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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영화 평론계에서 영화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가깝습니다. 영화의 특징을 영화의 언어로 풀어낼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제대로 된 영화평론가라고 생각합니다.

유운성 전주국제프로그래머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나는 언제나 이 분의 말에 귀 기울입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열정, 열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논리와 박식함. 지난 전주 국제영화제는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피땀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올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 때 전주의 한 신문 기자가 무려 질문이라는 것을 했나봅니다. 영화에 대한 지식은 없고 그러면 대충 '이번 전주국제 영화제의 작품 성격이 어땠고 지난 번에 비해 어떤 점을 고려해서 선정했습니까? 국내 다른 국제영화제에 비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차별성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요?' 대충 이런 질문을 하면 50점이라도 맞을 건데..

무식한 기자뇬이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 외에 볼게 뭐 있나요?" 요런 질문을 했나봅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입장에서 보면 기자 가스나가 저 따위 질문을 하는 걸보면 한심했겠죠. 유 프로그래머가 "영화제에서 제일 볼거리는 영화입니다. 그 외에 다른 것을 찾으시려면 여수 엑스포를 찾아가면 됩니다"라고 대답을 했는데 이게 사단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제는 정부에서 수백억의 지원을 받는 것이고, 지방단체에서는 이 돈을 끌어와서 부대행사를 잘 치루어야 자기들에게 번드러한 업적이 생기는 것이죠. 전주 쪽의 입장에서 일개 프로그래머라는 쌔끼가 영화에만 미쳐서 돈을 영화 쪽에 퍼부으려니깐 심통이 난 겁니다. 유 프로그래머의 답변이 있고 난 뒤 전주일보의 김아론이라는 기자는 다음날 유 프로그래머의 발언이 망언이었다고 지랄을 떱니다. *같은 질문을 한 지 대가리는 생각 안하고 말입니다.

결국 뒤에 외압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민병록 집행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해임 통고를 날렸습니다. 이유가 뭐냐고 묻자 알면 피차 좋을게 없고 다친다는 개소리를 짖어대면서요.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 필름을 선별하러 외국으로 나갈 때도 자비로 비행기표를 구입했다고 합니다. 말을 저런 식으로 하니깐 사람이 무슨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처럼 되어버리지요.


우리 나라에서 거행되는 국제 영화제들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영화제에 떠다니는 눈먼 돈, 그 돈을 영화 이외의 목적에 쓰고 생색내려는 관료들, 이 기회에 한목 잡으려는 지역 유지와 언론...

쉬벌 놈들.. 관계자라는 넘들은 영화 한편 안보다가 개막식 시작되면 늦게 와서 바로 앉지도 않고 저거들끼리 악수만 하다가 불 꺼지면 바로 일어나는 놈들이잖아요. 이런 넘들이 무슨 영화제에서 관여를 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