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라이벌이라는 팀의 존재.

스포츠에 있어서 라이벌이라는 것의 존재만큼이나 팬들을 흥분시키는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멀리 유럽의 앨클라시코와 같은 무시무시한 라이벌전까지 갈 것 없이...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스포츠 전부문에서 '일본'이라는 나라와의 라이벌전이 종목 불문하고 전국민을 얼마나 흥분하게 만드는지 생각해보면...

어찌보면 스포츠에서 '라이벌'이라는 것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까지 생각됩니다.



출범 3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길지는 않지만 그리 짧지도 않은 역사속에 무수히 많은 라이벌들이 존재해왔고, 또 존재하고 있지요.

유명한 프로야구 초창기 해태-삼성의 삼성팬으로써는 쓰라린 라이벌관계도 있고...

90년대에 유명했던 LG와 해태의 라이벌전.

최근의 SK와 두산의 라이벌전 등등...



라이벌전은 묘하게 'ㅅㅂ 다른팀에게는 져도 니들에게는 절대 안질꺼야!'라는..

팬들에게 있어 전의를 불태우게 하고,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높히게 하는 효과가 있죠. 그래서 경기중 불미스런 신경전도 꽤나 발생하기도 하는...


감히 라이벌전은 '스포츠관람에 있어 최고의 백미'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싶네요.



베팍에는 올드팬분들이 많아서 프로 초창기 야구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아시는 분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라이벌관계'는 어느팀과 어느팀이었을까요?

아.. 제목에 써놓았군요. --;



네.. 다름 아닌 OB(현 두산)와 삼성가 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해태의 독주시대가 열리기전...

그러니까 원년인 1982년부터 1987년 정도까지를 그 기간으로 잡아볼 수도 있겠네요.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1982년..

당시 모든 전문가가 1순위로 꼽는 우승후보는 삼성이었습니다.

왕년에는 한때 이름을 날렸지만 전성기가 지난 노장이 된 선수들과 무명의 젊은 선수들에 한국무대에서 검증안된 더블A 출신의 박철순선수의 OB는 기껏해야 4위나 5위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지요.

하지만 1982년 전기리그, 후기리기 OB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후보 삼성과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입니다.

결국 전기리그에서는 OB가 1위, 삼성이 2위, 후기리그에서는 삼성이 1위, OB가 2위를 차지하며 두 팀간 한국시리즈가 열리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김유동의 만루포와 이선희의 눈물을 남기며 OB가 우승.



두 팀은 원년에 너무 힘을 뺀 덕분인지.. 1983년에는 두 팀 모두 5할 승률도 기록하지 못하고 해태와 MBC의 KS를 지켜봐야했지만...



전열을 추스린 두 팀은 1984년 또 한번의 치열한 대결을 펼칩니다.

그리고.. 1984년 시즌이 시작되기전 스토브리그에서 양 팀 선수들의 전의를 불태우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원년부터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좋은 선수들을 가지고도 2년 연속 물먹은 삼성은,

그 원인이 감독에 있다고 보고 우승을 위한 새로운 감독 물색에 나섭니다.



그래서 선택된 분이 지금은 '야신'이라 불리우는 당시 OB 투수코치였던 김성근코치...

당시 김성근코치는 삼성으로부터 감독제의를 받고 이에 대해 고민을 하다 선배이자 스승인 당시 OB감독 김영덕감독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김영덕감독은 김성근코치에게 그 제의를 받아들이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죠.



그리고 얼마뒤..

김영덕감독은 에이스 박철순의 부상에 대한 책임과 1983년 팀성적의 부진을 이유로 OB감독자리에 대해 사의를 표합니다.

감독직을 사임하고 야구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나겠다는 김영덕감독의 뜻을 받아들여 OB는 사의를 받아들이고, 김영덕감독의 유학비용을 전액 지원해줄 것을 약속합니다. OB선수들은 스승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며 눈물로 김영덕감독을 떠나보내죠.

그리고 새로운 OB의 감독으로 김성근코치가 선택됩니다.



일주일 뒤...

김영덕씨는 전격 삼성감독에 취임합니다.



이 일로 인해 원년 치열한 선두다툼으로 일종의 라이벌관계가 형성되어있던 양팀간의 관계는 더욱더 싸~해 집니다.



요즘 읽고 있는 '두산베어스때문에 산다'라는 책에서 처음 읽은 에피소드인데...

1984년 시즌초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OB와 삼성이 처음 맞붙은 경기에서...

양팀선수들의 분위기는 싸했지만.. 김성근감독은 옛스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면서,
OB선수들에게 삼성 덕아웃을 찾아 김영덕감독에게 인사하고 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OB선수들은 감독에게 떠밀려 마지못해 김영덕감독에게 인사를 하러 가지만,
김영덕감독은 이를 무시합니다.


분노한 OB의 고참선수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선수를 시켜 경기 내내 김영덕감독의 별명(변태)을 큰 소리로 외치며 놀릴 것을 주문합니다.

경기후 김영덕감독은 OB덕아웃을 찾아와 경기내내 '변태'를 외친 신인선수에게 분노의 따귀를 날립니다.


뭐.. 시즌초부터 이런 일이 있었으니...

1984년 시즌 내내 양팀의 경기는 어떻게 진행됐을지는 뻔하지요.


선수간의 충돌도 꽤나 있었고, 절대로 '너네한테는 안진다'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투닥거리며 시즌을 보냅니다.

1984년 전기리그는 삼성과 OB가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다 결국 삼성이 2게임차로 OB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고..

전기리그의 KS 진출 티켓을 놓친 OB는 후기리그에 치열하게 롯데와 1위 다툼을 벌이지만...


한국 프로야구사에 큰 오점으로 남은 유명한 롯데에 대한 삼성의 져주기 경기가 펼쳐지며,

결국 OB는 1984년 6개구단중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도 KS 진출에 실패합니다.



삼성이 압도적인 승률로 전후기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1985년...

전기리그 2위 자리에서 1위 삼성을 위협하던 팀도 OB였고...



빙그레가 새롭게 창단하고 플레이오프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1986년.

삼성과 OB는 각각 전기리그와 후기리그 우승을 양분하며 최초의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벌입니다.



결과는 삼성이 먼저 1차전에 승리하고 1승을 거뒀으나, 2, 3차전 내리 OB가 승리하며 OB가 2승 1패로 시리즈를 역전시킵니다.

하지만 삼성은 다시 4, 5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3승 2패로 OB에게 1982년 KS패배를 설욕하며 KS에 진출하여 해태를 만납니다.



1987년 전기리그에서도 삼성과 OB는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결과는 1.5게임차로 삼성이 전기리그 우승.


결국 삼성은 KS 직행 티켓을 손에 거뭐지고, OB는 해태를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해태를 꺾고 삼성에게 1986년의 복수를 하고자 했으나..

시리즈 2승1패로 OB가 앞서있던 PO 4차전.. 9회말 2아웃 OB가 3대2로 앞선 상황에서 터진 너무나 유명한 유지훤선수의 통한의 실책으로 삼성을 만나는 꿈은 꺽이고 말죠.



1987년을 끝으로 OB는 긴 암흑기속으로 빠져들었고...


OB와의 아귀다툼속에 1986년과 1987년 연속으로 KS에서 해태에게 패한 삼성은...

이때부터 해태라는 팀과 새로운 기나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뭐.. 지금이야 프로야구 초창기 원한(?)을 품고 있는 선수는 삼성과 두산 양쪽에 한 명도 남아있지 않고...

당시 선수로 뛰었던 선수들은 많은 선수들이 현재 여전히 양팀 유니폼을 입고 감독 및 코치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워낙 오래전 얘기라 양팀간 더이상 앙금같은건 남아있지 않겠죠.



오히려 싸대기 동맹으로 불리며..

정겹게 한 번씩 공평하게 싸대기를 날리는 사이라고나 할까... ^^;;;




여튼.. 라이벌전만큼 재미있는 경기도 없기에...



두산 삼성 양팀 팬분들...

치열했던 프로야구 초창기의 OB와 삼성간의 라이벌관계를 떠올리며...



내일부터 벌어질 플레이오프

한 번 가열차게 맞붙어 명승부를 펼쳐보입시다!!



PS : 아무래도 제가 곰팬인 관계로... 게다가 최근 저를 다시금 옛추억에 빠질 수 있게 해준, 베어스 중심으로 쓰인 '베어스때문에 산다'를 읽은 관계로... 글이 상당히 베어스 중심적으로 구성됐음을 삼성팬분들에게 양해를 구할까 말까요? 오호홋~~

자~ 자~ 전의를 불태웁시다~~ 불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