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소유 구조가 아니라 행태가 문제다
- 작성일
- 12-07-12 21:28
우리나라 재벌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계열사 간 순환 출자나 피라미드형 지배 구조를 통하여 총수(總帥) 일가가 극히 적은 지분으로 광범한 기업집단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가족형 기업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재벌이 국민으로부터 부정적인 시각을 받아 온 것은 단순히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과다한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그동안 전략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많은 특혜를 입고 성장하였는데도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고 부의 축적과 그 승계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탈법과 편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 민주화라는 담론하에 재벌 개혁이 회자되고 있다. 일부 재벌의 경제력 남용이나 불공정 거래 행위, 편법적인 부의 승계 행태를 개선하자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반드시 가족 일원에게 승계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문제는 소유 구조가 아니라 의사 결정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일원이 기업을 승계했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의사 결정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라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됨에 따른 대리인 문제를 오히려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기업들은 아직도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가족이 소유 경영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성과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이들은 가족 경영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이유로 기업을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으로 간주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강력한 리더십과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한 사업의 추진력을 든다. 물론 반대의 연구 결과도 많다. 기업을 경영 능력에 관계없이 가족에게 승계함으로써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지 못하고 총수 일가의 잘못된 판단으로 경영을 그르칠 수 있다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그것이다.
재벌들의 잘못된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인 부의 이전, 비상장사를 이용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무분별한 업종 겸영을 통한 중소기업과 골목 상권의 붕괴 초래 등이 그 예이다. 총수 일가가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오너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고 전체 계열사로 위험이 전이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경제력 집중이 심한 우리나라는 상위 몇몇 재벌이 쓰러지면 국가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재벌의 잘못된 행태를 개선하는 데는 시간과 적법한 절차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재벌을 해체한다면 많은 국민에게 카타르시스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재벌을 해체 대상으로 보지 말고 경쟁력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문제점을 점진적으로 시정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정부는 대기업집단의 소유 구조 및 경영 관행 개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야 한다. 출자 소유 구조 개선에 대한 시장 압력, 기업 경영에 대한 내외부 견제 시스템 강화, 편법적인 증여나 상속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완전 포괄주의 상속세 제도의 적극적 운영,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억제하기 위한 세제나 공정 거래 차원의 제도 강구, 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규율하기 위한 장치 확립, 복잡한 순환 출자 구조의 점진적 해소와 계열사 간 위험 전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주회사 체제 유도 등이 시급하다. 재벌도 정치권 등 외부의 압력에 마지못해 따라갈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계기로 재벌들이 금과옥조처럼 신봉했던 신자유주의 시대는 가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제의 민주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1/2012071101697.html?outlink=facebook
야들의 방향 선회가 놀랍네요. -_-;;; 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