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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눈에 들다

작성일: 08-10-17 11:22

글쓴이: 깊고푸른밤
IP: 121.♡.♡.30; 글쓴이의 다른 게시물 보기

추천: 2

조회: 8,032

댓글: 7단계; 시간별 역순 댓글

눈에 들다

태풍이 왔다는데

바람은 없고

후두둑,

목덜미를 누르는

빗방울은 가볍지 않다

축축한 구인광고를 따라 교차로를 간다

김밥 썰 아주머니 구함

김밥에 대한 썰을 풀어보래도

역시 아주머니가 나을 것이다

가게 전세 썰분 구함

쓸과 썰이 헷갈리는 갈림길에서

길을 잃으면,

손가락으로 바닥을 더듬으면

손가락 썰 선반공 구함

손목 자르실 단조공 구함

단조로, 흥얼흥얼

발톱 깎으실 시츄와 페키니즈가

단조로, 씨마이너로 울울 울어대는

미로 속에서

벽에 매달리기엔 허약한 손목은

문을 긁기에도 얄팍한 손톱은

간밤 모기 물린 자리만 피가나라 긁어대는

비리고 무른 손은

부끄러움도 어설프다

태풍이 왔다는데

바람은 없고

바람도 없는데

구인광고 페이지는 날아가버려

눈에 들지 않는데

우두둑,

목뼈를 분지르는

빗방울의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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