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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는 날

작성일: 08-10-23 00:40

글쓴이: 깊고푸른밤
IP: 61.♡.♡.156; 글쓴이의 다른 게시물 보기

추천: 0

조회: 4,898

댓글: 7단계; 시간별 역순 댓글

너를 만나는 날

왜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철조망같은 가시 덤불이 우거지고

관목의 이파리들은 마치 지폐처럼 날카로운지

그리하여 너를 만나는 날에는

내 오른쪽 다리에 깊고 길게 그어진 무기의 자국

나를 만난 너의 왼쪽 다리에도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새긴 상처

벌어진 상처는 마치 입술처럼 떨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그리고 우리 나란히 앉아

피 흘리는 입술을 마주 대고

두 개의 상처

하나의 처량한 피딱지

이 비린 접착,

곧 떨어져야 함을 알아도

끝내 상처는 덧나고 말 것을 알아도

지금은 우리 잠시라도

서로의 틈을 메우고 있자

나의 피가 네게로

너의 피가 내게로

흐르지 않더라도 우리

지금은 잠시나마

서로의 속살을 누르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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