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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집중하는 게 좋을까. 열심히 응원하는 게 좋을까.

프로야구 응원 문화가 파격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롯데는 9일 사직 LG전에서 원정 응원석을 ‘접수’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치어리더 공연과 함께 하는 단체응원은 한국 프로야구만의 대표적인 ‘응원 문화’다. 대개 1루쪽 내야석에 설치된 홈팀 응원단상에서 응원단장의 지휘로 치어리더들이 함께 하는 응원이 이뤄진다. 응원하는 재미로 야구장을 찾는 팬들도 상당히 많다. 프로야구 응원의 메카로 불리는 사직구장 응원은 롯데의 특별한 자랑거리다.

수도권 구장과 달리 지방 구장에는 정규시즌에 원정 응원단을 파견하는 팀이 거의 없다. 이를 고려해 롯데는 이날부터 원정 응원단이 오지 않는 경기에 한해 3루쪽 내야에서도 응원단상을 상시 설치하고 롯데 응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기존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은 그대로 1루쪽에 있고, 3루쪽에 앉은 롯데 팬들을 위해 치어리더 2명과 함께 올해 추가로 영입한 응원단장이 원정 응원단상에 섰다.

이상욱 롯데 홍보팀장은 “사직구장에선 3루쪽에도 롯데 팬들이 대다수 앉는다. 그런데 응원을 못하니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3루쪽 응원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39억원을 투자해 기존 전광판보다 1.7배 큰 가로 35m·세로 15m의 초대형 풀HD급 전광판을 설치했다. 관중석 전체에서 생생한 음향을 느끼고 응원에 함께 할 수 있도록 10억원을 들여 스피커도 56개나 스탠드 상단에 360도로 둘러서 설치했다. 2년 연속 개막전 매진에 실패하는 등 최근 줄어든 사직구장 관중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롯데가 자체 결정만으로 실시한 것이라 이날 상대팀인 LG를 제외한 7개 구단은 아직 이 소식을 접하지 않았다. 반대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어보인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지방 구단들은 원정 팬들의 자발적 응원 참여를 위해 3루 응원단상까지 침범하지는 않는다. 규약에 명시된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3루쪽과 좌측 외야는 원정팀 구역으로 생각한다. 굳이 3루까지 홈 응원단을 둘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롯데도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논의를 가장 먼저 했다. 이 팀장은 “상대 팀이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논의했다. 하지만 사직구장의 응원문화가 워낙 뚜렷해 일단은 홈 관중을 먼저 생각하기로 하고 시작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3루쪽 경호 인원도 늘렸다”고 말했다.

롯데가 경기장 내 응원을 강화한 반면 한화는 경기 관람 자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응원 문화를 축소시키는 분위기다.

개막 전 대전구장을 3차 리모델링하면서 ‘메이저리그식’으로 진화시킨 한화는 내야 응원석을 없앴다. 응원단상을 우측 외야로 이동시킨 것이다.

1루 내야석은 야구 관람하기에 시각적으로 매우 좋은 자리다. 야구장을 찾는 관중 중에는 응원하기 좋아하는 팬도 있지만 조용히 경기에 집중하고자 하는 팬도 상당수 있다. 한화는 이런 팬들의 시선을 고려했다. 경기에 집중하고 싶은 관중은 1루 내야석에서, 응원에 집중하고 싶은 팬들은 우측 외야석에서 각자 기호에 맞게 경기를 보도록 했다. 한화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포수 후면석을 만들기도 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시야 확보에 집중적으로 신경쓰고 있다.

임헌린 한화 홍보팀장은 “3차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그물망을 일부 없애 1루 내야석 시야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응원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팬들은 외야에서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홈페이지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한 팬도 소수 있었지만 찬성하고 호응해준 팬이 훨씬 많았다. 한국 프로야구 응원 문화를 선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