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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유럽 2006]

제 11탄 글라스고 - 배낭족은 언제나 배고프다

작성일
09-01-19 11:51
글쓴이
퍼스나콘 [눈웃음]선배거긴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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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 - 영양 섭취가 모자라거나 고르지 않은 상태.



특히, 단백질이 모자라 빈혈이 생기고 몸이 붓고 맥박이 느려지며



설사를 하는 따위의 증세를 일으킨다. - 야후 국어사전























여행이란 정신적, 육체적인 일탈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만 하면서 잠깐 걷거나, 숨쉬는 것 외에는



도통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던 것이 출국전 우리들의 솔직한 일상 아니던가.











온 대륙을 넘나드는 장거리 기차, 버스,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하루에 두세시간씩 걸어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끼려면



이 운동부족의 육신에 연료라도 적절하게 공급해줘야 한다.











하지만 글라스고에 도착한 나는 벌써 며칠째 퍽퍽한 빵 몇조각과 우유한잔,



그리고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로만 연명하다보니 참 죽을 맛이다.



물론 어느 정도 살이 빠지니 좋기는 하다만 그 전에 몸이 축나겠다.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온 몸이 찌부둥하고, 다리에는 알이 꽉꽉 뭉쳐있다.



피부도 거칠어지고,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지럽다.



눈의 초점도 가끔씩 풀린다.











딱 보니 견적 나온다. 내 몸 내가 잘 안다. 영양실조다. 단백질 결핍에 지방 결핍이다.



하지 말라는건 다 재밌고, 먹지 말라는건 다 맛있는게 세상 아니던가.



평소에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는다고 걱정이던게 삼겹살과 치킨, 족발과 탕수육이었는데



집 떠난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기름기를 못 먹는다고 죽을상을 하고 있으니



참 인생이란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평소 같았으면 술배가 볼록 나온 아저씨 체형을 고칠 기회랍시고



정신력으로 버티니 마니 했겠지만, 지금은 집도 절도 없는 특수한 상태다. 여행중이다.



다이어트도 좋지만 그 전에 일단 생존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중에는 파운드화가 단 한푼도 없다.....







































프리트윅 공항에서 오후 3시에 출발하는 빠리행 라이언에어를 타기전에



배낭을 터미널에 맡겨두고, 시내를 대강이나마 휘리릭 둘러볼 계획이었다.



맥킨토시 박물관이나 스코틀랜드 축구박물관 같은 볼거리가 꽤 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 되어있다..



아쉬움이 많지만 결국 딱 한군데, 국부론의 애덤스미스, 증기기관의 제임스와트를 배출한



세계 100대 명문 국립 글라스고 대학교를 구경하기로 했다.















버스터미널의 무인라커 요금이 5파운드라는 표지를 보고 기겁을 해 준다.



도대체가 이 스코틀랜드라는 나라의 물가는 이해가 되다가도 안 된다.



평소에는 우리는 영국이 아닙네 어쩌네 하면서 줄곧 투철한 독립운동을 벌이면서도,



정작 돈 쓰게 할 때는 또 이런식으로 지들이 UK랜다.



우선 런던보다도 더 악독한 이 터무니 없는 물가부터 어떻게 하고나서



영국과의 다름을 좀 논해 보라고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사실 잉글랜드가 끌어 주지 않았더라면 이 유럽 끄트머리에 쳐박힌 나라가



경제적으로 이렇게나 발전했을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결국 나는 배낭족이다.



배낭족이란 인상을 쓴 채 불평 불만을 내 뱉을게 아니라, 배낭을 매야 한다.



가자 배낭아. 내 친구야. 비록 나는 못 먹어 힘이 없고 잡동사니로 가득 찬 너는 무겁지만,



그래도 네가 없는 상황은 생각하기도 싫구나. 지구 끝까지라도 짊어져주마.































스코틀랜드 정치, 문화의 중심도시인 에딘버러가 정갈하고 사근사근한 수도 서울이라면,



항만 공업도시 글라스고는 거칠지만 구수한 부산이랄까.



어느 책자던가, 글라스고를 '대도시인데도 에딘버러와는 달리 힘있고



활기차면서도 인정이 넘치는 곳'으로 설명했었다.



적어도 지하철 역 앞에서 환전소가 어디냐는 내 물음에 대답해준 친구들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그 설명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환전소가 어디냐고? 어이 빌, 너 환전소가 어딘지 알아?'







'난 몰라, 하지만 조가 알거야. 조! 너 알고 있지?'







'뭘?'







'환전소 말이야. 다 듣고 있었잖아 자식아.'







'못 들었어!'







'거짓말 하지마. 그가 물을 때 부터 넌 다 듣고 있었어.'







'아니야. 난 정말 듣지 못했어. 넌 너무 단정적(assertive)이야.'







'내가 왜 단정적이야? 나는 단정적이지 않아.'







'넌 지난번에도 어쩌고 저쩌고.....'







'이 새끼야 어쩌고 저쩌고..'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드센 억양 때문에 더 이상은 오가는 대화를 알아들을 수가 없지만



성을 버럭버럭 내면서 허공에 대고 주먹을 휘두르고,



실감나는 표정으로 발을 구르는 모습들을 앞에서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온다.



저런 패턴으로 자기네끼리 한참을 더 싸우다가 결국은 그 '조'라는 친구가 빠져 나와서



환전소까지 거의 바래다 주면서 길을 가르쳐 준다.



































그렇다. 끝내 환전을 했다. 지하철도 타야 했거니와,



더 이상 굶었다간 객지에서 아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고,



그래도 피시앤칩스는 한번 먹어봐야 할 것 같았다.



몇 푼 아끼겠답시고 몸 상해가며 근본적인 여행을 망칠 필요는 없다.































시내에 있는 글라스고 대학 구내식당의 푸짐한 식단!! 음료수까지 3.11파운드!!



싸구려이긴 하지만, 유럽에서 처음으로 접시에 담긴 음식을 사먹었다.



오랜만에 부들부들한 기름을 넣어주니 위장이 감개무량해한다.



뱃속이 따땃한게 기분이 참 좋다.



진작에 좀 잘먹고 다닐걸.











































































방학이라 길모어힐 캠퍼스 내부는 텅 비어있지만,



학교라기 보다는 고성 같은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애들은



다 예쁘고 잘생긴데다가 머리까지 좋을 것만 같다.



멋진 캠퍼스를 가진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크겠지만,



모든 장점들은 필연적으로 거기에 대응하는 단점들을 끌고 온다.



온통 이렇게 고풍스러운 분위기라면 아무리 시험기간이라도



고무줄바지에 슬리퍼 끌고 학교로 나타나지는 못할 터이다.



















프래스트윅 공항에서 빠리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2파운드 남짓한 마지막 동전들로는 친구들에게 보낼 엽서를 살 생각이었다.



































문득 공항 안의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서도 내 돈 내고 커피 사 마신 적은 한번도 없는 별다방.



그 동안 이깟 돈푼 좀 아끼려고 고생한 내게 카페모카를 대접하는 작은 사치를 부려본다.











열흘간의 영국은, 칼 안든 강도인 파운드환율만 아니었더라면 상당히 괜찮았다.



영어도 의외로 잘 통하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날씨도 좋았다. 만족스럽다.











이제 진짜다. 유레일패스와 유로화가 통용되는 진짜 유럽으로 간다.



온갖 소매치기와 좀도둑들이 설쳐댄다는 그 아름다운 빠리로, 라이언에어 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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