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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쪽의 아흘이라는 한 작은 마을이었어요.

해님에게 바람이 힘자랑을 하며 뻐기고 있었어요.



“내가 얼마나 힘이 센지 아니? 저기 나뭇잎들이 벌벌 떠는 걸 봐.

내가 너보다 힘이 훨씬 더 셀걸? 내 힘은 아무도 못 당해!!”



그 때 해님은 마을 한 켠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 젊은이를 보았어요.

붉은 수염을 기른 남루한 차림새의 남자였어요.

해님은 바람과 힘겨루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럼 나랑 내기해보자. 저 젊은이의 외투를 벗기는 쪽이 이기는거야.”



“좋아, 잘 봐! 내가 바람을 불어서 저 남자의 외투를 벗겨낼 테니까”



해님은 구름 속에 숨었고 바람은 세차게 바람을 불었어요.



“아니, 갑자기 웬 바람이지”



바람은 더 세게, 더 세게 바람을 불었어요.

하지만, 바람이 세게 불면 불수록 젊은이는 외투를 꼭 움켜쥐었어요.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젊은이가 꿈쩍도 하지 않자 바람은 지쳐서 물러났어요.

이제 해의 차례 입니다. 해님은 햇빛을 활짝 비추어 젊은이를 따뜻하게 해주었어요.

























“아니, 날씨가 왜 이렇게 변덕이야. 이번엔 햇빛이 비추잖아.  아휴 더워”



햇빛이 계속 내리쬐자 젊은이는 땀을 뻘뻘 흘렸어요.



“아, 더워서 도저히 못 참겠다. 외투라도 벗어야지.”

젊은이는 외투를 벗어 던져버렸어요. 잘난 척 하던 바람은 창피해서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해님은 계속해서 젊은이에게 강한 햇빛을 비추었지요.

햇볕을 너무 많이 쬔 젊은이는 그만,

그림을 그리다 말고 튜브에서 짜낸 물감을 있는대로 다 집어삼켜 버렸어요.

미쳐 버리고 말았던거예요.





























젊은이는 마을 어귀에 있는 정신병동에 갖혀 지내다가,

이윽고 해님을 피해 오베르쉬르오아즈라는 마을로 도망쳐 버렸어요.



해님은 바람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외칩니다.



“하하하. 이래도 내가 힘이 세지 않다고?”



한달 뒤, 해님을 피해 달아난 젊은이가 자살하고 말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하지만 해님은 전혀 뉘우치지 않았어요.

힘이 센 해님은 그로부터 10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힘자랑을 하고 있답니다.





























1년 중 360일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라는 아흘에 서서,

고흐가 그린 태양을 마주보고 있노라니 덩달아서 나까지도 정신이 오락가락 하려 그런다.

태양은 고흐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하였고, 고흐의 모델이 되어주었던 것 까지는 좋았는데

고흐를 미치게 한 것도 모자라서 급기야는 죽여버렸다.



아닌게 아니라 미치기에 아주 적당한 날씨다.

쥐한테 자외선을 계속해서 쪼여 줬더니 미쳐버리더라는 실험 연구 결과가

전세계 어딘가에 하나쯤은 반드시 있을 거다.

고흐라는 아저씨, 어떻게 이사간다는 동네가 하필 꼭 오베르나 아흘처럼

하나 같이 햇볕 고약한 동네였을까.

저 강렬한 태양이 있어서 1년 남짓 동안 하루에 한장 꼴로

왕성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당신이 살아 있을 때는 제 값 받고 팔지도 못한 것을.



살아 생전 물감 값도 못 벌어먹던 고흐였지만,

죽고 나서야 그림의 가치를 인정 받은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고흐 덕에 지금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죽은 고흐는 과연 그 모습을 보고 행복해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



























아흘의 반고흐 미술관 기념품점에서 파는,

방석만한 크기의 ‘까마귀 나는 밀밭’ 포스터가 무진장 갖고 싶다.

오베르 마을에서 직접 본 그 밀밭 풍경,

그 풍경을 가장 유명한 화가가 그려준 그림으로다가 간직하고 싶다.



그렇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고,

배낭에도 집어넣지 못할 그런 커다란 종이 두루마리를 들고 다니면서

남은 일정을 견딜 계제가 없다.

어쩔 수 없다. 엽서 몇장으로 애써 만족 하는 수 밖에.

아쉬운 마음에 포스터를 몇번 더 쳐다보면서 입맛만 다시다가,

기념품점 할머니께 “20년 뒤에 다시 와서 저거 말고 진품을 사 갈 거예요.

포장 잘 해놓고 기다리세요.”라고 말해본다.

할머니는 내 영어를 알아 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주신다.









그림 출처 : www.vangogh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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