 안오고 와서는 이러고 있냐!'

라고 샤우팅을 하시며 제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진학지도실로 끌려가는데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보다 불쌍해보였을겁니다..ㅠㅜ

근데 다행히 30분간의 훈화말씀을 듣고 교실로 복귀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되었지요




나중에 졸업하고 나이 좀 먹고 선생님과 식사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꺼냈더니

교사생활 20년 동안 저 같은 인간을 처음 봤다면서....하아...

뭐 그러고 보니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므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