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파횽의 공항에 얽힌 글을 읽다보니 나의 한많은 앙골라 루안다 공항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처음으로 출장을 갔을때가 2006년 12월이었다고 밝혔다.

다른 직원 세명하고 함께 들어갔다가 약 일주일정도 머무르면서 일을 본 후, 그 다음주 토요일 오후

2시 비행기로 앙골라를 뜨게 되었다.


앙골라 루안다 공항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나가는 비행기는 일주일에 세 번 뜨고 내린다.


그런데, 문제는 급하게 출장이 잡혀진관계로 다른 사람들은 비행기 티켓이 픽스되었는데, 나는 

들어가는 건 픽스되었지만 나오는 비행기는 waiting이 걸린 상태였었다. 출장끝 무렵까지는

비행기 좌석을 확실히 해놓겠다는 여행사측의 말만 믿고 일단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 크리스마스가 가까와지면 앙골라에 나와 있는 모든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앙골라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은 죄다 해외에 나가서 크리스마스와 신년 휴가를 즐기다가

1월 중순에서야 겨들어 온다는걸 나중에 알았다.


그 후에도 느꼈지만 이곳에서는 12월 중순부터 1월중순까지는 관공서에 가도 담당자가 놀러다니느라

일이 잘 진행이 안되고, 불과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식당이고 가게고 전부 문 닫고 놀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니 남는 비행기 좌석이 있을턱이 없었다. 


이거참 야단났다. 다른 사람들은 죄다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앙골라 출장 초짜인 나만 남겨지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죽치고 몇 일 더 기다린다고 표가 생길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 나라를 뜨려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일단 공항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이 엿같은 공항 대합실은 웃기는게 공항에서 발권하고 짐부치는

대합실에 여권과 티켓을 예약했다는 증빙이 없으면 대합실에도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었다. 


일단 의사소통의 문제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현지 운전기사가 필요했는데, 이 녀석 그동안 공항

자주 드나들면서 그쪽 관리들과 안면을 텄는지 잘도 따라 들어온다.


오후 2시 비행기인데 빠른 사람들은 아침 8시부터 와서 줄을 서 있고, 적어도 10시에는 와서 줄을

서야 안전하다. 그 이유는 다시 이야기 하겠다.


어쨌거나 다른 사람들은 나간다는데 나만 못 나가게 생겼으니 마음이 영 불안해 죽겠다. 혼자서

이 낯선곳에서 어찌 지낼지 막막하고 너무너무 집에 가고 싶었다.


어쨌거나 혹시나 티켓이 생길까하고 줄을 서기로 했다. 그당시 심정으로는 이코노미가 아니라

퍼스트든 비즈니스든 누가 좌석만 준다면 가지고 있는 돈 전부를 바치고라도 그 나라를 떠나고 싶었다.


두 시간을 기다려 접수대에 이르자 혹시 남는 티켓이 있느냐고 물었다. 접수대에 있는 항공사 직원은

당연히 없다고 말했다.


그때 내 옆에 있던 흑인 운전사 녀석이 나한테 이백불만 줘보라고 한다. 나도 대뜸 뭔가 눈치가 왔다.

지갑에서 백불짜리 지폐 두장을 주니, 그 녀석이 그걸 들고 항공사 직원과 뭐라고 씨부렁거린다.


잠시후, 그 녀석이 티켓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나타난다. 나는 그 녀석에게 보답으로 20불짜리 지폐 한장을 줬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면......그 후 3개월후 두번째 출장을 마치고 돌아갈때 돌아가는 시스템을 이해하게 된다.


두번째 출장을 다음해 2월쯤에 왔을때 나는 당연히 지난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한국에서부터

표를 확실히 fix시킨 다음에 예약번호가 찍힌 E-티켓을 들고 앙골라에 다시 들어오게 된다.


이런저런 일을 마친 후, 오후 2시 비행기를 타려고 아침 10시부터 공항에 나와서 줄을 선다.

그때는 비수기라 12월보다는 사람이 훨씬 적다. 나는 아무 걱정없이 E-티켓을 내밀며 발권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항공사측에서 나보고 비행기를 탈 수가 없단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당신이 컨펌을 해야하는데 컨펌을 안했단다.

"이 무슨 개떡같은 소리냐? 컨펌이 다 뭐냐? 난 한달전부터 비행기편을 픽스시키고 예약번호까지 받았다."

항공사 직원의 말은 비행기 타기 하루전까지 본인이 타고자하는 항공사 사무실에 들러서 컨펌을

해야한단다. 인터넷 예약만으로는 확실하지 않단다.


비행기 꽤 타봤지만, 컨펌이라고 찍혀있는 E-티켓과 예약번호를 들고 있는데

하루전까지 항공사 사무실을 들러서 자기가 타고자 하는 항공편에 대해

컨펌을 다시 받아야지, 안그러고  바로 공항에 와서는 발권을 못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너무너무 화가나고 억울했다. 정말정말 한국에 가고 싶었다.


거기서 한참을 싸우다가 줄서는 사람도 많고, 공항만 시끄러워져서 더이상 따지기 힘들었다.

SA항공사 사무실을 찾아 들어갔다. 거기에 앉아 있는 흑인 여직원한테 E-티켓을 내밀며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한참을 부족한 영어로 설명하고 싸워도 묵묵부답이다. 안되는건 안된다는 것이다.

하두 화가나서 진상짓을 하게됐다.


부족한 영어로 설명하다보니 설명도 잘 안되고 울화는 치밀고......하다보니 한국말로 욕도 좀 했다.


소리를 빽빽 질렀더니 이 사무실의 젤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덩치큰 흑인 아자씨가 나왔다.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아자씨가 비행기 예약상황을 다시 체크하더니 마침 좌석이 있다며 티켓을 발행해주라고 밑에 직원들한테 명령했다.


그래서 나오게 되었다. 진상짓을 떨면 해결된다는 나쁜 선례만 남기게 되었다.



그렇다.


나처럼 어리숙하게 컨펌을 확실하게 안 한 티켓이라든지.......때로는 컨펌을 했더라도 공항에

늦게나와서 아직 발권을 못한 사람의 티켓을 항공사 직원이나 발권대에 있는 직원들이 돈을 받고

팔아먹는 짓을 하는것이다. 우리 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공항에 온 사람들은 비행기 좌석을 예약하고서도 표를 못 받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일을 몇 번 당한후에는 무조건 아침 일찍부터 공항에 나가서 표를 내 손에 쥐어야지만

안심을 하는 것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흑인 운전사 덕분에 어렵게 티켓을 구해서 출국장입구로 들어가려니 여권과 티켓을 검사한다.

나는 그런적 없지만, 몇 몇 사람들은 취업비자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이 나라에서 그냥 일반비자로

들어와서 일하다보니 비자 날짜를 간간히 넘기는 일이 생긴다.


다른 나라 기준으로 보면 불법체류이고 큰 문제거리지만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만일 비자일자를 넘겼을경우 그 자리에서 관리하고 쇼부를 친다. 경과한 날짜 하루당 3불로 하자는둥, 5불은 내야 한다는 둥.....


그렇게 돈을 내고 비자일자가 경과한 사람도 태평하게 문을 나선다. 그리고 한번 이런 이력이 있으면

다음 입국때 문제가 있어야 할텐데, 아무런 문제없이 비자 잘 받아서 다시 들어온다.


출국심사를 받고 짐에 대한 보안검사도 받고 이젠 끝이구나 싶다. 커피숍에서 이 나라 특유의

에스프레소나 한 잔 마시면서 기다리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보안검색을 끝내고 게이트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려니 계단밑에서 경찰복을 입은 까만 아자씨가

손짓으로 부른다.


나는 미리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주머니에 미리 준비하고 있던 10불짜리 달라를 하나 내민다.

그 녀석이 그걸 받아들고 "아미고, 챠오~~"하고 말한다.


이게 뭐냐면.....


앙골라의 화폐는 Kwanza라고 하는데, 이 나라의 화폐를 외국으로 유출시킬 수 없단다.

사실, 아무도 이 화폐를 외국으로 들고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외국 어디에서도 바꿀수도 없고

사용하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 나라 자체에서도 kwanza보다 미국 달러가 더 많이 쓰인다.






어쨌거나 앙골라 화폐를 외국으로 들고 나갈까 감시한다는 이유로 경찰관이 보안검색까지 끝내고

룰루랄라 가고 있는 녀석을 조그만 방으로 끌고 가서 짐도 다시 열라고 하고 몸수색을 샅샅이 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가 기분나쁘고 짜증나서 그냥 돈 몇 푼 주고 해결하는 것이다.


하루에 공항 드나드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니 이 녀석 수입 엄청날것 같다. 물론 혼자 먹지는 않겠지만...

(내가 앙골라를 떠나는 2008년쯤엔 이 제도가 없어졌다)




이 절차까지 끝나고 공항 커피숍에 가니 시간은 벌써 12시... SA비행기는 벌써 도착해서 활주로에 있다.

저 비행기가 오전에 요하네스버그에서 사람을 태우고 와서 오후에는 다시 요하네스버그로 갈 비행기다.



[이 비행기는 우리가 타고가는 SA항공기가 아니라 앙골라 국적기인 TAGG이다]




목도 칼칼하고 시원한 냉커피가 한 잔 땡긴다.

무조건 에스프레소만 주는 시내의 커피점과 달리 이곳에서는 아메리카노도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냉커피가 되려나?

종업원 녀석에게 냉커피를 시킨다. 이 녀석 what? what? 거리며 전혀 알아먹지 못한다.


그래 내 영어 후진건 내가 제일 잘 안다.


차근차근 또박또박 "iced coffee"라고 말해준다. 아메리카노를 시원하게 한 커피라고

설명까지 해준다.


잠시후 이 녀석 죽사발만한 큰 그릇에 뜨거운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 잔 내온다.

그리고 내가 보는 앞에서 그 뜨거운 아메리카노 커피에 얼음을 퐁당퐁당 빠뜨린다.

뜨거운 커피위에 얼음덩어리 몇 개가 둥둥 떠 있다.


씨바, 미안하다. 내가 바랠걸 바랬어야지.......



잠시 후 공항스피커에서 뭐라고 뭐라고 방송이 나온다.


비행기 정비관계로 제 시간에 출발을 못하고 한두시간 후에 출발할 수 있단다.

그래 제길, 아프리카에서 그럴수도 있지....

맥주를 한 잔 하면서 노트북을 꺼내어 프리셀을 한다. 공항에 인터넷 따위는 절대로 없다.

(사실 인터넷이 연결된 컴터가 몇 대 있는데 무지 비싸고, 무지 느리다)


그런데, 두 시간후 다시 방송이 나온다. 좀 더 기다리랜다.


아놔, 이런식으로 두시간마다 방송이 나오더니 밤 9시가 되었다.


결국 방송에서 이 비행기가 아니고, 우리를 태우러 올 비행기가 좀전에 요하네스버그에서 출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쉐들.....다른 비행기 부를거면 빨리 부를것이지, 아무 할 짓도 없는 이 공항 바닥에서 하루 온종일

프리셀을 수백판은 했겠다.


결국 자정이 넘어 요하네스버그에서 긴급하게 우리를 태우러 온 비행기가 도착한다. 급유를 받자마자

비행기에 올라탄다.


기내에 들어서자마자 승무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free seat"을 외친다.

ㅎㅎㅎ 이게 뭔 소리냐?


그렇다. 우리가 원래 타기로 하고 발권받은 비행기하고, 이 비행기하고 기종이 다른거다.

게다가, 급히 오려다보니 원래 배정됐던 항공기보다 작은거다.


그러니, 좌석배열이 원래랑 전혀 다르다.


그러니까, 들어서는대로 아무 자리에나 빨리 앉으라는거다. 먼저 앉는 놈이 임자다.

이른바 시내버스 시스템이다.


실제로 늦게 탄 몇몇 사람들은 다시 비행기에서 내리기도 했다.



어쨌거나, 나는 이제 이 나라를 뜬다. 아디오스 아미고~~~~



<길어서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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