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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무너진 건 노동

 

우리가 진짜 무너진 건, 그 핵심은 노동이에요. 핵심적으로 아주 중요한 벽이 무너진 것은 노동의 유연성을, 우리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것이에요. 정리해고는 김대중 대통령 때 받아들인 것을 우리가 그대로 정리한 것인데, 핵심은 그건데요… … 정리해고를 거역할 방법이 없더라니까… … 노동부 장관이 다 학자 출신, 노동계 출신이었고 핵심적인 자리에 있었어요. 뭐 관료 조직 전체에서 노동부가 조금 밀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데 노동부가 안 밀리면 어쩌겠어요? 난들 정리해고 못하게 할 수 있어요? 내가 노동부를 한참 뒤에서 밀어줬어요. 우리 정부에서 노동부가 근로감독관 숫자를 몇 백 명 늘려 줬잖아요. 애들 장난이겠어요, 그게? 고용안정센터 이런 건 조직적으로 굉장히 많이 밀어주고… …

 

그 용역, 편법 그거를 규제해 보려고, 편법 용역과 용역 파견이 구별이 어려워요. 법무부하고 노동부가 그거 구별할 수 없다고 장문의 책 한 권으로 보고서를 써서 올리는데 대통령이 그걸 보고 어쩌겠어요?(웃음) 우리나라에 뭐 노동법 한다는 내노라하는 사람들도 거기 데려다 놓고 그 문제 딱 맡기면 해결을 못해요. 그거 할 수 있는 학자가 없어요. 그럼 못하는 거지요. 나도 그놈 갖고… … 이거 좀 갈라 봐라. 소위 탈법적 용역, 편법적 용역 이걸 자르지 못하면 비정규직 별짓을 다 해도 이건 성공 못한다.

麻旨막에 부당 해고로 농성하고 그랬던 이랜드. 이랜드가 결국은 아웃소싱이 합법인가 아닌가로 논란이 되었잖아요? 아웃소싱을 잘라 버릴 수 있으면 노동자 편을 들어 줄 수도 있는데, 아웃소싱을 우리가 불법이라고 규정해서 잘라 내지를 못하니까 정부의 칼이 현장에서 파업하는 사람들한테 겨눠 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 아웃소싱을… … 아웃소싱을 불법화해서… … 그때 내가 보고서 빨리 가져오라고, 그 이전부터 지시했던 보고서인데, 그 때 빨리 가져오라고, 그 이전부터 지시했던 보고서인데, 그때 빨리 가져오라고 독촉했던 것이 말년이긴 한데… … 이랜드 사건 때 '아웃소싱 저거 불법 용역으로 볼 수 없나?' 그러니까 뭐 아무도 그럴 수 있다는 사람이 없는데 나라고 어쩌겠어요. 진보학자면 어쩌는데요? 진보학자가 와서 한번 해봐라… … 대개 짐작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되게…...

   - 노무현, 진보의 미래 -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동녘, 2009, pp. 232 ~ 233.

무너진 건 노동이었습니다. 노무현과 진보정당이 갈린 것도 결국 노동이었으며,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노동의 붕괴였습니다. 노동의 유연성을 인정하여 비정규직을 양산한 책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 글에서 복잡한 감정이 듭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어찌 할 바를 모를 상황 속에서, 결국 노동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던 저 상황. 그 결과가 어찌 될 것인지를 잘 알면서도 손을 들어줄 수 없었던 답답함이 저 글 속에서 느껴집니다.

아울러 제가 답답합니다. 참여정부는 무엇을 준비하고, 노동 유연화에 대항할 수 있는 그 무언가 하나 준비하지 못하고 집권하였나라는 점입니다. 왜 노동 유연화를 밀어붙이는 재벌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수 밖에 없었나 고민이 됩니다. 양극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노동 유연화를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때를 대비할 수 있는 보완할 수 있는 장치 하나 마련하지 못한 참여정부가 답답하기도 합니다.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누구한테 공부 열심히 하라는 소리 하기도 지겹습니다. 각자 스스로 공부해야겠습니다. 우린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저 답답함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에서의 답답함이 저까지 숨막히게 하네요.