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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유럽 2006]

제 10탄 스카이섬II - 천공의 스카이섬

작성일
09-01-16 23:36
글쓴이
퍼스나콘 [눈웃음]선배거긴안돼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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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벼르고 별렀던 호스텔의 15파운드짜리 일일투어조차

인버네스로 돌아가는 기차시간과 맞지 않아 포기해야만 했다.



자꾸만 틀어지는 계획에 억장이 무너지지만 징징댄다고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어쨌건 오늘은 월요일이다. 평일이다. 버스가 다니는 날이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심호흡을 한번 해주고는, 버스에 올라 섬 안쪽으로 뛰어든다.









하이랜드에 빠져들다.



어제 호스텔에서 만난 글라스고 출신 대머리 아저씨는

“스카이섬이 처음인데도 맑은 날씨를 만난 너는 대단한 행운아야.”라던데,

여기에 구름 좀 끼고 황혼이 지면 그야말로 천국이겠다.

살아서는 돌아보지 못할 장면이다.









천국으로 가는 길.







천국행 버스.









그저 여자만 보면 말 걸고 사진 찍으려 안달이다.

“우와 저 산에 올라갔다 왔다고요? 길도 없잖아요. 못 믿겠는데?”라니 늘씬한 금발 미녀들이 단체로 까르르 웃는다.

일정이 빵꾸가 나든, 한 번 타는데 6,000원 이라는 터무니 없는 버스 요금에 환장하든,

물 사 마실 돈도 아까워서 헐떡이든, 무슨 꼴을 당하건 간에 영어만 쓰면 기분이 좋다.

남들 보기에 한심해도 어쩔 수 없다. 영어 쓴 상대방이 예쁜 여자이고,

거기다 사진까지 한방 박으면 더위, 허기, 갈증, 피로, 짜증. 한방에 다 날아간다.

나름대로 터득한 여행중의 스트레스관리방법중의 하나.



















풀 밖에 나지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초원에서는,

낙농업이 해답이다.

스카이섬 어디를 가나 풀을 뜯고 있는 양과 말들을 볼 수 있다.











동화책에서 보던 것 과는 달리 영 못 생겼지만, 그렇다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상대는 늑대한테도 쪼는 아기양이다.







“야 이리 와봐!!”하고 부르니 진짜로 코 앞까지 아장아장 걸어와서 포즈를 잡아준다.

한국말이 통한다!!







포트리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하일랜드 카쓸highland cattle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니 추천해준 곳.

깡촌중의 깡촌. 루입. Luib









진흙 산 위의 소 울타리를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넘어간 용기까지는 가상했다.

카메라를 들고 한 발 한발 다가갈수록,

나를 바라보는 소들의 시큰둥한 시선이 점점 더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경상북도 문경의 어느 시골자락이다.

그러니까 나는, 동네 형들 쫓아다니며 냇가에서 개구리, 메뚜기 잡아 구워 먹고,

산만한 황소 등에 올라 타서는 똥 냄새 많이 난다며

나무작대기로 쇳등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놀던 추억을 가진 하드코어 촌놈이다.



하지만 하일랜드 카쓸의 앞머리와 뿔은 나도 좀 무섭다.

솔직히 말해서 많이 무섭다.

결국은 제대로 다가가보지도 못하고 “음메~”하는

소 울음 소리에 질겁하고 거의 엉덩방아를 찧다시피 하며 도망쳐버린다.







그나마 가장 마지막으로 찍은 한 컷.



나중에, 카일오브로할슈에서 파는 엽서로, 하일랜드카쓸의 앞머리에

감춰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배짱 좋게도 소 바로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큼직하고 새까만 눈망울이 이거 뭐,

앞머리만 빼고는 우리 동네 뒷집 원석이형아네 아부지가 키우시던 그 소,

내가 타고 놀던 그 황소랑 똑같이 순하게 생겼다.

사실 소는 다 순한데, 순하니까 사람이 잡아서 키울 수가 있었던건데

나는 멍청하게도 생긴거에 쫄아서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 했던거다.

사람이든 소든 첫인상만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이번엔 꽤 큰 문제가 생겼다.

양 구경 말 구경 소 구경 한답시고 섬 북쪽의 윅Uig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놓친건 그냥 그렇다 치자.

카일오브로할슈로 돌아가는 버스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이놈의 버스는 오지 않는다.



버스시간표 책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내가 SCH,

즉 School Holiday인 토요일, 일요일의 페이지를 보고 있었다는걸 깨닫는다.

정상적인 월요일의 버스 스케줄대로라면.. 나는 인버네스로 돌아가는 기차도 놓치고,

인버네스에서 에딘버러로, 에딘버러에서 글라스고로 가는 버스도,

글라스고에서 빠리로 날아가는 라이언에어도 놓치게 될 기가 막힌 운명에 처해질 터이다.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어제도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히치하이킹이다…







눈물만 안 흘리고 있다 뿐이지 표정은 곧 죽을상이다.

이 와중에 잘 평소에는 잘 찍지도 않는 셀카 찍을 생각은 어떻게 한 것일까..





결론만 말하자면, 수백 대의 차들이 줄줄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 중에서 마지막 차에, 아직은 여기 올 시간이 아니라고,

이제 그만 천국에서 나가 달라는 천사 부부가 타고 있었다.







Nick Gent. 이 이름을 평생 기억하기로 마음 먹었다.

.

.



카일오브로할쉬에서 인버네스로 돌아가는 기차구간은,

론리플레닛에서도 최고의 풍광으로 손꼽힌다.

거친 남성을 연상시키는 광활한 불모지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사진만으로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썩어도 준치가 아니겠는가.





덤으로, 스카이섬을 나가는 순간 까지, Nick Gent 부부와 끊이지 않은 만담.

.

.

“나 여기 오기 전에 윌리암 왈라스와, 롭로이에 대한 영화도 봤고 책도 읽었다.

그 친구들 진정한 사나이더라.

하여튼 잉글랜드 같은 애들이랑 같이 살아서 기분이 안 좋겠다.”라니 화들짝 좋아한다. 



어느 파랑눈에 노랑머리가 우리나라에 와서 ‘불멸의 이순신도 보고 칼의 노래도 봤어요.

이순신은 참 훌륭한 제독이예요. 하여튼 일본은 나쁘더군요..’

라고 한다면, 그 친구 참 대견해 보이고,

뭐라도 한 숟갈 더 떠먹이고 싶어할 것 같다.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강제로 통합한 거랑은 정 반대로,

남한과 북한도 원래는 한 나라인데 소련과 미국이 억지로 갈라놔서

이지경이 되었다.”라는 말에

젊은 부부는 ‘오호~’를 연발하며 이해하는 눈치다.



알았다. 이제, 스코틀랜드 사람이면 누구와도 확실히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앞으로는 스코틀랜드를 내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하련다.



UK에는 네 나라가 있는데 한국은 북한과 남한 말고 다른 나라가 또 있냐는 물음에는

“남이랑 북 밖에 없긴 한데 아주 오래전에는 일본이 한국 왕실에

세금 내고 처녀 바치는 동생나라였다.

그러다 잘 해주니까 한국 주변 섬들이 자기네 땅이라며 갑자기 배반하더라.”

라고 대답해버리고는 혼자 키득키득 웃는다.



뭐 상관 없다. 우린 형제의 나라니까 다 이해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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