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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치꼬리의 러브스토리]

사랑해!사랑한다구...<9부. 97 또는 98>

작성일
08-11-10 17:00
글쓴이
퍼스나콘 멜치꼬리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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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97 또는 98 >


“자기야...   빨래좀 널어줘...”


“응 알았어...”


“자기야..  빨래 다 널었으면, 마루 바닥 청소좀 해....  먼지가 발에 밟히네....”


“응 알았어....”


“자기야...  설거지 내일 아침에 해도 되는데, 지금 보니까 좀 싱크대가 지져분하다...  지금 하라는건 아냐...”


“어. 알았어 지금 할께......룰루랄라.....”


“자기야...  내일 보고해야될 이 계획서 편집좀 해줘...  좌우여백은 23으로하고 폰트는 신명조, 크기는 13인거 알지...?”


“어 알았어.  자기는 티브이 보고 좀 쉬어....  회사 나가는 것도 힘든데....”


“고마워.....  몸이 쪼끔 피곤해서 그러니까...좀 도와줘.......”


“그럼 그럼 자기는 그냥 푹 쉬어,  무리하면 안돼.”


얼마전 사무실을 과천 본사로 옮겨 출퇴근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새로운 과제를 받아 많아 바뻤지만, 나는 연주를 위하여 집안일을 많이 하였다.  그건 또한 어머님의 특명이기도 하였다.


연주가 임신 2개월이라고 이야기를 전했을때 우리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내가 장손이자 장남이였고, 우리집안에서 최근 출산이 있었던적이 근 15년 전이였기에 부모님은 물론이고, 고모님들, 작은아버지 등 집안 식구들이 모두가 축하 전화를 해주시며 다들 하시는 말씀이 “잘해줘라...” 였다.


게다가 3개월이 넘지 않았던 어느날 아침.  연주가 “자기야...  약간 피가 베어나와....”  이래가지구 수원에서 가장 좋은 아주대병원 특실에 입원을 하고 1주일간 병가휴가를 내어서 집안에서는 더 난리였다.


여자가 가장 대우를 받는 시간은 임신했을때가 맞는 것 같다.


처음에는 독실에 있다가 연주가 심심하다고하여 6인실로 옮겼는데, 그 병실은 출산하러 오신분들이 아니라 부인병 등으로 오신분들이 많아 대부분 40-50대 아주머니들이 입원해 있었는데, 내가 업무끝나고 병원에 갈때마나 “꼬마신랑 왔어...”  하며 나를 놀려댔다.


그러며 요즘은 아이를 하나나 둘밖에 안 낳아서 신랑들이 와이프를 애지중지하지만, 예전에는 밭에서 김매다 낳았다는 둥, 자기는 6명을 낳았어도 남편이 한번도 병원에 대려다 주지 않았다는 등 하며 연주를 부러워 했다.


큰 이상은 없어 퇴원을 한 이후 연주는 본격적으로 입덧을 하기 시작했다.


뭐 아주 심한것은 아니였지만, 속이 메스꺼워하며 헛구역질을 좀 하였다.


밤 8시 이후에는 물 한모금도 안 먹던 그녀가 그런데 뭘 그리 먹고 싶어하는것이 많은지...


한번도 먹자고 하지 않던 족발이니, 순대니, 막국수니 이런걸 밤에 먹고 싶다고 하면 나는 차를 몰고 상점을 찾아 사오곤 했다.


뭐 그래봐야 한 두 젓가락 먹고 말았고, 나머지는 나의 밤참이였다.


그녀는 아이를 가져서 토실토실 해져가고, 나는 밤참을 잘 먹어서 투실투실 해져갔다.


4개월째 매월 검진 받는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화면에 뭔가 동글한 부위가 있는데 그게 태아라고 했다. 


흐릿한 화면속의 세포덩어리가 내 자식이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뭉클하고, 책임감이 느껴지며 연주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면을 프린트한 사진을 두장 받아 한 장은 산모수첨에 붙이고 한 장은 내 지갑속에 넣어두고는 수시로 꺼내 보았다.




아들인지 딸인지 슬쩍 물어보았더니 안 가르켜주며 5-6개월은 지나야 표시가 난다고 하였다.  그런데 아마도 양수 검사를 해서 성별은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날 연주와 태명을 짓기로 했다.


연주는 우아한 이름을 지어주자고 했지만, 나는 태명은 귀여운것이 좋다고 우겨 결국은 “다롱이”로 결정했다.  연주는 무슨 강아지 이름 같다고 했지만, 엄마 아빠가 키가 아담하니 우리 아이는 앞으로 다리가 길.....어지라고, 다리 Long하라고 다롱이로 하기로 했다.


4개월, 5개월, 6개월, 7개월 매월 연주와 같이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고 정기 검진을 꼬박꼬박 받았다.


연주의 임신 개월수가 늘어나자 하나 좋은 점이 있었다.  연주의 쭈쭈가 수유를 준비하기 위하여 점점 커지는 것이였다.  임신을 알린 이후 글레꼬로만형만 허용되는 상황에서 연주 쭈쭈의 B컵화는 가뭄의 단비였다.


내가 보기에는 배가 점점 커지는데, 어머니는 개월수에 비하여 배가 작다고 하셨다.


연주는 태아가 혹시 작을까봐, 먹는 것을 엄청나게 먹어대었다.  입덧이 끝나고나니, 밥도 한 공기씩 먹고 특히 과일을 엄청나게 먹어대었다.


보통 사과는 매일 세개씩, 귤은 셀수도 없고....  우리 아파트 과일 가게 주인이 우리집이 최근에 과일을 가장 많이 사간다며, 연주가 과일을 잘 먹는 걸보니 딸인것 같다고 했다.


나도 나 닮은 아들보다는 연주 닮은 딸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8개월째 지정 병원에 가니 의사가 말했다.


“태아가 개월수에 비하여 좀 작은데요....”


“뭐 이상이 있는건 가요?”


“아니 그정도는 아니지만, 8개월째면 이제 장기랑 다 만들어지고 살이 오를시간인데, 초음파 검사만 해봐도 부피가 작네요...    너무 걱정 마시고 다음달에 다시한번 정밀 검사를 해보죠...”한다.


아이가 작다는 말에 연주는 돌아와서 또 엄청나게 밥을 먹어대었다.  평소 체중이 48-50Kg을 나가던 연주가 60을 넘고 63킬로에 육박해왔다.


9개월째 또 병원을 가서 진찰을 받아보았다.


검진을 다 받고 나니 의사가 나와 연주를 불렀다.


“제 설명을 듣고 너무 놀라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 두분의 아이는, 가장 비만한 태아를 1이라고 하고 가장 작은 태아를 100이라고 할때 연주님의 아이는 97이나 98 수준입니다.”


“자궁에서 아이가 잘 자라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꺼내야겠습니다.”


“예...  지금 바로 꺼내야 한다고요?”


“예.  아무래도 태반으로 영양 공급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평균적인 아이에 비하여 최소 1kg 최대 1.5kg이 작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지금 수술 하여야 겠습니다.”


연주는 벌써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제가 뭘하면 되나요?  뭘 준비해야죠?”  나는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며 외치듯 말했다.


“신랑께서는 부인을 좀 진정 시키시구요.  지금 수술실 준비를 할테니 잠시 후 수술 동의서에 싸인해주시고 부인께서는 간호사를 따라 수술복으로 갈아 입으십시오..” 


연주가 질질 짜면서 수술복으로 갈아입고는 응급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위로를 해주는데... 갑자기 레지던트가 들어오더니 다시 말한다.


“저 죄송합니다만, 우리병원에서 수술이 안되겠습니다.  인큐베이터가 하나 남았었는데, 방금전 급한 환자가 들어와서 그 인큐베이터를 사용해야합니다.  연주님은 지금 당장 수술 해야할 환자가 아니라서....   저희가 지금 인큐베이터가 남아 있는 병원을 찾고 있으나 좀 기다려주십시오...”


나는 그 레지던트의 말에 화가 팍 났으나 화를 낸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어디 어디 알아보고 있죠?”


“성빈센트나, 성심병원 등  대학 종합병원을 알아보고 있으니 너무 염려 마시구요.  밖에 엠블란스 대기 시켜놨으니 병원만 조인되면 바로 출발 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암튼 큰병원으로 조인해주세요...”


연주는 더 징징거리며 울고 있고, 나는 부모님 집으로 전화를 했다.   부모님은 모두 부재중이셔서 음성녹음을 해놓았다.


“아버지, 여기 아주대인데요 지금 바로 아이를 꺼내야 한다고 해서 수술 할려다가 다른 병원으로 옮길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그냥 태아가 좀 작답니다.”


잠시후 그 레지던트가 와서 인천 인하대병원에 인큐베이터가 있다며 엠블란스 기사에게는 말해놨으니 지금 출발을 하라고 하였다.


연주는 수술용 이동 침대에 누워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엠블란스에 승차했고 나도 그녀와 같이 탑승하였다.  부모님에게 인하대로 간다고 다시 연락을 드릴려고 했는데, 핸드폰 밧데리가 나갔다. (1999년 당시 핸드폰의 충전기술은 오전에 충전 만땅해도 오후면 다 방전되던 수준이였다.)


공중전화로라도 연락 드려야 했으나 경황이 없어서 그냥 출발하였다.


엠블란스는 삐뽀삐뽀 싸이렌을 울리며 퇴근길의 복잡한 영동고속도로를 갓길로 하여 인천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입술을 파르르 떨며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연주와, 그런 연주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는, 요란한 싸이렌 소리를 울리는 엠블란스를 타고 인천으로 인천으로 가고 있었다.


서녁으로 물들어 가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웠던 99년 4월 20일 오후 7시경이였다...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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