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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질수있겠죠. 누군가에게는 심심풀이나 시간때우기용일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필생의 과업이 될 수도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또 쓰는 것. 이것을 이 책의 저자인 사사키 아타루는 '혁명'이라고 감히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는것, 다시 읽는 것, 다시 쓰는 것, 이것이야말로 세계를 변혁하는 힘의 근원"이라고요. 


저자는 이 주장에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12세기 유럽의 역사를 소환합니다. 11세기말 피사의 사탑에서 로마의 유스티아누스법전이 발견됩니다. 로마 멸망이후 수백년동안 망각되어온 이 로마법이 씌여진 '책'이 발견된 거죠. 이 책을 근거로 당시 교회는 교회법을 다시 수립하게 되는데 그것이 12세기 중반의 그라티우스의 교령집이었죠. 그런데 이 교령집에 의해서 중세유럽을 그리스도교로 통일하는 교회질서을 확립하게 되죠. 그리고 이 교회가 결과적으로 유럽의 근대국가를 수립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의 기독교공동체를 보편화했던 교회법을 가능케 했던 것도 책읽기에 의해서였다면 이 카톨릭교회를 붕괴시키게 한 것도 책읽기에 의해서였죠. 최초로 종교개혁의 횟불을 든 마르틴 루터는 "믿음 만으로, 은총만으로, 성경만으로"를 외치면서 교회의 권위에 의지하는 믿음이나 신앙이 아니라 (복음이 쓰여있는) 성경을 다시 읽을 것을, 성서로의 회귀를 주장했었죠. 그래서 마르틴 루터를 복음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12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이 이베리아반도를 경유하여 아랍어에서 라틴어로 번역되고 수용되면서 중세적 믿음에서 깨어나 신앙과 이성을 화해시킬수있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도 결국은 책읽기+책쓰기가 일으킨 혁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와관련해서는 리처드 루빈스타인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들>을 일독해보시길)

몇년전에 일본의 평론가인 가라타니 고진이 (근대)문학의 종언이란 화두를 꺼내서 논란이 된바있었죠.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아무것도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책을 읽고 또 쓰고하는 사사로운 일들이 사회전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잠재적 힘이 될수있기에 문학이나 철학 혹은 인문학이 수행하는 이런 기본적인 행위자체가 곧 혁명일 수있기 때문이죠. (참고로 저자인 사사키 아타루는 <현대일본사상>에서 사사키 아쓰시가 말한 분류법 즉 80년대의 아사다 아키라. 나카자와 신이치, 하스키 시게히코, 가라타니 고진, 90년대의 후쿠다 가즈야, 오쓰카 에이지, 미야다이 신지 그리고 2000년대의 아즈카 히로키가 있다면 사사이 아타루는 이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받는 차세대 일본평론계의 신성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읽기와 관련해서 옆동네와 이곳에서 특정표현으로 소란을 읽으킨 경험이 있습니다만 지금도 저의 기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늘날 책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므로 단순히 물리적인 의미의 책들을 의미한다고는 할순없기에 책읽기의 의미가 다양할수 있다고는해도 책=텍스트라는 차원에서 보았을때 좋은 책과 좋은 텍스트를 자양분으로 삼아 그것을 읽고 또 쓰고 하는 작업이 가진 중요성은 12세기의 유럽이나 21세기의 한국이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해서, 오늘도 외칩니다.  읽읍시다. 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