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저희 학교에 '껌쟁이'라는 선생님이 있었어요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짓하다 걸리면 학교에 있는 껌을 요구르트병에 꽉 채워오라는 벌을 내린느 선생님이었어요

근데 과실의 정도에 따라서 우유팩이 되기도 하고 뭐 그랬는데

어떤 학생이 우유팩에 채우라는 형벌을 받고는 그걸 다 못때서 학교 마치고 길거리에서 껌을 때고 있다가

경찰을 만나서 나중에 학교로 모범청소년 표창을 받기도 하고 그랬었데요




그러던 어느날 제가 요쿠르트병 한병의 형벌을 받고 껌을 때고 있는데

당시 그 선생님이 3학년 국어 담당이라서 3학년 교실 바닥에는 껌이 하나도 없었어요

무분별한 채취로 씨가 말라 버린거죠..

그래서 아직은 개체수가 유지되고 있는 1학년 교실에 가서 불쌍하게 쪼그려 앉아서 껌을 때고 있는데

누군가의 발길질과 함께.

"마... 너희반 가서 때라 왜 남에 반에 와서 그라노?" 하면서 킬킬대길래
 
뒤를 돌아봤더니 왠 190 정도되는 키에 우람한 등빨에 더러운 인상의 고1이 있더라구요

아....고3이 고1한테...

이 상황에 가만히 나갈 수 없는 고3의 쓸데없이 자존심에 온 우주의 기를 모아서 싸다구를 짝~~!!

"마 돌았나? 요즘 1학년들 미쳤네..."라고 질러버렸는데

어머나...근데 치고 나니 이걸 어찌 수습해야할지....

막상 계급장 때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난 한방거리잖아...하는 걱정이 드는데...

때마침 구원의 종소리가 들리길래 호기롭게

"마 조심해라. 종소리가 니 살렸다" 라고 하면서 돌아 나왔어요

사실 종소리가 저를 살린듯...

그리고는 호기롭게 교실로 돌아오는길에 다리가 후덜거리더군요

나중에 알아봤더니 1학년 통(짱이랑 같은 말인데, 부산에서는 통이라고 썼어요)이라는 소리듣고

심하게 쫄기는 했지만 그러고 잊혀졌어요

그러고 며칠 후 으슥한 길거리에서 뒤쪽으로 오토바이를 탄 그 1학년 학생이 오는데

그때 그 껌때는 날의 그 1학년 '통' 이더군요....ㅎㄷㄷ

아...이를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일단 친구 한놈한테 전화를 해서 당장 친구들을 모아서 와달라고 사정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타이밍도 안 맞고 혹시 못알아보고 지나가지는 않을까 하는 희망을 끈을 잡고 있었는데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저를 따라오는거에요...

뭐 잠시의 시간이었는데 저에게는 만억겁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지고

눈앞에 보이는 평소 자주 가던 레코드점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면서 사태는 마무리되었어요.

뭐 그 뒤로는 학교 밖에는 그 1학년 '통'을 만난적은 한번도 없네요.

휴..휴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