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것이 56년 이후 35세 이상 유격수로 PO 진출한 팀이 4팀이라는 통계는 (이 문장의 내용 그대로가 통계의 원본이라면) 큰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일단 독자들은 읽는 순간 매년 8팀씩 또는 몇팀씩 PO에 진출하는 상황을 떠올릴 겁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424개 팀 중에 4개팀 즉 1%에 불과한 확률이라고 보게 됩니다.
이것은 통계를 만든 이의 의도를 과장되게 그러나 절대 거짓말은 한 적이 없도록 악용하는 가장 좋은 사례입니다. 즉, 아주 조옷선일보나 가운데일보스러운 만행이죠.
그럼 어떻게 봐야하나? 우선 PO 진출팀은 와일드카드제도가 생기기 전, 또 6개 지구가 아니었을 때 등으로 나누어봐야 합니다. 저도 사무실이라 꼼꼼히는 못 찾겠고 대략 이렇게 하면 56년 이후 전체 PO진출팀 숫자는 확 줄어듭니다.
또 모수를 전체 PO 진출팀으로 두면 안 됩니다. 56년 이후 35세 이상 유격수를 주전으로 보유했던 구단들의 숫자를 가려내야 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35세 이상 유격수를 기용한 MLB 팀은 몇팀이었을까요? 솔직히 저는 기억이 안나네요. 대부분 팀들이 유격수를 젊은 애들로 쓰고 또 조금만 노쇠화하면 그 수비의 중요성 때문에 제깍 세대교체 시킵니다. 마이클 영 같은 아직 창창한 유격수마저도 포지션을 이동시켜 버리는게 정상적 구단의 행태입니다.
(역시 베이스볼레퍼런스 등지를 뒤져볼 시간이 없으니 정확성은 무시하고 감으로) 즉 56년 이후 35세 이상의 유격수를 주전으로 쓴 팀은 아마도 매년 평균 1팀도 없을 것입니다. 매년 1팀이라 보죠 뭐. 그럼 총 53팀이 있었고 그 중 4팀이 PO에 진출했다. 즉 7.5%의 확률로 포스트시즌 진출했단 뜻이 되네요.
작년 30개 구단 중 8개 팀이 PO에 진출했으니 매년 평균 보편적 PO 진출확률은 26.7%라고 칩시다. 즉 보통 팀의 28%에 해당하는 비율입니다. 상당히 낮은 셈이죠? (아마 실제 통계를 내보면 이보다는 높을 거라고 직감적으로 느끼긴 합니다)
정당하게 통계를 내려면 "35세 이상 유격수를 보유하고 PO에 진출할 확률은 보통의 확률보다 72%나 적었다."라고 고령 유격수 보유의 위험성을 지적해야 옳습니다.
물론 실제 저 통계를 낸 분이 저처럼, 또는 저보다 더 엄밀한 기준으로 좋은 통계를 정확히 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의 내용만으로 느껴지는 뉘앙스는 정말 스캇 보라스스럽고(보라스의 PT를 봤는데 진짜 개구라의 전형이더군요. 미친넘) 미쿡애들 과장할 때 좋아하는 통계방식, 한국의 조옷선 따위가 즐기는 인용방식 그 자체와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즉 거짓말 안하고 거짓된 정보를 독자에게 청중에게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대표적 사기죠. 마치 주어가 없다는 식의 말장난과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아전인수격 인용을 정말 경멸합니다. 열심히 찾아보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좋은 근거와 통계는 얼마든지 발견됩니다. 만일 없다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고 수그러뜨려야 옳습니다. 그런데 미쿡이나 한국이나 언론에서 보여지는 가당찮은 거짓말 퍼레이드는 통계의 통자도 안 배운 저 같은 문외한의 눈에도 몇일마다 한번씩 눈에 띌 정도로 (대개는 이 기사 좀 이상한데? 이런 느낌을 주죠) 악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심각한 병폐는 객관과 팩트에 어떤 가치판단을 무리하게 싣고자 하는 불손한 의도들 때문입니다. 그리고 각국 정부, 유수의 대기업, 천재적인 우수인재들로 가득한 조직들에서 이런 의도된 "주어 없는" 거짓말 아닌 거짓에 속아납니다. 제 짧은 경험으로 우리가 흔히 믿는 상당수의 통계는 다시 검토되어야 하고 결과를 공표하는 방식에도 엄격한 기준과 제약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