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임창용 드라마 같은 복귀전, '스네이크'의 귀환
- 작성일
- 14-04-13 20:47
| 1군 등록만 해놓고 3연전을 그라운드 밖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삼성 임창용(38)은 확답을 하지 못한 류중일 감독에게 승패에 관계없이 복귀 신고를 하고픈 뜻을 먼저 밝혔다. 임창용은 지난 11일 대구 SK전을 앞두고 삼성 선수로 첫 1군 등록을 했으나 실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이틀을 보냈다. 일본과 미국프로야구를 거쳐 7년만에 삼성 유니폼을 입자마자 마무리 보직을 받았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등판 여부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복귀 등판은 짐작했던 것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팀이 7-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8-8까지 몰린 8회초. 더구나 1사 만루로 투수에게는 벼랑 끝과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임창용은 복귀전에 나름의 의미 부여를 할 틈조차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순수 마무리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얄궂게도 초강력 대타가 타석에 나왔다. SK는 임창용이 마운드에 오르자 8번 타석에 대타 루크 스캇을 내보냈다. 메이저리그 135홈런을 때린 올해 프로야구 최고 이력의 용병 타자였다. 임창용은 아직 최상의 페이스는 아니었지만 최선의 직구로 스캇을 상대했다. 초구 143㎞짜리 직구에 이어 142㎞ 직구로 볼카운트 1-1을 만든 뒤 3구째 144㎞짜리 뱀직구를 던졌는데 스캇이 때린 타구는 왼쪽 외야로 높이 떠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연결됐다. 임창용은 이어진 2사 1·2루에서는 김성현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8-9로 리드를 빼앗겼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삼성은 8회말 무사 1루에서 나온 박석민의 적시 2루타와 박한이의 내야 땅볼로 동점에 이어 재역전에 성공했다. 임창용은 눈앞의 승리 기회를 덥석 물었다. 10-9로 맞은 9회초. 임창용은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막으며 복귀전을 짜릿한 승리로 장식했다. 선두타자 이명기와 조동화를 각각 3루 땅볼과 2루 땅볼로 잡아낸 뒤 전 타석에서 만루홈런을 때린 3번 최정까지 최고구속 147㎞짜리 직구를 앞세워 삼진으로 엮어내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1.2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 볼넷 없이 삼진 2개를 낚아내며 투구수 24개를 기록했다. 최고구속 147㎞에 이른 직구를 21개 나 던졌다. 여기에 포크볼 1개와 슬라이더 2개를 섞어던졌다. 값진 복귀 선물도 챙겼다. 임창용은 동점 상황에서 나와 팀승리를 지킨 덕분에 2007년 9월9일 잠실 LG전 이후 무려 2409일만에 국내프로야구에서 승리를 맛봤다.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3연패 위기에 몰렸던 류중일 삼성 감독이었다. 류 감독은 경기 뒤 “임창용은 역시 임창용이다”라고 짧은 한마디를 남겼다. 현장을 지킨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임창용이 팔을 올리고 내리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공을 던졌다. 짧은 이닝을 던지는 마무리투수의 팔 각도 변화에 타자들이 적응하기 어려웠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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