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스프링캠프 ‘변신’에는 4가지 법칙이 있다
- 작성일
- 15-02-06 15:15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자 수확의 계절이라면, 야구의 봄은 ‘변신’의 계절이다.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포지션을 바꾼다. 물론, 포지션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적응하기도 하지만 왼손으로 쓰던 글씨를 오른손으로 쓰는 것 만큼이나 어렵기도 하다. 스프링캠프의 뜨거운 햇살아래서 진행 중인 ‘변신’에는 4가지 법칙, 유형이 있다.
■살기 위해 변신한다
해당 포지션의 최고 선수가 되는 것은 야구선수 누구나의 꿈이다. 꿈을 막아 선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한 방법은 2가지. 벽을 부수거나, 돌아가는 길이다. 포지션 이동은 그렇게 이뤄진다. 두산 포수 김재환은 1루수로 변신 중이다. 이미 포수 자리에는 양의지와 최재훈이 버티고 있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장타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1루수로 바꾸는 게 낫다. 김재환은 광주KIA챔피언스 필드 첫 홈런의 주인공이자, 승용차 맞히기 포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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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캠프는 변신의 계절이다. 프로야구 변신에는 4가지 법칙이 있다. 캠프에서 변신 중인 넥센 한현희, LG 김용의, 넥센 박병호, 롯데 이우민(왼쪽부터) | 스포츠경향DB |
■감독이 보고 있다
팀 전력 향상을 위한 구단과 감독의 고민이 변신으로 이어진다. 넥센 투수 한현희는 2년 연속 홀드왕을 거둔 국내 최고 셋업맨이다. 그런데, 올시즌 선발 전환을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 넥센이 한국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은 선발진의 부족 때문이었다. 한현희를 선발로 전환함으로써 선발진의 무게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시즌 중반 한화에서 SK로 트레이드 된 이대수는 2루로 변신 중이다. 한화 시절 유격수, 3루수를 봤던 이대수이지만 팀 사정상 2루 경쟁에 뛰어들었다. SK는 이대수가 주전 2루수 경쟁을 펼칠 경우 내야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계산이다. KIA 외야수 김주찬도 2루 훈련 중이다. 김기태 감독이 내야진 전체에 주는, “여차하면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발 빠른 우타자를 선호하는 삼성 류중일 감독은 내심 외야수 박해민의 우타자 전향을 기대하기도 했다.
■바꾸면 더 잘산다
3년 연속 홈런왕 넥센 박병호는 1루수이지만 정규시즌 홈 경기 때 마다 3루수비 훈련을 해 왔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3루 수비 훈련 시간을 늘렸다. 박병호는 올시즌이 끝난 뒤 해외진출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입단을 노린다. 거포들이 즐비한 1루수에서만 경쟁하는 것 보다 3루수도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메이저리그로부터 훨씬 나은 조건을 받아들 수 있다. 피츠버그와 계약한 강정호 역시 보다 넓은 입지를 위해 넥센과 함께한 캠프에서 2루수 수비 훈련을 했다. KIA에서 한화로 옮긴 송은범은 “김성근 감독님과 한 두시즌 한 게 아니다. 선발이든 구원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은범의 FA 계약은 넓은 쓰임새 덕분이기도 했다.
■못살겠다, 바꿔보자
롯데 이승화는 ‘지구에서 가장 훈련 많이 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훈련량과 성실성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할 만 하면 부상을 당했다. 결국 앞서 많은 롯데 선수들이 그랬듯, 이름을 ‘변신’시켰다. 이제 이승화가 아니라 이우민이다. 옛 이름과 함께 액운도 함께 날아가 주길 바라는 기대를 담았다.
NC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승운 없는 투수’다. 2013시즌 방어율 3.63으로 4승(11패) 밖에 못 거뒀다. 지난 시즌 초반 승운이 따르며 전반기에 8승3패, 방어율 4.05를 기록하더니 그게 끝이었다. 후반기 방어율이 3.96으로 더 좋았는데, 1승도 없이 5패만 당했다. 그래서 ‘등록명’을 에릭에서 해커로 바꿨다. 모기업이 게임회사여서 ‘해커’라는 말에 거부감이 큰 NC지만, 과감하게 ‘변신’을 선택했다.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한화는 감독만 바꾼게 아니다. 창단 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지만 아예 유니폼을 싹 바꿨다. 유니폼 변신하고, 새 출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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